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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J의 주말 - 7. 언니
439 2007.02.15. 02:55

민아는 나를 발견하고 먼저 손을 들었다.

나도 손을 들어 나를 알렸다.

우리는 어색하게 서로에게 '나야'라고 알리고 있었다.



무슨 말부터 해야할까. 뭘 말해야할까.

민아도 같은 생각이었으리라.

기차를 타고 오는 내내 그 생각만 했을지도 모른다는 건

내 지나친 기대가 아니길 바라며...



몇 걸음 더 옮겼다.

딱 한 걸음만치를 남겨두고

내 앞엔 민아가 서있었고, 민아 앞엔 내가 서있었다.



" ... 왠일이야? 온다는 얘기 못들었는데.."

" 아침에 집에 갔더니 엄마가 올라갈 준비 하고있더라고..

그래서 답답하기도해서 한 번 올라와봤어. 오빠도 볼 겸.. "

" ...."

" 오빤 있다 저녁이나 되야 시간 난대."

" 응 "



민아의 말엔 가시가 없었다.

예전의 민아가 도도한 장미였다면

오늘의 민아는 부드러운 들꽃 같았다.



" J 왔냐? "

" 어~ 엄마."

" 다 와서 배가 아프길래 도착할 때까정 어찌나 참았던지.. "

" ..... "



차에 타서 시동을 걸자마자 엄마는 침묵을 깨트렸다.

말을 이 때 써먹을려고 아껴둔 분처럼..



" 설에 내려오면 가져가라고 뭐 안싸들고 왔데이 "

" 알아. 일주일뒤면 내려갈건데 뭣하러 올라와? "


엄마가 굳이 대답하지 않으셔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지난 내 생일을 미처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 때문일 것이다.

엄만 괜히 말을 돌렸다.


" 배고프다 뭐부터 좀 먹자 "

" 뭐 먹으러 갈까? ... 민아야, 넌 뭐 먹고 싶어? "


용기를 냈다.

창 밖으로 시선을 아무렇게나 던져둔 민아를 룸미러로 힐끗 바라보며 물었다.

들떠있는 내 목소리를 눈치라도 챌 것만 같았다. 그렇게나 부끄럽고 어색했다.

" ..... "

" ..... "

괜히 말 걸었나... 가시가 없다고 여겼던 건, 내 착각이었나.. 라고 후회가 시작될 무렵

민아는 입을 열었다.

" ... 나 고기먹고싶어 "

" 응? "

엄마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언제 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 지냈냐는 듯

민아와 나의 평범하디 평범한,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 언니 집 앞에 삼겹살 맛있는데 있다며? 거기 가자 "

" ... 어. 그 집 삼겹살 죽이지~ 엄마도 오케이 ? "

" 그랴. 거기로 가자 "


자꾸만 입가로 삐질삐질 웃음이 나왔다.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얼마만에 느껴보는 기쁨인지 모르겠다.


' 언니 '


그 모든 게 12년 만이었다.

12년만에 맞는 주말..

이제야 우리 집에서도 '웃음꽃'이란 걸 피울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좋은 날 아버지는 어디에 계신걸까...



엄마도 민아의 의외행동에 덩달아 기분이 좋으셨는지 운전하는 내내 수다를 늘어놓으시기 바빳고

민아는 그 뒤로 한 마디도 하지 않은채 창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씩 룸미러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획하고 먼저 시선을 피하던 민아는

어렸을 적, 엄마가 모르던 우리 둘 만의 비밀이 생겼을 때 처럼

그런 것들이 생기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털어놓기 바빴던 우리처럼

엄마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눈으로 내게 어떤 말을 하고있는 것만 같았다.

그 어떤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 나도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야했다.

그래야 '비밀'이 되기때문이었다.

그래야 우리 둘 사이에 뭔가가 다시 채워질 것만 같았기때문이었다.



우리만의 비밀대화가 몇 번 오고가고, 엄마의 지칠 줄 모르는 수다가 계속되는 사이에

고기집 앞에 도착했다.

가끔 엄마가 올라오는 날이면 이 집에서 자주 식사를 하곤 했었는데

엄만 이 집 고기가 참 맛있다며 말씀하시곤 했었는데

그 얘기를 민아에게 했었나보다.

그렇게 나 모르는 사이에 둘이서 얼마나 내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런지...

그럴 때마다 민아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