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같은 침대에 누워 주고받은 많은 대화들로 인해
우린 다시 예전의 자매모습을 찾은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쉬웠던 얘기들을 그 동안 왜 그렇게 피했었을까..
하룻밤의 대화로 인해 지난 십여년의 세월이 100% 메꾸어질리는 없었다.
조금씩 마음을 열기로 했다. 민아도.. 나도...
그런 우리를 아버지가 보고계실 것만 같았다. 웃고계실 것만 같았다.
아버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지만
우린 서로 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그게 가족들간의 사랑이라는 걸 그동안 왜 그리도 외면했어야 했는지..
미안하단 말이 없어도 모든 걸 감싸안을 수 있는게 가족의 품이란 걸
민아와의 대화로 인해 비로소 깨닫 게 되었다.
힘든 순간마다 혼자 울어야 했던 내가 얼마나 바보같았는지도 말이다.
늘 가족은 나와 별개이고, 나는 항상 외톨이라고 여기면서
쓰러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은 나의 꿈이라 믿으며 살았는데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을 퍼붓는 가족이란 든든한 버팀목이 있었기에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것이었다.
일요일 늦은 아침,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엄마였다.
민아도 잠에서 깨었다. 지난 밤 이야기들이 꿈만 같아서 어색하기만한 나와는 달리
민아는 벌써부터 12년 전의 그 어린 수다쟁이로 돌아와있었다.
정민의 집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 처음으로 올케에게 먼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 올케, 아기 이름은 정했어? "
다들 적지않게 당황한 모습들이 쓴웃음을 짓게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무심한 사람이었는지 또 한 번 나를 찔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표현에 익숙하지 않은 나여서, 말하지 않아도 신경쓰고 있단 걸 알고 있으리라 여겼는데
한 번 스치는 말뿐일지라도, 때때론 그런 말도 필요하단 것을 다늦어서야 알게된 순간이었다.
" 아직 안정했어요. 친구들이 애기 이름가지고 고민할 때 뭘 저렇게까지 고민하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막상 제 애기라고 하니까 그게 엄청난 부담이더라구요. 제가 엄마가 되긴 되는건가봐요. 호호
이 참에 형님이 하나 지어주시겠어요? "
" 애기가 나처럼 크면 어떡해? 난 못해. "
나의 말에 다들 웃었다. 엄마는 고개까지 끄덕이면서 말이다.
" 하모~ 쟈처럼 크면 너거 감당 못한다잉. "
" 누나같이 크면 나 등골휘어."
따뜻했다. 꽁꽁 얼어붙었던 마음이 자꾸 눈으로 흘러나오려고해서
참느라고 혼이 났다. 내 모든 눈물까지도 다 이해하리란 걸 알면서도
난 그렇게 가족들 앞에서 우는 모습조차 부끄러워했다.
엄마와 민아를 기차역까지 바래다주고 집에오니 5시.
한 주가 또 이렇게 지나가는가보다.
편의점에서 사온 라이터를 들고 입에 담배 하나를 물었다.
담배연기 사이로 H의 얼굴이 스쳐지났다.
헤어졌어도 헤어지지 않은 것만 같이 지내온 시간이 벌써 몇년째 계속 되고 있다.
헤어지자 말할 때 그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도 그러할까...
휴대폰이 울렸다. 끝번호 네자리만보면 M이었지만
'어라? M은 미국에 있을텐데?' 하며 딴사람이겠지하며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 "
" 누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