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한숨도 못잤다.
어머니가 곧 세상을 뜰 것 같다는 의사의 말에 이번 주말에도 가슴만 졸이며 병원에서 보냈다.
어머니께서 입원하신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렇게.. 가신다.
그렇게 건강하셨던 어머님이 1년도 채되지 않아 쓰러져가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있으면서도 실감이 나질 않는다.
그냥 잠깐 몸살을 앓는 것 같아서..
곧 퇴원하셔서 다시 예전처럼 같이 약수터도 다니고, 여행도 다니실 것만 같다.
실감이 나지 않아서 눈물도 아직 나오질 않는다.
아버지는 연신 한숨만 내쉬며 담배만 피워대시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의 폐를 걱정하신다.
가서 먼저 자리잡고 있을테니 천천히 오라고 하신다.
아들이 되어서, 지난 30여년간 내가 받은 사랑을 제대로 돌려드리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가신다고하니 그저 후회만 될 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짐작하셨는지 어머닌
" 너 웃고 밥 잘먹고 씩씩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애미는 행복했단다. "
연신 그 말씀만 하신다.
" ...... 다만... "
말 끝을 흐리시는 어머니의 다음 말을 나는 알고 있다.
아마 J 때문이리라..
오후엔 명호가 다녀갔다. 참 고마운 녀석이다.
어머닌 명호에게 오랫만에 보는데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하다고만 하셨고
명호는 아무 말 없이 어머니의 손만 잡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싶다.
오늘처럼 그녀가 미칠듯이 보고싶은 적도 드물었다.
지금이라도 전화해서 투정을 부리며 빨리 나오라고 할 것만 같았다.
환하게 웃으며 내 품으로 안겨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바램일 뿐...
헤어진 이 후, 옮겨진 그녀의 집을 알아내고는
그 앞에서 밤새 서성거리며 연신 줄담배만 피워댔던 날들.
다음 날 아침이면 그런 나의 흔적을 보고 내가 생각나서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바랬던 날들.
돌아오지 않더라도 한 번쯤 나를 떠올려주길 바랬던 날들..
후배놈들에게 일부러 그녀와 만나 그녀의 사진과 소식을 가져오라고 했었던 날들...
다 부질없는 일인 것을 알면서도 행했던 그 모든 일들과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가슴까지 닿았다.
그렇게 가슴에 닿은 기억들은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명호는 오늘 J에게 어머니의 소식을 전할 것이다..
J는 제일 먼저 나를 떠올리겠지.
무슨 생각을 할까. 나를 떠올리면서 마음아파할까. 아직 혼자라는 소식을 들었을까...
그녀가 행복하길 바란 건 사실이지만,
누구를 만나 사랑을 하건, 그녀의 가슴 속에서 내가 잊혀지지는 않을 거란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녀가 혼자라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심 안도했던 나였다.
어머니의 편지를 본 그녀가 병원으로 올까봐 혹시나하는 마음에..
아니 '기대'라고 말해도 좋을 설레임에
집에 잠깐 들러서 옷을 말끔히 차려입고 면도도 하고 왔다.
그 긴 세월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듯한 모습으로..
아마,, 어머닌 이런 나를 보며 더 마음아파 하셨으리라.
어머니 곁에 앉아 잠깐 잠이 들었나보다.
우렁찬 명호의 목소리에 잠이 깼다.
버릇처럼 바라본 시계는 10시가 조금 넘은 시각..
" 어머니~ 형~!! 명호 또 왔슈~ "
명호였다.
그리고 명호의 뒤를 따라 그녀가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