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게임실행 및 홈페이지 이용을 위해 로그인 해주세요.

시인의 마을 셔스
J의 주말 - 15. 문
370 2007.03.04. 23:38

문 앞이다.

저 문을 열면 침대 위엔 어머님이.. 그리고 그 옆엔 아버님과 H가 있을 것이다.

몸이 떨려왔다.

명호는 그런 나를 잡았다.

" 누나, 좀 있다가 들어갈까? "

" ...... 아니. "

" 알았어. 문 연다? "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문을 들어서면서 명호는 큰 소리로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어떤 말을 먼저 해야할까, 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할까..

생각은 많이 했었지만, 막상 직접 마주하게되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미소라도 보여야하는건지.. 냉정하게 어머님께로 시선만 고정시켜야하는지...


명호의 목소리에 H와 어머님은 깨어난듯했고,

나의 등장에 H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버님은 자리를 비우신 모양이었다.


눈이라도 마주칠까봐 바닥만 보면서 들어왔는데,,

어머님만 보려고 고개를 들고 침상으로 눈을 돌렸는데

하필 자리에서 일어나던 H때문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 쪽으로 굳어졌다.

눈이 마주쳤다.

난 그 자리에서 더 이상 걸음을 옮기지 못하고 멈춰버렸다.


'왜 그렇게 슬픈 눈을 하고 있는거야? 나 반갑지 않아?

당신 눈.. 전혀 행복해보이지 않잖아. 나 없으면 행복해야하잖아.. 이 바보같은 사람아..'

코 끝이 짠해져왔다.



" ....... "

" ........... "


다행이라고 해야하는건지..

멈춰버릴 것만 같았던 그 순간을 어머님의 목소리가 깨트려놓았다.


" ..... J.. 니? "

" ......... "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신 것인지, 내가 맞는지 확인하시는 것인지

야윌대로 야위신 어머님은 눈을 가늘게 뜨시고 나를 쳐다보며 다시 한 번 물어보셨다.

" J..? J구나! 그렇지? "

" ....... 네.. 어머니.. "

" 아이구.,, 아이구.. J야.. 우리 딸 J... 어서 오렴.. "


H의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어머니 쪽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H의 옆에 서게 되어버렸지만..

바로 옆에서 그의 향기와 온기가 느껴졌지만, 눈을 바라보는 것보단 한결 견디기 쉬웠다.


어머니는 내 얼굴을 한참을 쓰다듬으시며 보시고는, 나를 안고 한참을 우셨다.

" 아이구.. 내 딸... 우리 딸 J....... 너 못보고 갈까봐 얼마나 가슴졸였는지 아니.. "

" 죄송해요... 죄송해요.. 어머니......... 정말 죄송해요.. "

나도 어머니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다.


감정을 추스리고나니 명호와 H는 병실에 없었다.

어머닌 나의 손을 꼭 잡으시고는 놓지 않을려고 하셨다.

"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한 번씩 다녀갔어..

문이 열릴 때마다 니가 올까봐 어찌나 기대했던지... "

" ...... "

" 잠도 제대로 못잤어.. 나 자고있는 동안 너 다녀갈까봐서..

이렇게 손이라도 한 번 잡아보지못하고 가는 건 아닐까.. 싶어서.. "

" 죄송해요 어머니.. "

" 그런 말 그만하거라.. 그냥 반가워서 하는 투정일 뿐이야.. "

" .. 네.. "

" 그간 어떻게 지냈니? "

" .... 별 다른 일 없었어요.. 전에 다니던 그 회사 쭉 다니면서, 그냥 평범하게 지내요. "

" 그래. 그래... 어머님은 건강하시고? "

" 네. 여전하시죠.. "


그간 못다한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 와중에도

어머닌 내 얼굴을 쓰다듬으시기에 바빴다.


" 아차.. 내일 출근해야하지? "

" ....... "

" 그래.. 피곤하겠구나. 이만 가보렴.. "

시계는 1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난 어찌할바를 못해 머뭇머뭇거리며 입을 떼었다.

" ... 그럼 내일 또 올게요.. "

" 그래. 가서 쉬어라. "

" 네. 주무세요.. "

돌아서려는 찰나에 문이 열리며 명호가 들어왔다.

" 어무니~ 얘기는 끝나셨수? 어? 누나 갈려고? 아 내일 출근해야 하는구나? "

" 응.. 내일 다시 와야지.... 넌? "

" 뭐 나야.. 한국서 할 일이 있나.. 백수인디.. 그냥 여기 있어야지."

" 그래. 그럼 내일 보자 "

" 응."

" J. 잘 가라."

" 네. 어머니. 쉬세요. "

명호를 스쳐서 지나가려는 순간, 명호는 내 어깨를 세게 잡았다.

놀라서 쳐다본 명호는 살짝 윙크를 해보였다.

명호는 밖에 H가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H는 나 때문에 병실에도 들어오지 않으려했을 것이고

명호와 입씨름을 하다가 결국 명호만 들여보냈으리라...


" 누나 잘가. "

" ... 응. "


문 앞이다.

이 문을 열면 H가 있겠지.

손잡이로 손이 올라가지 않았다.

헤어지기 전이었다면 망설임없이 문을 열었겠지..

아니, 이런 상황이 오지도 않았겠지.

내일 퇴근 후에 다시 온다고 약속을 했으니 어차피 또 마주치겠지..

말을 건네려면 지금 건네야겠지...

라며 마음을 다잡고 문을 열었다.


오른쪽 복도에 놓인 의자에서 눈길이 느껴졌다.

H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