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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J의 주말 - 16. 대화
366 2007.03.07. 01:05

" 지금이 아니어도 가능 한 일과

지금 아니면 안되는 일들이 있어."

" .... "

" 연애는 당장 지금이 아니어도 나중에 얼마든지 가능한데,

너는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다.."


1학년 여름방학, 학생회 사람들끼리 바다로 MT를 갔었다.

술자리가 한창인 시끌시끌한 분위기를 틈타

나를 밖으로 불러낸 그가 고백하면서 했던 말이다.

" ... 돌리지 말고 그냥 담백하게 말하면 안돼? "

내딴엔 쑥쓰러워 그렇게 밖에 되물을 수 없었는데

후에, 그는 그 때의 내가 어찌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른다고 했다.

" ... 그럼 뭐 어떻게 말해야 하는 건데? "

" 그냥 뭐... 깔끔한 거 많잖아~ 나랑 사귀자. 나 너 좋다. 뭐 이런 거? "

" ... 보통 여자들은 말로는 그렇게 해도, 속으론 느끼한 멘트를 더 좋아한다던데? "

" 누가 그래? 나 그런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

" 아는데,, 너도 여자라서,, 혹시나 먹혀들어갈까.. 하고,, 구역질나는 거 감수하고 준비한 멘트인데... "

" 나한텐 나만의 방식으로 접근해야지~ "

" 후.... 그래.. 다시 할게 "

" ...... "

" J ~ "

" ...... "

" 대답해 "

" ..... 응. "

" 너 내 여자해라 "

" 풉.. 내가 물건이니? "

" 아 진짜.. 말 좀 돌리지 말고..!! 나 진지하단 말이야. "

" 나도 진지해. "

" 나 너 좋아한다고!! 그래서 지금 고백하고 있다고!! "

" 알고 있다고!! "

" ..... "

" ....... "

" ..... 대답..... NO 야? "

" ........ "

" 후.. 알았어. 그럼.. 돌아가자. "

" 알긴 뭘 알아? "

" 뭐? "

" 나 아직 대답 안했는데? "

" ... 말 안하는 거 보면 뻔하지 뭐.. 그냥 가자. 대답은 들은걸로 할게."


'- 안 돼... 이대로 가면... '

뒤돌아선 H의 웃옷을 잡아당겼다.

" 어? "

" 나 아직 대답 안했다고 했는데 이게 어디서 누님 말을 무시하고 그냥 가? "

" 뭐? "

" ..... 대답..... 할게.. "

" ... "

" 내 대답.....NO 아니야.... "




나를 바라보는 H의 얼굴을 보고있자니, 갑자기 그 때가 떠올랐다.

피식 웃음이 낫다.

설레임, 긴장, 조금의 두려움 등 복합적인 말을 하고 있는 지금 그의 표정이

아마 그 때와 비슷하리라..

웃으며 H 옆자리에 가서 앉자 H도 피식 웃었다.

내가 좋아했던 그 눈웃음, 눈가에 지는 주름, 올라가는 입꼬리,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려온 것처럼 그 모두가 예전 그대로였다.


" 너도 나랑 같은 생각 했어? "

" 아니. 무슨 생각? 나 아무 생각 안했는데? "

" 근데 왜 웃어? "

" 아줌마, 거울도 안보고 살아? "

" 뭔 소리야? "

" 아줌마 얼굴. 방금 전에 진짜 웃겼어.. "

" ...... "

" 술 한 잔 했나보네? "

" 어.. 쫌... "

" 쫌이 아닌데? "

" ...... "

" 뭔 힘든 일 있냐? "

" 아니. 오랫만에 명호봐서 그냥 한 잔 한 것 뿐이야. "

" 그래.. "

" ...... "

한참동안 아무 말 없는게 어색했던지

H는 자세를 앞으로 당겼다.

팔꿈치를 무릎에 대고, 두 손에 깍지를 낀 채, 그윽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은 너무 그윽해서 슬퍼보이기까지 했다.

문득

그의 행동 하나. 머리카락 한 올. 숨소리 하나.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한 때는 모두 다 나의 것이었는데,,

그의 품 안에서 같이 숨을 쉬고, 눈을 뜨면 항상 그가 있었고,

그의 손톱, 발톱에 있었던 때까지 모두 다 나의 것이 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는데...


그 모든 것을 잃어버린채 살아온 내가 원망스러워진 건

단순히 지난 세월에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그는 관심있는 미술품을 바라보듯 나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눈 깜박거림 한 번, 미세한 떨림들, 어색한 시선처리, 모두 다 들킬 것만 같았다.

마음을 읽히고 있는 것만 같았다.

쑥쓰러워서, 또 조금은 부담스럽기도해서 외면하며 물었다.

" 뭘 봐? "

한 번 더 의미없이 훗. 하며 미소를 짓고 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앞을 응시했다.

딱히 어딘가로 시선을 고정시킨 게 아니라, 그냥 아무렇게나 던져둔 것이다.


그렇게 아무렇게나 던져둔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서

그는 내 모습을 그려볼 것이다.

그가 이야기를 한다면, 나를 그리며 이야기 할 것이다.

그는 그런 사람이니까...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바라본그의 옆 선은 많이 야위어있었다.

가슴이 저려오기 시작했다.

" 명호 말대로 할마씨 다 됐네.. "

" ... 사돈 남말 하시네요, H씨.. "

" 게으름피지말고.. 귀찮더라도 관리 좀 하고 살어. "

" ...... "

" 우리 나이 벌써 서른 둘이야... 시집은 가야할 거 아냐.."

" .... "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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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의 주말..

마지막에 꼭 쓰고 싶은 멘트가 있어서...... ㅡ,.ㅡ;

단순히 그 멘트를 '꼭' 쓰고 싶은 욕심에 마지막 장면을 1편을 쓸 때 부터 정해놓았었습니다.

어쩌면 그 멘트를 이끌어 내기위해 J의 주말을 끄적이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별 것아닌 멘트이지만, 꼭 써보고싶은..ㅋ


암튼,,,,,, 마지막만 대충 그렇게 정해놓았지

세세한 계획없이 그 날 구상하고 그 날 적어나가는 식으로 쓰고있는 중이라

정확히 몇 판이나 더 이어질지 모르겠습니다만...

곧 끝날듯합니다..ㅋㅋ



매편마다 쓰기 전에 3~4편 전부터 다시 훑어읽는 버릇이 생긴데다가

전편들을 쭉 읽어내려가면서 모자란 부분들을 보충하고 또 수정한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 곳에 글을 올렸을 때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부분도 있습니다..ㅋㅋ

시간 많으신 분들은 다시 한 번 훑어보심도.... ^^ㅋㅋ


그리고..

최근들어서 제가 사정상 제 편지함인.. 담다디란 캐릭터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마다 유저분들의 '잘 보고 있다'는 한 마디가 어찌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ㅋ

무지무지하게 감사합니다..ㅋ

뭐 대놓고 자기소개에 제 편지함이라고 떠들고 다니고 있긴하지만서두..ㅋㅋ


봄 입니다.

아무쪼록 일, 공부, 사랑.. 열심히 하시구,

활기찬 '시작'이 되기를..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