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일을 대충 끝내놓고 좀 앉아있자니 노인은 좀이 쑤신다.
기어이 비료 한 포대, 삽 한자루를 리어카에 싣고 집을 나선다.
리어카는 노인의 삶이다.
논밭은 그의 자식들이다.
비료는 일생이다.
삽 한 자루는 자식들의 꿈과 욕심이다.
부모된 죄로 일생을 다바쳐 자식을 키워내고
자식된 자들의 욕심은 노인의 어깨를 무겁게한다.
그 것들은 노인의 삶이 다할 때까지 리어카를 끌게 할 것이다.
'삶'은 또 리어카라서 삶이 다 할 때까지 노인은 삶을 끌어갈 것이다.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모든 것을 실은 리어카는 덜컹덜컹 다 닳은 바퀴로 노인을 따라 같이 걷는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리어카와 함께 했는지 모른다.
놓치거나 버릴 일은 없다. 삶이니까.
" 비료치러 가는교? "
" 오야~ "
" 날도 추운데 집에서 좀 쉬시지예~ "
들은둥 마는둥 손짓을 하고
노인은 느릿한 걸음으로 도로를 건넌다.
위험하고 아찔하다.
위험하고 아찔한 것을 모르는 듯 노인은 도로를 건너간다.
자식농사에 굽어진 허리,
세월에 그을린 까만 피부,
청춘이 언제 스쳤다 갔는지도 짐작 못 할 정도의 깊은 주름,
여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넉넉한 잠바와 바지,
시간의 먼지가 쌓인 흰 머리,
못다한 미련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흙투성이 장화,
다소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의 뒷모습,
그 모든 것들이
지나온 노인의 삶을 대변해주고 있다
보는 젊은이는 속이 터진다
느릿느릿 걸어서 언제 일을하고 언제 점심을 잡수실런지..
논에 가는데만도 한나절이다. 한나절.
젊은이는 속이 터진다
그런 젊은이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월아 네월아
흥얼흥얼 세상을 노래하는 노인의 발걸음은 시계 초침처럼 일정하다
시계 초침보다 느리다
시계 초침만큼 쉬지 않는다
노인의 곁을 젊은 부부가 탄 오토바이 한 대가 스친다
노인은 오토바이를 바라본다
쉬지않고 길을 옮기던 노인의 두 발이 멈추고 리어카도 멈추고 시간도 멈췄다.
그 사이로 아직은 매서운 바람이 스친다.
먼 산 한 번 바라보고 오토바이가 사라져간 그 곳을 바라본다.
먼지 가득한 저 길 모퉁이를 돌면 노인이 한평생 일군 논과 밭이 있을 것이다.
노인이 살아온 인생길도 저 곳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다.
노인은 다시 리어카를 끌어간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시위하듯
느릿한 걸음으로 삶을 노래하며
* 님들... J의 주말.. 어떡해여.... 다음 편 구상이 힘들어여;; ㅠㅠ
거의 마지막 편이 될듯한데, 표현 하고싶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리도 안되고...
그것들 다 담아내면 꼬질꼬질해질까봐... 덜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