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느 때 감동을 느낄까?
초등학교 5학년때 어머니와 함께 드라마를 본 적이 있었다.
단편으로 소년과 소녀가 만나서 불행을 겪다가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는 그런 내용이었다.
눈물을 참으며 쿨쩍이고 있으니 어머니가 놀렸다.
"너 지금 이거 보고 우니?"
그 또래의 사내라면 강인한 남성상을 동경하는 지라.
나는 너무나도 창피했고 감기가 걸려서 콧물이 나온 것 뿐이라는 구차한 변명을 해야했다.
그리고 얼마전. 어머니와 함께 TV에서 하는 영화를 보고있었다.
한 여자가 세상으로부터 버림받고. 남자마저 그녀를 떠나는 꽤나 슬픈 내용이었다.
눈물을 연신 찍어내시며 영화를 보신 어머니.
문득 이런 말씀을 하신다.
"쟤는 감정이 메말라서 저런걸 봐도 슬프지도 않나봐"
어머니..-_-; 초등학교 때의 일은 송두리째 잊으신겁니까..
어머니의 영향인지는 몰라도
나는 사람들 앞에서는 결코 눈물 짓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혼자서 감동적인 작품을 보고 난 후엔
가끔 여운에 잠겨 남몰래 눈물 흘리곤 한다.
내가 눈물이 날정도로 감정이 격해지는 때는 그리 많지는 않지만
눈물날 정도로 감동적으로 작품을 감상한 것이라기 보다는
극중 인물에게 감정이입해서
그 사람이 눈물을 흘리는 대목에서 왈칵 눈물이 쏟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눈물 흘리는 나약한 울보녀석은 아니다-_-;
가끔. 정말 가끔 그럴때마다
내가 이런 감정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내가 놀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