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는 무슨 맛일까?'
궁금해할 것 없다.
8년가량 담배를 줄기차게 피워온 나도 무슨 맛인지 잘 모른다.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거의 대다수의 흡연자들이 담배가 무슨 맛인지도 모르면서 핀다.
나의 흡연은 친구의 도발에서 시작된다.
고등학교 졸업후 1년이 지난 동창모임에서
한친구가 나에게 담배를 내밀었고
비흡연자였던 나는 당연히 그 담배를 거절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피식 웃으면서 하는 말
"담배를 '안'피는게 아니라 '못' 피는 거겠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생 새내기들은 스스로 자신을 다큰 성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어른'대우 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고
기껏해야 술담배를 살 수 있다. 정도의 특권밖에 남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한껏 어른흉내를 하던 친구에게 발끈했던 것이
내 흡연의 시작이었다.
담배를 빨아 그 연기를 가슴깊이 들이마신 후 내뱉았지만
맵거나 역겹지 않았고 나는 별 거부감 없이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그 이후로 가끔 권해주던 담배를 받던 것이 어느새
하루에 반갑 이상을 피우는 흡연자가 되어 버렸으니
자격지심과 허영으로 똘똘 뭉친 내 자신을 원망할뿐이다.
아무튼 처음부터 담배를 능숙하게 피웠던 나지만
담배를 왜 피는지 알게 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일이 걸렸다.
흡연을 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피워보면 알거야" 라는 모호한 대답을 들려주기 일쑤였고
담배를 피면서 일어나는 가벼운 일산화탄소 중독을(머리가 핑 돌고, 손끝이 저리는것 등)
담배의 맛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흡연자들도 있었으니
흡연자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담배에 대해 박식한건 아니라고 봐도 된다.
그럼 왜 피는가. 맛도 모르면서.
그것에 대해서도 나는 뾰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안피면 땡길 뿐.
왜 피워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저 피우고 싶다.
그러니 나는 담배 맛도 모르고, 왜 피는지도 모르면서 피는 -_- 얼간이중의 얼간이이다.
아참. 대다수의 흡연자가 나랑 같다니깐..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야 저마다 다양하지만
가장 꼴불견인 핑계중 하나는
자신이 애국자이기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사람이다.
담배값의 절반이상은 세금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은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애국자라는 것이다.
거참.. 이런 핑계좀 대지 말자 쪽팔린다.
반면 가장 설득력있는 이유로는
잠시나마 시름을 잊게 해준다 라는 담배의 효능이다.
시름을 담배와 함께 태운다.
시름을 재와 함께 털어버린다.
시름을 연기속에 날린다. 표현이 있는 것처럼
흡연자들은 담배피는 행위를 통해서 시름을 해소한다.
근데 그 시름은 왜 생겼는지. 알아볼일이다.
담배를 잠시동안 피고 있지 못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담배를 피움으로 해결되는 것일뿐.
결국 시름은 담배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니 주객전도도 유분수다.
애초에 담배를 피지 않는 것이 시름을 태우고 날리고 털어버리는 첫번쨰 길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마지막으로 내 글을 읽는 비흡연자들은 앞으로 담배맛에 의문을 가지지도
'못'피운다는 빈정거림에 발끈하지도 말것을 당부드리며
세상모든 흡연자들이 금연에 성공할 수 있도록 기원한다.
물론 나를 포함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