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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벚꽃이 필 때 쯤
92 2010.02.13. 00:15

어느새 뒷머리가 목덜미까지 내려와 미루고 미뤄왔다는 생각에 오늘은 꼭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지만 그래도 가시지 않은 귀찮음은 머리를 말릴 때까지 계속 됐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 보았을 땐,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이 너무나 낯설어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고 나온 후부터 다시 이어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리기 전 정류장이었나

아...... 11월이었구나, 가을이었구나.

흩날리는 낙엽에 깨닫게 되었다.

생명이 다해 떨어진 잎이 더 많은걸 보니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가 했는데 끝나가고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기억났다.

내 머리를 잘라주던 미용사의 말이

남아 있는 머리보다 잘린 머리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바보 같아 사랑이 끝난 후에야 그게 사랑이었단 걸 알고,

가을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가을인 줄 알았으니 말이야.



겨울인 줄 모르고 살다가 눈이 녹을 때 쯤 겨울이었구나 싶다가

봄이 오고 벚꽃이 필 때쯤 다시 뭔가를 깨닫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