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뒷머리가 목덜미까지 내려와 미루고 미뤄왔다는 생각에 오늘은 꼭
머리를 감고 샤워를 했지만 그래도 가시지 않은 귀찮음은 머리를 말릴 때까지 계속 됐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내다 보았을 땐, 낙엽이 수북히 쌓인 길이 너무나 낯설어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머리를 자르고 나온 후부터 다시 이어진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내리기 전 정류장이었나
아...... 11월이었구나, 가을이었구나.
흩날리는 낙엽에 깨닫게 되었다.
생명이 다해 떨어진 잎이 더 많은걸 보니
이제 가을이 시작되는가 했는데 끝나가고 있었구나
그러고보니 기억났다.
내 머리를 잘라주던 미용사의 말이
남아 있는 머리보다 잘린 머리가 더 많은 것 같다고.
바보 같아 사랑이 끝난 후에야 그게 사랑이었단 걸 알고,
가을이 다 끝나갈 무렵에야 가을인 줄 알았으니 말이야.
겨울인 줄 모르고 살다가 눈이 녹을 때 쯤 겨울이었구나 싶다가
봄이 오고 벚꽃이 필 때쯤 다시 뭔가를 깨닫는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