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에 관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던
'그놈목소리' 라는 영화에 이런 대목이 있다.
설경구가 자식이 유괴된 상황에서 태연히 식사를 하고 있자 아내가 그에게
"지금 밥이 목에 넘어가?"
라고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무덤덤한 남편에 대한 분노였을까?
자신만 슬퍼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억울함일까?
내가 설경구라면..
그럼 다같이 밥을 먹지 말아야하냐?
너도 언젠간 밥을 먹을거 아냐?
결국 먹을 거면서 왜 안먹는 건데?
한끼라도 안먹은 너는 지금 나보다 더 슬퍼하는 거냐?
나도 지금 슬프고 당혹스러워. 하지만 밥을 먹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잖아?
밥을 먹는 것과 슬퍼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야!
라고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하지만 말하진 못하고 짜증을 삭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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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슬픔에 목이 미어져 밥을 못먹은 적이 없다.
분노에 몸을 맡기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폭력을 휘둘러본적도 없다.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다녀 본적 역시 없다.
하다못해 설레임에 잠못이룬 경험조차 없다.
솔직히 의구심이 든다.
장례식장에서 울부짖다가 혼절하고,
방에있는 물건들을 전부 집어던지고 부수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서로 얼싸안고 입맞추고,
며칠씩 식음을 전폐하고 누워있는 그런 행태들이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쇼'는 아닐까 하고 말이다.
기쁨의 표현은 접어두고서라도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자신의 슬픔이 옅어질까?
과연 그렇게 한다고 해서 떠난 사람이 돌아올까?
결코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 왜?
난 슬퍼.
슬픔을 표현해야해.
운다. 소리친다. 먹지 않는다. 잠자지 않는다.
그렇게 슬픔을 납득할 때까지 표현한 이후
이제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일부로 받아 들이는 것은 아닐까.
한편으로는 감정표현을 마음껏 하는 이들이 부럽기도 하다.
난 언제나 내 마음에 묻어두고 마니까.
속으로 삭여 버리고 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