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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할머니
582 2007.09.20. 02:28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다.

하던 일도 잠시 쉬고 있었고, 집에서 뒹굴뒹굴 거리려는 찰나에 밖에서 누군가 없냐고 부른다.

나가보니,, 지금은 고인이되신 흰 백발머리를 비녀로 곱게 꽂으신 동네 할머니..

자식들은 다 타지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마누라를 먼저 보낸 아들과 단 둘이 사는 그 할머니께서

웬일로 우리집을 찾으셨을까.. 의아해하던 찰나..

잠시 자기 집으로 가자고 한다.

할머니댁으로 향하는 길,,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손녀딸이 3시 버스타고 온다고 했는데 아직까지 (오후 4시쯤..) 오지 않았다며,,

전화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아들래미가 밖에 나가서 전화도 못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안오길래 찾아왔다며,,

번호가 적힌 종이를 주며 전화 좀 걸어달라셨다.

같이 동네에서 어울려 놀던 언니,,,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런지 상상조차 가지않는 그 언니에게

전화를 걸고,,, 한 번에 받지 않아 3통 정도를 더 하니 상대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길래

할머니께 바꿔드리고,,, 통화가 끝나자

7시쯤 되야 도착한다고, 영섭(할머니 손주이름이다)이는 5시면 온다고,,

묻지도 않은 말씀을 하시고는

고구마 삶아놓은 거 있다고 먹고 가라신다..

때마침 출출했던(-_-;;) 나는,,

맛깔나는 김치와 함께 고구마를 2개정도 집어먹고 집에왔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엄마랑 같이 밖에 나갔다가 오는 길,,

할머니는 그 추운날 버스 정류장에 계셨다..

아직도 기억한다. 그 때가 6시 반이었다..

그 추운 날,,,,




그리고 그 다음 날,

대낮에

읍내(집이 워낙 시골이다보니.. 시내가 아니라 읍내가 되는군요..ㅎㅎ) 를 어슬렁 거리는 와중에

그 할머니를 봤다.

" 어디갔다 오세요?"

" 난희(그 언니 이름이다..) 가는 거 보고 이제 집에 갈라고.. "

" 언니 벌써 갔어요? "

" 더 있다가 가라캐도, 일때매 안된다는데 우야노.. "

그러면서 나한테 무슨 봉지를 주신다..

"아까 난희 가다가 먹으라고 2천원어치 샀는데, 안먹는다 캐서..

내 먹을라 하잉께 하나 먹으니까 못먹겠더라고,, 가져가서 먹어라.." 며 붕어빵을 건네주신다..

" 네. 잘 먹을게요.. "

" 식어서 맛이 날랑가 모르겠다.. "

" 아니에요~ 지금 집에 가시게요? "

" .. 하모.. 가야제... 가야제... 이제 가야제... "

" ... "

"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고...... 잘 살그래이... "

" 네.. 안녕히 가세요.. "

그리고는 뒤돌아서며.. 낡은 지팡이에 굽은 허리를 의지한 채, 한 걸음씩 옮기시며

" 가야제... 하모.. 인제 가야제.. 갈 때 다 됐제... " 라고 연신 말씀하셨다..

그 땐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리고 다음 날,

할머니는 정말로 가셨다.... 하늘나라로....

그렇게 되리란 걸 아셨는지,,,

그 날, 1년에 많아야 5~6번 고향집을 찾는 손녀 딸을 애타게 기다린 것도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서라고....

나이 18에 이 동네로 시집와서, 70여년을 이 곳에서 보내신 할머닌..

가기 전날엔 동네 집집마다 한 번씩 둘러보고는 덕담 한 마디씩 남기고 가셨다고,,

장례식을 다 치른 그 몇 일 뒤,,

할머니의 아드님과 아버지께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하신 말씀을 엿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