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에서 피랍됐던 마부노호 선원 3명도 참여 ::
“국민들 덕분에 고향 땅을 밟았으니 이제 그 은혜를 갚아야지예.”(한석호·40·마부노호 선장)
14일 오후 2시 충남 태안군 이원면 꾸지나무골 해수욕장.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해적에 피랍된 지 반 년 만인
지난 달 4일 석방된 마부노호 선원 3명이 흡착포와 헌옷을 들고
바위, 자갈에 묻은 검은 기름띠를 닦아내고 있었다.
이들은 전국해상산업노조연맹 관계자 20명과 함께 이날 오후 2시부터 자원봉사를 했다.
이들은 해적으로부터 풀려날 수 있도록 성금을 모아준 국민들에게
미력이나마 보답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다.
마부노호 선원들은 아직도 불면증 등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다.
해적들에게 맞아 생긴 상처도 채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바다 사람’으로서
바다에 불어닥친 ‘검은 재앙’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고 했다.
조문갑(54·기관장)씨는
“뱃사람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우리 같은 선원들 아니겠느냐”며
“많은 국민들이 태안으로 와 근심에 싸여 있는 어민들을 꼭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선장 한씨는 “우리 마부노호 선원들은 국민들이 보내주신 성원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대일(36) 경기 일산 한소망교회 목사는 “청년부에서 단합대회를 미루고
태안 파도리로 가 뜻있는 일을 하자고 결정해 새벽에 출발한다.”고 웃었다.
이처럼 기독교와 불교, 천주교 등에서도
중앙종단이나 지역별로 청년부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추위를 녹인다.
대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1학년생 40명은
15일 원북면 구례포해수욕장으로 방제 작업을 가는 버스 안에서
올 기말시험 3과목을 치르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김대현(19)군은 “방재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앉아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웅진코웨이는 회사 차원에서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를 태안 현지에 설치할 예정이다.
전국 시·군·구 자원봉사센터는 솜씨 좋은 주부를 뽑아
식사와 커피, 따끈한 국물을 그때그때 제공해 작업능률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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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태안에서 육상 방제작업에 참여한 8만8169명 중
3만8853명이 자원봉사자였습니다.
태안의 기름띠를 벗겨내는 10명 중 4명이 자원봉사자였던 셈입니다.
태안군은 밀려드는 자원봉사자들로 인해
여러 자원봉사 단체와 기업들에 주말 자원봉사 일정을 조정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태안을 덮친 기름띠를 조금씩 지워나가는
이름모를 3만8853명의 자원봉사자 모두가 ‘금주의 인물’입니다.
이들은 건강하거나 시간이 남아서 혹은 할 일이 없어서 태안을 찾은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10일 주부 봉사단체인 ‘전국 주부교실 태안군지회’ 회원 20명과 함께
만리포해수욕장을 찾은 김진화(여·49)씨는
불과 엿새전 난소 절제 수술을 받은 편치 않은 몸이었습니다.
김씨는 2년 전 발병한 난소암 치료를 받은 몸을 이끌고
다른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간식을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허리 한번 펴지 못하고 기름을 퍼올리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에 비하면
봉사활동도 아닌 셈”이라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기말고사와 취업준비에 바쁜 대학생들도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학생들의 성화에 오는 15일부터 이틀간 충남 태안으로 자원봉사를 떠납니다.
중앙대 총학생회도 조만간 태안으로 자원봉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합니다.
기업들도 태안을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11일에는 농협과 삼성, 현대건설이 2300여명의 자원봉사자를 태안에 투입했고,
13일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해양조선 등의 조선업계가
2000여명에 가까운 자원봉사단을 보냈습니다.
교보생명과 하나금융그룹, 국민은행 등의 금융권 역시
1000여명의 자원봉사단을 태안에 보내 방제작업을 도왔습니다.
지난 1997년말 외환위기사태 당시
전국민이 장롱에 넣어둔 작은 금붙이를 꺼내 모아 위기를 극복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검은 기름띠에 뒤덮였던 태안의 바닷가도
자원봉사자들의 조그마한 노력들에 의해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사람의 작은 정성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또다시 보여준 한 주였습니다.
한동철기자 hhandc@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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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이번 태안연안 기름 유출에 관련된 뉴스들을 하나 하나 보면서
가슴이 울컥 뜨거워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를 울릴 수 있는 나라는 대한민국 하나 뿐이라고..
작년 월드컵 때 게시판에 주절거렸던 게 생각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