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밥먹고 화장을 하고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된다고 말했다.
참 열심히 사는 여자 였다...
만약 나보고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회사다니라고 하면 잘 할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그리고 그녀는 능력 있는 여자였다. 지방이긴 했지만 상당히 유명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으니까.
어쨋든 그녀와 나 사이에 메신저는 정말 대단한 역할을 했다.
그녀와 나를 무척 가깝게 만들어 준 계기이기도 했고
헤어지게 된 계기이기도 했으니까..
그녀와 두번째로 친해지게 된 계기..그건 바로 전화통화였다.
늦은 밤 ..그녀와 문자메세지를 주고 받다가
그녀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는 게 불편하다고 전화통화를 하자고 했다.
난 알았다고 말하며 니가 전화 해-_- 라고 말했다.
그녀는 싫다고 했다-_-;
그렇게 다투다가 결국엔 내가 전화를 걸게 되었다.
"여보세요?"
"응.오빠."
"내가 먼저 전화 걸었으니까 5분 지나면 니가 걸어."
"아 진짜-_-남자 맞니?"
그러고보면 직장 다니는 그녀가 더 쪼잔하다.
연봉도 그렇게 많이 받으면서 겨우 전화세 때문에 -_-
순간 머릿속에 좋은 아이디어가 스쳐지나갔다.
"그럼 슬비야.우리 이러지 말고 집 전화로 통화할까?"
"응 알았어"
그렇게 핸드폰을 닫고는 집전화로 전화를했고 우린 옛날얘기를 곁들여
그녀의 첫사랑 얘기도 하게되고 지금하는일 윗상사에 대한욕을 나에게하며
어떻게 생각하냐며 내생각을 묻는 그녀..-_-
할말없게 만드는데는 선수였다.
이런저런얘기를 하다 나온 그녀가 공부하는 사회학..
대학교 안나온 나로썬 이해하기 힘든 대화였다 하지만 그녀는 당당하게
자기가 하는 공부만큼 인정받고싶다며 대화에 자기 전공분야를 섞었다
"...어려운공부를 하네..힘들지않아?"
"사회학만큼 살아있는 학문은없어 굉장히 재미있어 가르쳐줄까?"
날 정말 가르치고싶었는지 이것저것 설명을 한다..대학안나온걸 모르는상황에서
소귀에 경읽기식이라는걸 티내지않게 하기위해 열심히 들었던걸로 기억한다-_-.
"모두가 상식이라고 믿고있는 것에서 재빨리 빠져나와 다른 견해를 제시해야되
즉 상식 파괴의 학문이라고 할수있어"
지금생각하면 미안하지만 무슨뜻인지 정말 몰랐더랜다 그냥 무조건 이해하려했다
"예를들어 니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가족모델은 어떤거야?"
"그러니까 부부가 있고 아이가있고 부모와 아이가 깊은사랑으로 맺어져있고..
남편은 밖에서 열심히 일하고 아내는 가정에서 가사노동을하지 옛날부터 그런거잖아"
그녀가 갑자기 웃으면서 그렇지않다는식으로 말한다.
"실제론 그렇지 않아 초기에는 오히려 여자와 아이들이 더 일을 많이 했어"
"그럼 뭐야 남자는 전부 여자가 벌어오는 돈으로 먹고살았단 얘기야?"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효율성이 좋은 노동자로써 성인 남성들을 동원하게되니까
여자와 아이들이 가정으로 돌아가게된거고 흔히 일반적인 모델로 여기는 현대의
가족형태는 인류 탄생때부터 있었던 절대적이고 보편적인것이 아니라 근대화라는
커다란 사회변동의 의해 생겨단 하나의 형태에 불과해"
말 참어렵게 한다고 이해안된다고 하고싶었지만 대화의 흐름을 끊기싫어서 아는척을했다-_-.
"그럼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여자가 밖에서 일하고 남자가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게
상식이될수도 있다는 얘기야?"
"프로포즈는 여자가 하는게 당연하고 결혼이나 가정도 여자가 주도권을잡게될날이
곧 올지도 모르지"
"요즘은 이미 그렇게 하고있잖아"
"프로포즈도 내가 했듯 내가 나중에 너한테 결혼해달라고 할수도있고 결혼한후
주도권도 내가 잡을수가있다는걸 명심해^^"
순간 섬뜩했다..나와 함께 할수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그녀가..
얼마나 지났을까 통화한시간은 무려 5시간..
"너 오늘 회사늦겠다 잠이 안오니?"
"아니..졸려."
"그럼 자야지?"
"싫어.너랑 통화할래"
"나랑 통화할땐 안졸리나봐?^_^"
"아니.졸려.."
"그럼 어서 자라고-_-"
"싫어.."
아까 한가지 빼먹엇는데 그녀는 참 대책없는 여자였다.
새벽에 5시 30분에 일어나서 출근 할려면 잠을 일찍 자둬야 할텐데..
나와 전화통화를 한번 시작하면 기본이 5시간이였다-_-;
그래서 그녀와 내가 전화통화를 하는 날이면 그녀의 취침은..없었다..
대신 그 다음날 회사에 출근한 그녀의 메신저 닉네임만이 ZZzz로 바뀌어 있을뿐
아무리 자라고 해도 전화를 끊기 싫다던 그녀..자기 싫다는 그녀를 새벽 4시에 겨우 재우고는..
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나는 무슨 사이일까?
서로 사귀자는 말도 안했고 좋아한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상황으로 봐서 둘 중에 한명이 고백을 한다면 ..
한명은 손가락질까지 하며 놀려댈 그런 상황이였다 그만큼 그녀와 나의 사이는
진지함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가벼운 농담과 장난으로 가득 차 있는 그런 사이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 보았다.
4시30분이였다..
그녀가 1시간 자고 일어날껄 생각하니 상당히 가슴이 아팠다.
눈을 감고 누웠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가슴이 콩닥 콩닥 뛰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려왔다.
사랑 같은 거 믿지 않겠다고..
여자따위 믿지 않겠다고..그렇게 수십번도 넘게 다짐했지만..
난 이렇게 다시 설렘에 젖어있고 여자의 한마디에 흔들리고 있었다.
하여튼 그녀와 전화통화를 수 없이도 많이 했었다.
물론 한달뒤에 날라온 20만원이 넘는 핸드폰 요금에 많이 벅찼지만
20만원에 이렇게 한달내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건 더이상 가격으로 매길 수 있는 그런 성질의 것이 아니다.
요즘따라 잘 걸리지도 않고 심심하면 픽 꺼져버리는 나의 핸드폰을 보고 있으면
피식 웃음이 나곤 한다.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난 이 핸드폰이 고마워."
"왜?"
"너의 마법같은 말들을 이 핸드폰이 다 전달해주잖아."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