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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불효녀는 웁니다 - 2
938 2008.02.14. 02:46

어렸을 적, 고된 일을 마치고 돌아오신 아버지는 늘 등을 밟아달라고 하셨다.

그 때의 나에겐 그게 하나의 놀이였다.

당장 아버지 등 위에 두 발을 올리고 신이나서 밟았다.


그러다

두 발이 한 발이 되기 시작 한 건

세벳돈이 고스란히 '내 돈'이 되어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더 이상 '놀이'가 아니라 나를 귀찮게 하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것 또한..

그 이후로 아버지의 등은 보기가 힘들어졌고

나의 발 대신 두어장의 파스가 아버지의 등을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동생의 교복입은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고

어머니가 하셨던 매질의 아픔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이든 앉은자리에서 뚝딱해치우는 아들과는 달리

자고 일어나 입맛이 없어

아침밥을 한 술 두술 뜨다가 5분도채 되지 않아 자리를 뜨는 딸자식을 학교까지 태워다주시며

뭐라도 사먹으라고 한푼 두푼씩 꼭 쥐어주시곤 하셨던 아버지의 모습 또한...



그냥..

'오늘'이 꿈이어서

깨어나면 다시 교복을 챙겨입어야 할 것 같다.


급식비랑 저금을 몰래 탕진한 일이 걸릴까봐

'급식비 냈나?' 라는 어머니의 물음엔

방귀낀놈이 성낸다고.. ㄱ-;;;

' 아 쫌 냈다니까. 딸내미 그키 못믿냐'고 되려 성질을 부렸는데,,

이미 어머니는 다 눈치채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조금 철이든 얼마전에서야 비로소 짐작할 수 있었다.



당연한 일상이었던 그 모든 것들이

그리움이 되어버렸다.


타지에 나와 혼자서 밥을 차려먹고

그것조차 귀찮아 하루 한끼 라면으로 대신하기 시작하면서

어머니의 손맛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간다.


유난히 싫어하는 반찬이었는데, 몸에 좋다며 하나만 먹으라고 꼬박꼬박 올려주시던 어머니 정성과

배아프다고하면 얼른 자신의 밥그릇을 내팽개치고 죽을 쑤러 자리에서 일어나셨던 그 사랑과

자식들 밥 먹일려고

다 잠든시간, 홀로 일어나셔서 오늘은 무슨반찬할까.. 고민하셨던 그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같은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한술 두술 뜨는 그 짧은 10여분이

얼마나 소중한 순간들인지..

그 때도 알았더라면,,,,


아마 한 번은 더

두 분의 얼굴에 웃음꽃을 만들어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새해 선물로 피로회복제 4통이 들어왔는데

2통은 엄마랑 아빠 먹고

2통은 보낼테니까 하루 두 알씩 꼭 챙겨먹으라고.. 좀 전에 전화가 왔다.

아마.. 4통이 아니라 2통일 것이다.

안봐도 시나리오다. 우리엄만 그런 사람이다.

매일 피곤한 자신의 몸보다

개강하고나면 밤샘에 쩔어지낼 딸자식의 몸이 더 걱정이셨을 것이다..


부모는... 다 그렇게.. 미련할 정도로 자식생각만 하는 사람들이다....

자신의 몸을 좀 챙겨도 좋으련만...


그래서 오늘도.. 불효녀는 울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