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들과의 연락은 잠시 뜸해졌다.
난 명문인문고에서 살아남기 바쁘고, 그들은 공고와 상고에서 자신들의 세력을 키우느라 바빴다.
고등학교시절에 가끔 내게 온 연락들은, 너무도 반가웠지만 그 내용은 유치하기 짝이없었다.
어떤 형이 이제 자길 잘 봐준다 그랬다느니,
기수단에 들어 빽이 왕창 생겼다느니,
이제 이 지역에서 우리 건들사람 없으니 어깨펴고 고개들고 다니라느니,
그냥 저냥 반가운 김에 웃어주고 맞장구 쳐주면서 연락을 지속했지만
실상 나는 공부하기 바빠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렇게 점점 연락이 뜸해지고,
마주치는 일이 없어지면서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러던 어느날,
3학년이 되기 얼마 전 k에게 전화가 왔다.
고등학교에서 몰라보게 당당해지고 거칠어진 그녀석이,
흐느껴 울고 있었다.
어디냐고 물어 물어 찾아간 술집에서 그녀석은 후배놈들과 술을 마시고있었고,
술병은 이미 4~5병을 넘어가고 있었고, 그녀석의 정신도 술에 넘어가고 있었다.
k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후배녀석들도 온몸에 멍이들고 눈이 터져 팅팅붓고,
피딱지가 옷에 들러붙어 고통스러워하는 표정들이었다.
" 뭔꼴이냐 이게 "
근 1년만에 연락하고 만난 모습이, 이런 몰골이라니.
화가났다.
누구한테 이토록 맞았는지, 아님 싸운건지, 알아내 쫓아가 한바탕 뒤엎고 싶었다.
중학교시절,
내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공고 실습실에서 형들에게 밟히며 지켜온 내 친구가 이러한
피투성이몰골로 내 앞에 있자 분노가 끌었다.
하지만,
k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그가 흘리고 있는 눈물은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 오늘 상고 기수단 애들이랑 패싸움 했는데, L이 있었어.. L이.. 전부터 느끼고 있었지만,
하.. 진짜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
내 친구들,
k가 진학한 공고와 L이 진학한 상고는 지독하게 사이가 안좋은 학교였다.
툭하면 패싸움하고,
툭하면 학교에 처들어가 창문을 부시고,
오토바이, 자전거등을 부시고,
심지어는 선생님들 차 백밀러까지 부셔놓고 오는 게릴라 플레이들까지 했을정도였다.
학교 사이가 안좋은 두 학교에 각각 진학한 내 친구 k와 L..
그리고 두 학교에서 꾸준히 입지를 넓혀온 녀석들..
그리고..
예쌍했던 결과인 둘의 맞붙음.
그래서 k는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중학교때,
자기가 그렇게 일진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받을때.
의자를 들고 당당하게 맞서 싸워주던 L
언제나 자기를 지켜주던 L
세력싸움에서도 서로 피해다니던 그 둘은
이제 결국 맞붙어,
피할 수 없게 되었다.
k의 눈에서는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