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대를 간 사이,
어떻게 k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그는 L을 기어코 찾아냈다.
어떤 방법을 썼는지, 어떻게 조사를 했는지 알 수없다.
그리고 L의 상태를 보게된 그는,
조직폭력배의 맨 밑바닥에서 차차 성장을 하고 있었기에 그렇게 알아주는 사람도,
쌓아놓은 돈도 얼마 없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겨우겨우 응급처치만 해 놓고
급한 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던 L 을 본 k는,
그날로 은행에 직행해 모든 돈을 인출해
수술비로 몽땅 쏟아부었단다.
그리고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내장의 어느 부분이 심하게 파손되어,
피를 정화시켜줘야하는 기계가 있어야 수술부위가 썩지 않는 몸이었기에,
입원상태에서 피정화까지,
그 모든 부담은 k가 맡아왔다고한다.
답답했다.
군인 신분으로 아무것도 도와줄게 없는 나.
옆에 좀 더 있고싶어 소대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부대 복귀후 3일만에 다시 휴가를 나왔다.
그리고 병원에서 k가 밤에 일하고 낮에 잠시 자는 동안 L의 수발을 들었다.
k는 호스트바에서 온갖 치욕이란 치욕은 다 당하고 돈을 벌었다.
2차를 다녀온 날이면, 그는 아침에 자기 전에 줄담배를 피워대며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으로 한숨을 쉬곤 했다.
그런 그들을 보는게 가슴이 아팠다.
해줄 수 있는게 없다는게 이렇게 미안한일이었다니.
보고만 있는게 이렇게 죄스럽다니.
나도 친구라는 이름으로 그들과 엮일 수 있는게 맞는지, 그럴 자격은 있는지
정말 슬프고 또 슬펐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한 휴가는 정말 짧았다.
그리고,
나는 부대로 갔고, 아주 가끔 k에게서 부대로 전화가 와, 간단한 소식만 들었다.
전역 후..
병원엘 갔다.
L은 이제 송장 수준이 되어있었다.
하루에 두번씩 피를 정화하는 일이 무척 부담이 되는 모양이었다.
k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길이 멈춘지 오래되어 보이는 상황의 L
불과 한두달 전에만해도 가끔씩이지만 전화가 왔던 k가,
왜 L을 이런 꼴로 나뒀을까?
L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k는 호스트바에서 2차를 나갔다고..
그리고,
그게 마지막이었다고.
k의 마지막 모습은..
k의 뒷모습은..
L의 수술비를 벌기위해,
부잣집 아줌마와 호텔을 가는 모습이었다고 L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k는 그날 호텔에서 아줌마와 하룻밤을 보냈다.
기분이 좋은 아줌마는 술을 마셨고,
거나하게 취한 아줌마는 드라이브를 나가자며, k를 차에 태웠다.
그리고 트럭과의 교통사고..
이마가 함몰되었다.
턱뼈가 부숴졌고,
갈비뼈 3대가 폐와 간을 관통했다.
왼쪽 무릎관절이 으스러졌다.
왼팔 골절.
숨도 쉬어지지 않는 그 죽음까지의 고통스런 순간을 k는 혼자서 어떻게 버텼을까.
내 숨이 다 텁텁하게 막혀왔다.
예전에 당한 화상때문에,
그것을 치료하기 위한 수술때문에,
열번도 넘는 수술이 잡혀있던 k
그의 몸은 수술때 맞은 진정제와, 진통제, 항생제등으로 이미 무너질대로 무너진 상태였다.
조금만 뜨거운 햇빛에도 화상 입는 연한 피부,
핏줄이 다 보일정도의 투명한 피부,
가벼운 스침만으로도 부풀어 오르는 민감함.
그리고,
엄청난 약물 투여로 인한..
골다공증을 넘어선 뼈의 약화.
그리고,
그 교통사고는,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k의 삶을 마감시켰다.
L은 내가 전역하고 보름만에 피 정화를 받다가 호수를 뽑고
과다출혈로 자살했다.
우리 셋은 그렇게 끝났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