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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영화를 보자기에 강남역 CGV에 갔다.
내 친구는 신혼인지라 부부가 같이 보면 될것을. 이라고 생각했는데
교사인 와이프는 오늘 학교에서 일이 있단다.. 결국 만만한건 동네친구-나 다.
우리가 볼 영화는 '인크레더블 헐크'
"맨뒤에서 두번째열 중앙좌석입니다"
마침 15분후 상영이 시작하는지라 표를 사자마자 입장을 했다.
입장을 하고나니 깜짝 놀랬다.
극장안이 맨 앞열부터 맨 뒷자석까지 꽉 차있었던 것이다.
이야. 이것이 영웅물의 힘인가? 역시 에드워드 노튼
우리의 좌석만이 비어있었기에 자리를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맨뒤에서 두번째. 중앙좌석.
자리에 앉기위해 실례합니다를 연발하며 비집고 들어갔다.
그러던 중 갑자기 느껴지는 위화감.
우리 열에 앉아있는 관객 몽땅
'여자' 다
그것도 20-30대의 젊은 여자들
......
여자들이 영화를 보러온게 뭐가 이상하냐고?
이상하고 말고. 이건 '헐크'다.
때려 부수고 괴성을 지르는 액션영화로 다분히 남성 취향적이다.
20-30대의 여성들이 부녀회에서 단체관람을 왔을리도 없고
다른 영화도 많이 하는데 하필 헐크를 다같이 와서 관람을 하고 있냐?
하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조명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화면은 뉴욕시티를 배경으로
현란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여자들의 환호성과 탄성
그때서야 나는 사태를 파악했다.
우리는 다른 상영관에 들어간 것이다.
'섹/스/앤/시/티'
내가 알고 있는 이 영화에 대한 정보는
인기가 많은 미국 드라마의 특별편에 해당한다는 것.
특히 여자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는 것 정도지만.
제목이 아직 나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아차렸다.
주변을 둘러보니. 전부 여자.
그 넓은 상영관에 남자라고는 우리 둘 뿐인 것이다.
더욱 불행했던 것은 내 친구는 상황파악을 아직 못하고 있었다는 것..
자리 주인이 오기전에 친구를 끌고 도망치듯이 상영관을 빠져나왔다.
6층에 상영관이 2개가 있었던 것인데.. 우리는 무작정 가까운 상영관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10분밖에 차이가 안났다는점.
공교롭게도 우리앉을 좌석이 비어있었다는점.
우연의 우연이 겹쳐서 일어난 해프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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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헐크는 대만족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후 친구집에 가서 가볍게 맥주나 한잔하기로 했다.
친구집에 가서 화장실에 들른겸 양치질을 했다.
사실 그다지 깔끔떠는 성격은 아니지만
수년전 치과치료에 두달 봉급을 날려먹은 이후로
칫솔은 언제나 가지고 다니면서 식사후 꼭 양치질을 하는 습관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보니 아뿔사.
내 가방에 칫솔이 2개가 있는 것이다.
똑같은 회사의 똑같은 모델에 똑같은 오렌지색..
이럴수가 있나요
난 내가 칫솔을 가지고 화장실에 들어온 줄 알고
무심코 선반에 놓여있던 칫솔로 양치를 하고 가져온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그건 친구의 것도 아니요. 와이프의 것이었으니.
대체 오늘의 나를 객관적으로 비추어 봤을때 어떤 모습이었을까.
역시 그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