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으로 가는 여자
'사랑은 달이었구나.'
차면 기우는 달, 사랑도 달입니다.
늦은 밤, 집으로 오는 길에 달을 보았습니다.
'차오르는 달일까, 기우는 달일까?' 생각하는데
서서히 기울어가는 사랑이 보입니다.
"오늘 우리 몇 시에 만날까?"
묻는 남자에게 나는 참 잔인했습니다.
"우리가 오늘 만나기로 했었나요?"
"왜 만나기 싫어?"
"아뇨. 만나요. 근데 만나서 뭘 할 건데?"
"우리가 언제 뭘 할 건지 정해놓고 만났나?"
일단 7시쯤에 만나자고."
"알았어요. 그럼 이따 봐요."
낮에 남자와 나눈 대화가 가슴에 못처럼 박혀 있습니다.
나는 참 정직하지 못합니다.
만나기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만나지 못할 이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서 7시에 남자를 만날 수 없는 이유가 생기기를
기다렸습니다.
그러다 결국 내가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7시에 왜 만날 수 없는지' 그이유를
"엄마가 조금 편찮으신가 봐요.
오늘은 일찍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남자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는 7시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왠일이야? 오늘 같은 날은
남자친구와 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니니?"
더럭 겁이 납니다
더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게 될까 봐 두렵습니다.
'사랑해요' 라고 말한 입으로
'이젠 사랑하지 않아요'라고 말을 해야 할까 봐 두렵습니다.
그게 겁이 납니다.
오른쪽으로 가는남자
"엄마가 조금 편찮으신가 봐요. 일찍 들어가봐야 할 것 같아요."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한 여자가 5시쯤 약속을 취소했습니다.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실은 아까 약속을 정할 때 눈치 챘습니다.'내게 거짓말을 하고 이 여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려나?'
그래서 나는 일찍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에 있는데 여자가 걱정됩니다.
'내게 거짓말한 게 가슴 아파서 잠을 설치면 어떡하나?'
그러면서도 지금 나는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머니가 많이 좋아진 것 같아요.
늦엇지만 우리 집 앞에서 차 한잔할까요?'
여자가 이렇게 나를 찾아주기를 기다립니다.
사랑도 달과 같았으면 좋겠습니다.
차오르다가 기울고, 기울다가 차오르는 달과 같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기우는 여자의 사랑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기다리면 됩니다.
기다리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기다리는 전화는 오지 않고
친구가 술 한잔하자고 불러냅니다.
'언제쯤 내게 헤어지자는 말을 할까?' 두렵습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술 한잔해야 잠이 올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