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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Good Bye Vespa..
1595 2008.08.29. 07:36

미키 마우스 (이하 '미키') : 야, 정말 오랜만인데? 그 동안 뭐하고 지냈어?


A : 나 취직했어


미키 : 뭐라고? 너 목숨 걸고 밴드 했잖아?


A : 기타는 그만 뒀어. 밥 벌어먹고 살기 적합하지 않아서.. 재능도 사실 별로였구..


미키 : 그래? 많이 변했다.. 아참 네 여자친구는 왜 안왔어?

그 왜 손목에 면도칼 자국이 여럿 있던 인형같은 애..


A : 헤어졌어. 결국 나에게 버거운 아이였어.


미키 : 뭐야? 너 옛날에 나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앨 지켜주고 싶다고 했잖아?


A : 그래?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미키 : 뭐야 진짜~ 기타도 관두고 여자친구랑도 헤어지고,

이제 너에게 남은 건 전 재산을 털어서 산 저 베스파 밖에 없네?


A : 저것도 팔려고 인터넷에 내놨어. 내일 사고 싶다는 사람 만나.

베스파 팔기 전에 여기 한 번 와보고 싶어서 온거야.


미키 : 너 무슨 일 있니?


A : 난 끈을 하나 잡고 있었어.

그걸 놓치면 보통사람이 되어버리는 그런 끈이야.

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 있었던거야.

....


그런데 지금은...

내가 기타 안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애정결핍의 여자아이는 꼭 내가 돌보지 않아도 누군가 보살펴 줄 사람을 찾아낼거구

서울에서 매연 잔뜩 먹어가며

고장 잘 나고 수리센터도 없고 비싸기만한 베스파를 타는 건 바보다.. 라고 생각하게 된거지..


미키 : 끈들을 전부 놓을거야?


A : .... 응


미키 : 난 좀 혼란스러울 것 같군.

그렇게되면 내가 아는 네 특징들이 모두 없어져버리니까....

어쨋건,, 앞으로 뭐 할건데?


A : 음,, 나도 잘 모르겠어.. 뭐를 할지.. 뭐가 될지..


미키 :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A : 그것 말고는 뭐가 될 수 있지?


미키 : 글쎄... 나처럼 동물이 될 수 있겠지...


A : 이제 가봐야겠어.

팔기 전에 끝까지 땡겨보게 해준다고 베스파가 약속했거든..

늘 자기 전성기 최고 기록이 160km라고 자랑하곤 했으니까..


미키 : ....


A : 그럼 또 올게.. 뭔가 딴게 되서 말이야.

어른은 말고..


- 부릉부릉~ -


A : 자 .. 준비 됐니, 베스파 ?


Vespa : 당연하지. 너무 빨라서 날게될지도 모르니까 꽉 잡아.



= Good Bye... My years of Vespa... =


[펌글입니다.] 네이버 '굿바이 베스파'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