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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활동형외톨이,
279 2010.12.23. 13:37









당신은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이 던지는 한마디 한마디 농담에 사람들은 웃겨 쓰러지고,
당신이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베어있는 작은 배려에 사람들은 감동합니다.

가끔씩 많은 친구들과 모여 떠들썩하게 한잔씩 걸칠 때도 있으며,
단 둘이 조용한 곳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전화번호부는 꽉꽉 넘쳐흘러 이게 누군지, 어디서 만난 사람인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자자,

이렇게 활동적이고 매력적인 당신의 모습을 한번 볼까요.

당신은 무척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으로써 한동안 인연맺기에 열을 올렸습니다.
덕분에 친한사람보다는 아는사람이 많아졌구요.

그렇게 아는사람이 많아지다보니, 사람을 어떻게 대하여야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몸에 베는 것이죠.




어느 순간부터인가,

솔직하고 꾸밈없는 행동들은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베어버린
사람을 상대하는 기술들로 가려지고, 자신도 인지 못하는 사이 본인의 본모습은 숨겨집니다.

많은 친구들과 모여 술을 마실 때, 활동적으로 분위기를 이끌던 당신은 그들과 헤어지고 난 뒤
집으로 혼자 돌아가는 그 시간, 자기 자신에게는 한마디도 건낼 줄 모르는 겁쟁이입니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와의 단 둘이 가진 술자리에서도, 당신은 솔직한 자신의 맘을 털어놓고 싶지만

정작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자신이 처한 주변 상황,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등 자기 자신의 속내보다는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자신을 솔직하다는 듯한 어필을 하며, 스스로도 자기는 이 사람한테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고 있다고 착각을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당사자 조차, 뒤 돌아서면 도대채 이 사람이 힘든부분이 무엇인가를 캐치하지
못합니다. 주변 상황 이야기만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한 당신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무언가 재잘재잘 속내를 털어놓은 것 같은데,
마음의 짐은 단 1g도 줄어들지 않았군요.


결국 쌓여가는 마음의 짐이 당신의 존재가치를 초과해버려,
당신은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맙니다.


이제는 자신이 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는지,
왜 자신이 이토록 외로운지,
왜 쓸쓸한지,
내가 이렇게 힘든데 어째서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할 만한 친구들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지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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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의 발전으로 손바닥만한 방안에 틀어박혀서도 전세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있고,
메신져로 언제 어느 시간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을 구할 수 있고,

이제는 초등학교 6학년 생이 대한민국 주요 싸이트에 크랙킹을 할 정도로 사람들의 지식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제는 이 사람이 내 사람인지, 내가 저 사람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아
누가 누굴 이용해먹고 있는건지, 누가 누구의 간과 쓸게를 핥고 있는 건지 그 경계선도 희미하다.


정이라는 단어가 점점 연하게 변해가는 이 시점에,
활동형외톨이란 그저 21세기형 인간에겐 가벼운 재채기와도 같은게 아닐까 한다.


그 허전함, 그 외로움, 그 쓸쓸함
모든걸 안고 살아가야하는 세상에 우리는 서 있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