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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서울사는 미스터 김.
2329 2008.09.13. 05:38

젊은 날의 꿈은.. 그저 대도시에 가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 성공하는 것이었지..

무턱대고 올라와 자리를 잡고,,

착실한 사람 만나서 왼손에 가락지 하나씩 끼우고

자식새ㄲ ㅣ 낳고 아웅다웅 살다보니

돈보다는 고향집에 대한 그리움이 먼저 날 채우더군....

젊은 날 꿈꿨던 성공이란 꿈은 온데간데 없고

지금의 내겐 자식놈들 출세가 제일 큰 꿈이지.


내 모든걸 다 바쳐 사랑하겠다던,,

내 목숨보다 더 아낀다고 말하고 다녔던 옆 동네 박 모양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런지..

아참.. 박 모양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내 마누라한텐 비밀일세..

연애박사인 친구 놈이 그러더군.. 그 얘긴 절대 하지 말라고....

나중에 늙어서 죽을때가 다 되어도 절대 하지 말라더군..

왜 그렇지.. 왜 그럴까...


훈련병시절 날 유난히 갈궈댔던 그 조교는 무얼하고 살고 있으며..

나를 친동생보다 더 아껴주셨던 그 형님은 또 어디에 계실려나...


가끔씩 술 한잔 걸치고 집 앞 골목길 가로등 밑을 지날때면..

그 시절 그 사람들 생각이 많이난다네...

부끄럽지만.. 남몰래 눈물을 훔치운 적도 여러번이야..

마누라 잔소리, 마음대로 커주지 않는 자식놈들.

날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 직장 상사..


산다는 게 엄청 고독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지..


그런 일상 속에서 명절이 있다는 건 나에겐 참 행복한 일이야..

성냥갑 같은 빌딩숲을 벗어나

흙이 있고, 초록 풀이 무성한 고향 동네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어릴 적 함께한 동무들을 만나지..

평상 하나에 오손도손 둘러앉아 막걸리 한 사발씩 들이키다보면

세상 모든 시름은 다 남의 일이 되어버리지..


세상이 삭막하고 사는 게 힘이 들어도,,

그들과 함께라면 모든 걸 잊을 수 있어..

5시간이 걸리든 10시간이 걸리든..

어떻게든 고향으로 향하는 이유는 그 것이라네...


산다는 게 참.. 그렇더구만..

죽을듯 우울하고 외로워도

마음맞는 사람들을 만나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하면서

같이 웃고 같이 울다보면..

언제 그랬냐는듯 금새 잊어버리지..

그러고나면 얼추 몇 달은 거뜬히 버텨..

그렇게 살다보니 여기까지 온걸세..


흠흠..

쓰다보니 잡설이 길었구먼...

이제 슬슬 길을 나서야겠네...


근데...

이봐 마누라... 내 양말 한 짝 어디갔나?



-

부끄러운 흔적들도 많지만,,

제 추억이 서려있는.. 항상 그리운 이 곳에 추석인사 한 줄 안띄운다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즐거운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