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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애루]여덟번째아바타-거울에비친나(20)
327 2011.01.03. 23:53

앞의 내용은 검색어에 '애루'라고 검색해 주시거나,
제 아이디로 검색하시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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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 천천히 그리고 매끄럽기 소리 없이 열렸다.

‘다행이다...!’

살며시 열린 문사이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휴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 뒤, 뒤를 돌아다보았다.
그곳은 책이 빽빽하게 꽂혀진 책장들이 가득 놓여있었다.
윽, 곰팡내가 풍기는 군!

천천히 책장들 사이로 걸어갔다.

마이소시아의 이해, 마이소시아의 신화....

죄다 재미없을 것 같은 것들뿐이네.
도대체 이런 걸 읽는 사람이 정말 있긴 한 건가?

책장의 끝을 돌아 방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응? 잠깐, 저건?

방의 저쪽 끝에는,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을 등진 채 책을 읽고 있는 한 청년이있었다.
그는 햇볕을 받아 은은한 푸른빛을 띈 머리칼을 아무렇게나 흘러 놓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나흐케룸이라고 했던가? 저 사람...

아, 이럴때가 아니지! 빨리 숨지 않으면.....!

“앗!”

뒷걸음치던 나는 실수로 치맛자락을 밟았...

우당탕!!

“아으읏!”

아...넘어져 버렸네!

“괜찮으세요?”
“아...예엣!”

내 팔을 부축하는 손길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눈을 떴다.
아름답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미청년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내 팔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웠다.

그런 그의 손길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눈을 떴다.

아이! 부끄럽게 이게 뭐야?!

“아이시티... 아가씨라고 했나요?”
“네? 네, 하,하기오스 프시히 가문의 아이시티라고 해요 저..당신은... 나흐케룸..씨였나요?”
“예, 제 이름은 기억해주시다니, 영광이군요.”
“여..영광이라니! 그, 그럼 가볼께요!”
“아, 네.”
“그...그럼....”

그 때, 귀에 익은. 그러나 결코 듣고 싶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흐케룸, 여기 있느냐?”

알프레드의 목소리! 으아, 큰일 났다!

그러나 그런 나와는 별개로 나흐케룸은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아버지.”
“자,잠깐!”
“예?!”

뛰쳐나가려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는 나를 돌아다보며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목소리를 죽여 말했다.

“저, 전 여기 없는 거에요! 알았죠?! 전 여기 없는 것처럼 해달라고요!”
“아... 네, 알았어요.”

나흐케룸은 잠깐 생각을 하더니 곧 알겠다는 듯 미소 짓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알프레드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달려갔다.

“휴우...”

-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그 날 이후로부터는 공부하러 가는 것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물론, 공부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은 아니지만...

오전공부와 오후 예절교육 사이에는 점심시간과 약간의 휴식 시간이 있었고,
그런 때면 나는 황립 도서관과 박물관을 돌아다녔다.

물론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고, 나흐케룸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틈만 나면 그를 찾아보았고, 그리 넓지 않은 도서관 내에서 한사람과 마주치기란 쉬웠다.
만나기 싫은 사람과도 자주 마주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런데, 오늘 따라 이상하게 마주치질 않는다.
알프레드와는 2번이나 마주칠 뻔해서, 그때마다 숨어 있었지만...
...식당이나 가볼 까나.

-

배는 너무나도 고픈데... 음식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참지 못하고 차를 한 잔 달라고 하였다.

사서들은 시키면 아마 코스 요리라도 들고 올 것 같았지만..
그런 걸 먹어버리면 오라버니와 식사를 못 하는 걸?

아주 천천히 차를 직접 잔에 따르고, 설탕을 섞고는 한모금 천천히 마셔보았다.
이런. 너무 쓴데. 한 스푼 더 넣을 걸 그랬나?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아....”

거짓말처럼, 식당 입구에 나흐케룸이 서있었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그에게로 뛰쳐나갔다.

“오라버니이이----!!”

앗....치마...!

다음 순간 또 세상이 빙글 돈다.

“아우욱...”

발목을 삐끗했는지 고통이 몰려온다. 그런데 그 고통보다, 부끄러움이 더욱더 싫다.
아아~ 어떻게 해...!

빨리 이 상황을 타계해야.. 그래, 안 아픈 척 하면 될 거야! 안 아픈 척!!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고통을 꾹 누르고 최대한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오라버니!”

그는 당황했는지 나에게 달려와 팔을 내뻗었다.
빠..빨리 일어나야지. 아무렇지도 않게..!

“오라버니이!”
“아..아...그..그만하세요 아가씨.”

아..아파! 하지만.. 그래... 웃자. 안 아프다고 나는!
그러나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움직이기가 힘든데...!
그런데, 그가 힘을 주어 나를 일으킨다.

이런...

“아하! 오라버니. 고마워요!”

아아~ 이게 뭐야 정말.... 최대한 밝게 미소를 지었다.
앞머리도 흘러내리고... 엉망이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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