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린 부분들을 모두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약간의 수정을 가해 다시 올립니다.
지금 현재 올리고 있는 백발의 사제는 08년도 후반에 올리기 시작한 글로,
연재하기 전에 이미 거의 완성되있었던 상태였습니다.
현재 연재중인 여덟번째아바타보다 시간적으로 더 뒤의 이야기이며,
글안에서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세오 70년을 주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덟번째아바타는 여러명의 등장인물들이 각기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반면에,
백발의사제는 대체적으로 한명의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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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I - 백발의 사제
Chapter 0 서막 (Prologue)
- 멘탈로니아에서의 회의
잿빛의 석조건물의 내부에는 해와 달을 형상화한 여러 기하학적인 문양들이 깔끔이 새겨져있었다.
벽에는 채광창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광원도 하나도 없었지만 건물 안은 일정한 밝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방은 넓었으나 그 안에 있는 건 커다란 직사각형의 석조 테이블 뿐 이었다. 누군가 그 테이블을
보았다면 이것이 예전에 바닥돌과 한 덩이였지만 정교하게 조각해내어 만든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석조 테이블의 좁은 한 변에는 새하얀 백의를 입은 노인이 있었는데 그의 벗겨진 머리 아래로
드러난 이마에 난 깊숙이 파인 주름살과 하얗게 센 백미와 백염은 그의 나이를 대변해 주는 듯
잡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노인은 천천히 눈을 떴다.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드러난 눈은 무한히 지혜로워 보이는 그의 안광
너머로 알 수 없는 위험이 풍겨 나왔다. 그것은 마주친 사람을 기죽게 하고 나아가 복종하게 만드는
무서운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노인은 좌중을 둘러보았다.
테이블을 중심으로 좌측에 2명 우측에 3명 도합 5명의 인물이 서있었다.
노인은 우측에 서있는 한 흑의의 여인을 보며 말했다.
“로오, 왜 모이자고 했는가?”
로오라고 불린 여인은 그녀의 창백해 보이기까지 하는 하얀 피부와 대조적으로 새빨간 입술을
열어 말했다.
“‘그’의 자식이 신전에 왔습니다. 그리고 ‘수호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채 온 몸에 착 달라붙는 노출이 심한
검은 이브닝 드레스를 입고 있어, 언뜻 보면 열정적으로 보였으나 날카로운 하이톤의 목소리와
착 가라앉은 말투 그리고 차가운 얼음을 보는 것만 같은 그녀의 눈은 빙산처럼 차가운 분위기를
풍겼다.
“겨우 그것 때문에 부른 건가?”
북풍을 연상하게 하는 차가운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말은 한 것은 로오의 옆에 서있는, 남색 머리칼의 사내였다.
그는 붉은 복면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었는데, 드러난 남색 눈은 약간 음침한 분위기를 풍겼다.
로오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말했다.
“셔스, 그것은 저희 개인의 의사로 해결해야 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만?”
“그만.”
노인의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려는 셔스를 제지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를...”
장내는 침묵에 빠져들었다. 다시 한 번 장내를 돌아본 노인은 말했다.
“로오, 말해보게. 자네 의견은?”
로오는 잠시간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는 위험인물입니다. 그자의 아비가 20년 전에 보인 그 힘은 분명 저 지하의 저주받은 마물의 힘.
어둠의 힘이었습니다. 그자의 아들도 분명 그런 힘을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분명...”
로오의 건너편에 서있던 백금발의 미녀가 말했다.
“분명, 그자는 어둠의 힘을 사용했었습니다. 그것은 분명한 피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하지만... 그 힘을 끌어낸 원천은.... 그의 긍정적 마음이었습니다. 지키겠다...하는 마음 말입니다!”
이아의 목소리는 처음엔 기어가듯 작았지만 그녀의 말이 진행되며 그녀의 얼굴은 차츰 단호해졌고.
마지막에는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로오는 화난 얼굴로 그녀를 잠깐 노려보더니
외쳤다.
“이아! 당신은 지금 그를 감싸고도는 겁니까-?!”
“그만!”
로오가 언성을 높이자 노인은 나지막하게 외쳤다. 그의 말은 작았지만, 그 외침에 5명의 몸이
움찔 했다. 그는 셔스를 보며 말했다.
“셔스, 그대의 의견은?”
“언제나처럼, 주군의 뜻을 따를 것입니다.”
그는 조용히 뇌까렸다. 노인은 그러면 그렇지 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셔스의 옆에 서있는 푸른 도복을 입은 미청년에게 말했다.
“메투스. 자네의 의견은?”
훤칠한 키의 갈색 머리칼의 미청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소인은 잘 모르겠지만, 그런 위험요소를 얻는다면 분명 어느 정도의 제제가 필요하다고 여깁니다.”
“음...좋아. 그렇다면... 세토아. 자내의 생각은?”
노인은 이아의 옆에 서있는 은빛 갑주를 입고 파란 망토를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적금발의
중년 남성에게 물었다.
“으음...그건...”
“자네가 아는 것이 뭐가 있는가?”
자신의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하는 세토아에게 건너편에 서있는 셔스가 빈정댔다.
순간 세토아의 눈에 노기가 서렸다. 그러나 그는 곧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확실히 그자의 어둠의 힘은 무서웠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어둠의 존재의 의지대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었고, 더군다나 지금 우리에게 온 그 아이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 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로오가 발끈하게 외쳤다.
“그렇다면 일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라는 겁니까?! 일이 터지면 이미 늦단 말입니다!”
그때였다. 갑자기 테이블 위의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로오, 너 답지 않게 흥분하는구나.”
불꽃으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동안 불꽃은 어둠을 잡아먹듯 점점 넘실대더니 곧
사람의 형태가 되었다.
“신, 셔스가 주군을 뵙습니다.”
“신, 칸이 주군을 뵙습니다.”
6명의 인물이 나타난 불꽃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불꽃은 잠시 말없이 있다가 양손으로 박수를 치며 말했다.
“일어서.”
모두 다시 일어서자 불꽃은 곧 로오의 앞으로 날아갔다. 불꽃 형상을 한 그의 양 다리는 한 덩이가
되어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는 허공에서 미끄러지듯 로오에게 다가가 그녀의 앞에 다가가 말했다.
“로오. 너답지 않게 왜 흥분하는 거냐?”
“......죄송합니다.”
“흠... 칸.”
불꽃은 노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자... 말일세.”
“......”
“맡을 사람이 있는가?”
불꽃은 뒤로 미끄러지듯 날아서 세오의 맞은편으로 갔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을 딱 튕겼다. 분명, 비 물리적인 불꽃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딱하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테이블의 한 가운데에서 타오르는 화구가 생겼다. 그리고 곧, 화염구가 흐릿해지며
환상이 떴다.
그 넘실대는 불꽃 사이로 보이는 것은 신전에서 선진 앞에 엎드려있는 하얀머리칼의 청년 이었다.
곧,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아직 앳된 티를 채 벗지 못한 그의 모습은 청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소년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이자를 맡을 사람이 있는가?”
“......”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도 맡지 않을 건가? 그럼 그는 버려지겠군?”
“......”
“불쌍하군. 그럼 아무도 없는 걸로...”
“잠시만요!”
안절부절하던 이아가 외쳤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제...제가 맡겠습니다.”
“호오......”
불꽃은 이아의 앞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그의 손을 이아에게 뻗었다.
이아의 몸이 순간 움츠러들었다. 불꽃은 고개 숙인 그녀의 흘러내린 머리칼을 살짝 원래 자리로
올려주며 나직하게 말했다.
“착하기도 하지.”
“......”
불꽃은 다시 테이블위로 올라가서는 말했다.
“좋아. 그럼 이걸로 회의를 마치기로 하지.”
“주군!”
로오가 그를 불렀다.
“응?”
“어째서 그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너... 지금 주군께 반기를 드는 건가?”
셔스가 차갑게 말했다.
“그만. 로오, 그대가 그렇게 불만과 불안을 가진다면, 안심해라.
나도 내 나름대로의 조치를 취해 놓을 테니. 그리고 이번일은 저번처럼 불문에 붙인다.
이 말이 끝나는 순간부터 그 일에 대하여 왈가왈부하는 자는 나, 빛의 신 세오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알고 처벌하겠다.”
“......”
“알겠는가?”
“....예. 주군.”
로오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그럼, 다들 가 보도록.”
그 말을 끝으로 불꽃은 화르륵 타올랐다. 그리고 그 불꽃은 점점 작아져가기 시작했다.
사그라드는 불꽃, 빛의 신 칸에게 6인의 신은 머리를 조아렸다.
불꽃이 사라지자, 신들은 모두 일어나 회의실을 나섰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회의실은 어둠속에 잠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