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스크롤의 압박이 예상됩니다.
아레아 한글로 40페이지쯤 되는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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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망각의 숲 (Forest of Forte)
- 며칠 뒤. 북쪽 숲
푸른 숲이다.
숲치고는 나무는 그리 빽빽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도처에 깔린 잡초와 풀들로
눈에 닿는 모든 곳은 연두색과 초록색 뿐 아참. 나무줄기도 있지.
“햐아아압-!!!!!”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칼을 휘날리며 아래에서부터 위로 칼을 그어 올린다.
예리한 검날이 맨티스의 흉부 깊숙이 파고 들어가 맨티스의 흉부에 커다란 상처를 입혔다.
커다랗게 벌어진 틈으로 초록빛의 체액이 울컥 튀어나왔다. 뒤로 반보 뛰며 고개를 숙여 맨티스의
앞발을 가볍게 피한 리사는 맨티스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맨티스가 앞발을 가로로 크게 내저었고, 그녀는 허리를 숙여 그 일격을 피한 뒤 그 기세 그대로
맨티스의 복부와 흉부 사이를 베어냈다.
“쮜이-익!!”
맨티스는 괴성을 내질렀고, 그 바람에 간신히 붙어있던 맨티스의 복부와 흉부가 떨어져 내렸다.
“....핫, 이젠 너무 쉬운데?”
그녀는 에페에 묻은 맨티스의 체액을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세토아님의 선택은 정확한 듯 했다. 그녀 자신이 인정하든 말든, 무에 대해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그녀는 잘 피했고, 잘 싸웠다.
이틀 전에 맨티스 3마리와 싸워서도 단 한 대도 맞지 않고 그들을 모두 처리해버려서,
놀라운 나머지 천부적인 전사라고 말했다가 그 검에 베여 버릴 뻔 한 것 빼고는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아마도, 내일부터는 피에트 마을에 있는 로메디스를 만나 볼 수 있겠지.
“..리사 씨.”
“네?”
“오늘은 이 정도로 그만하죠.”
“으음? 아직 점심도 먹은 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요?”
그녀는 자신의 배를 통통 두드리며 말했다.
저 배에 내가 먹은 것에 2배가 들어 가있다.
분명 몸을 많이 움직이니 많이 먹는 것이겠지만....
지출이 평소 식비의 3배 이상 늘어난 건 조금 버겁다.
“리사 씨가 충분히 강해진 것 같아서요.”
“하아?”
“일단, 가요.”
그녀와 함께 길을 따라 걸었다.
“저...프레이엘 씨?”
“네?”
걸으며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평소에 그녀답지 않게, 조금은 초조한 얼굴로 내 시선을
피하며 입을 열었다.
“충분히 강해졌다....라면, 이제 헤어지는 건가요?”
“....에.....네?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에요.”
그녀는 자신의 검을 허리에 꽂아 넣으며 대답했다.
-
다음 날 오후, 피에트 마을.
피에트 마을은, 낮은 산과 맑은 호수로 둘러싸인 조용한 맑고 깨끗한 기분의 마을이었다.
그런 주변 환경 때문인지는 몰라도, 피에트 마을에는 순수한 마나의 기운이 충만해있었고
그 때문에, 마을에는 마도를 연구하는 백,흑 마도사가 많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생계유지와
연구비 확보를 위해 마법 학관을 열었다. 덕분에 피에트 마을은 젊은 모험자들이 많이 모이는
마을이었다. 더군다나, 피에트 마을 외곽에 위치한 발견되지 얼마 되지 않은 망각의 숲은 아직
그 신비를 간직한 채 모험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다.
그런 피에트 마을의 입구로 한명의 아직 소년티를 완전히 벗지 못한 검은 로브를 입은 백발의 청년과
몸을 움직이기에 편해 보이는 튜닉을 입은 소녀가 들어서고 있었다.
“여기가 피에트 마을인가요?”
“네.. 여기가 피에트 마을이에요.”
“...어딘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마을이네요?”
리사는 자신의 머리칼을 가볍게 매만지며 말했다.
“저도, 맨 처음 올 때 그렇게 느꼈어요.”
“여기서 만날 사람이 있다고 했죠?”
“저번에 만났던 로메디스...그 아이에요.”
“헤에...그 주황색 머리에 얌전해보이는 ‘그 아이’?”
그녀는 ‘그 아이’란 어휘를 은근히 강조하고는 재미없다는 듯 고개를 휘휘 젓고는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갔다. 그런데.. 어디 가는 거야?
“리사 씨! 어디가요? 여관은 여기라고요!”
“....에엣.......”
여관 문을 밀어 젖혀 들어가서는 여관 주인에게 물어보러 카운터에 가려고 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익숙한 한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형님!”
로메디스였다 그는 붉은 달마티카를 입고 있었다. 이제 조금은 이곳 마이소시아에 익숙해졌다는
증거랄까.
“안녕, 합석해도 될까?”
“물론이죠.”
“실례하겠습니다..”
“......”
하아? 작고 여린 목소리가 들려서 돌아본 옆에는 다소곳이 서서,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하는
리사가 있었다. ... 처음 만날 날이라면 이것이 그녀의 모습이라고 믿을 수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난 그녀의 본모습을 이미 알고 있다. 바로, 세토아 님의 선택으로 인해 팔팔,펄쩍 펄쩍
뛰어버린 그녀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단지 ‘화나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습을 나에게 보인 이후로 그녀는 언제나 저런 수줍음을 지닌 조용한 소녀가 아니라
천방지축 왈가닥일 뿐 이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의자를 소리 내지 않게 끌어당겨, 그 곳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나를 올려다본다.
“안 앉으세요?”
“.......”
눈을 땡그랗게 뜨고 올려다본다... 저.. 저건 아냐. 조금 굳은 얼굴로 의자에 앉았다.
“점심은 드셨어요?”
로메디스가 자신의 앞에 놓여 진 찻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응, 이미 먹었어. 건어물이었지만.”
“..........”
뭔가 이상한 기운데 옆을 돌아다보니 무언가를 뚫어져라 보고 있는 리사 씨가 보였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는, 케이크의 잔해로 보이는 빵부스러기와 하얀 생크림이 묻어있는 그릇이
보였다.
“주문하시겠습니까?”
마침, 웨이트리스가 나타났다. 리사는 고개를 홱 돌려 웨이트리스를 올려다보았다.
무안할 정도로.... 뚫어질 정도로....
“......”
웨이트리스의 안면의 미소가 굳어갈 때 쯤 그녀는 나를 홱 돌아보았다.
그녀의 입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 꿈틀거렸다.
나는 그때 서야 그녀의 심중을 파악하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
“케이크랑 홍차 있나요?”
“예 있습니다, 손님!”
“...레모네이드.. 맛있겠네.”
“!!”
어느 세 리사는 메뉴판을 펼쳐들고 책을 훑어보듯 중얼거렸다.
“케이크 두 조각이랑, 홍차 한 잔, 레모네이드 한 잔 주세요.”
“알겠습니다, 손님-”
그녀는 주문서에 표시를 하고는 카운터로 총총총 걸어갔다.
“로메디스, 내가 쉬는 동안 꽤나 급성장 했구나.”
“하핫, 뭐 형님께서 이 분을 도와드리느라 시간이 없으셨잖습니까?”
“그러고 보니, 리사 씨도 굉장히 급성장했지.”
“...”
“뭐, 이젠 그라디우스를 방패를 든 채로도 가볍게 휘두를 정도니”
“헤에...전 그런거 못하는데...”
“.......”
“큭!!”
로메디스의 시선이 닿지 않는 테이블의 아래-
리사의 주먹이 내 옆구리에 박혔다.
“형님?”
“...아...아니야!”
흘끗 리사를 보니, 그녀는 테이블에 올려놓은 자신의 한 팔에 자신의 턱을 괸 채
창밖의 먼 하늘을 우수에 찬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무서운 여자.
“주문하신 홍차와 레모네이드, 그리고 케잌 나왔습니다!”
웨이트리스가 건네어주는 케잌과 레모네이드를 리사 앞에 차례대로 놓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왜 내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볼까?”
마지막으로 홍차를 받은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했고, 그녀는 웃는 낯으로 테이블을
떠났다. 로메디스는 카운터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제가 저번의 그 물건을 구해준 노인과 망각의 숲에 대한 대화를 했지요.”
“그래서?”
찻숫가락으로 홍차를 휘저었다.
홍차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솟아올랐다.
바로 마시면 당장에 혀를 홀라당 데어 먹겠지.
“그곳에서 자이언트 맨티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력한 몬스터야?”
“뭐, 그것은 둘째로 치더라도 말이지요. 망각의 숲은 경험을 쌓기에 아주 적격이라 들었지요.”
나는 그에게 말을 하곤 홍차를 한 모금 마시며 리사를 보았다.
그녀는 포크로 케이크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고 있었다.
잠시간의 침묵.
“1인실에 묵고 있어?”
“네.”
“뭐, 역시 그럼 각자 방에서 쉬는 게 낫겠군.”
“뭐, 그렇게 하지요.”
홍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입안에 퍼지는 홍차의 독특한 향. 그리고 목을 넘어가 위로 흘러들어가고.. 곧 온몸이 따뜻해지는
묘한 기분을 음미하며 리사의 머리 넘어 창밖의 하늘을 보았다.
“뭘 봐요?”
리사는 포크로 적당한 크기로 잘린 케잌을 포크로 찍다 말고 물었다.
“하늘.”
“.......”
잠시간 테이블에 정적이 감돌았다.
내가 뭐라도 잘못했어? 난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고.
“형님.”
“응?”
“전 먼저 쉬러가겠습니다.”
“아..응...”
자리에서 일어나는 로메디스를 물끄러미 보았다.
“아..아참. 로메디스.”
“네?”
“몇 호 실이야?”
“201호실 요.”
“좋아... 그럼 나중에 보자!”
“네.”
로메디스는 테이블에서 멀어져갔다.
고개를 돌려 케잌을 반쯤 먹은 리사를 보며 말했다.
“리사 씨?”
“네.”
그녀는 내 말에 건성으로 대답하며 레모네이드 잔을 들어올렸다.
“방 잡고 올 테니까 여기서 기다리세요.”
“네.”
카운터로 걸어간 나는 이전처럼 숙박계를 작성했다.
.... 어쩔 수 없지. 역시 여동생이다.
숙박계를 작성 한 뒤, 여관 주인에게 넘겨주며 주인에게 물었다.
“이 마을에 시약상점이 어디 있나요?”
“마을 중앙 호수 건너편에 있답니다.”
“감사합니다.”
1인실 열쇠 2개를 받은 나는 테이블로 돌아가 케잌을 다 처리하고 마지막 남은
레모네이드를 들이키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나가 볼까요?”
리사는 자신의 입가를 손수건으로 닦고는 말했다.
“그거, 데이트 신청인가요?”
“그건 아니지만...”
“그렇군요.”
-
코마디움을 가득 산채 돌아가는 길 -
피에트 마을 중앙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그 호수의 주변에 환형으로 나있는 길은 아름다운
풍경으로 꽤나 유명한 데이트 코스였다. 그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길가에 드문드문 있는 벤치에는
빈자리를 찾기가 어려웠다.
내 머리칼을 살랑살랑 흔들리게 만드는 맑고 상쾌한 바람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을 정도로
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후아~ 기분 좋~다~”
“저도요.”
옮으신 말씀, 옮으신 말씀.
“저기서 조금 쉬어가요! 이런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잖아요!”
“좋아요.”
과연, 유명한 데이트 코스답게 벤치란 벤치엔 젊은 연인들이 딱 붙어 앉아 밀언을 속삭이고 있었다.
“으음,자리가...”
“아, 저기에 빈자리가 있어요!”
마침 있던 빈 벤치로 걸어갔다.
“빈 벤치도 찾기 힘들군요.”
“그렇네요.”
그녀는 내 말에 가볍게 동조하며 내 옆에 앉았다.
잠시간 말없이 잔잔한 호수를 응시하던 리사는 내 팔을 툭 치며 물었다.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라. 꽤나 범위가 넓은 질문이다.
“로메디스라던지.. 다른 의형제라던지... 전 많은 사람을 좋아해요.”
“.....”
리사는 잠시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며 지나가는 듯 말했다.
“바람둥이에다가 남색을 밝히시는 군요! 실망인데요.”
“에엑- 무슨-?!”
“그 좋아하는 말고, 호감 가는 여자나 연인이요.”
내 말을 퉁명스럽게 끊고 들어온 말에 가슴이 잠깐 들썩였다.
호감가는 여자나 연인이라....
“연인은 아니었지만, 그런 사람은 있었군요.”
“...”
그녀는 의외라는 듯 잠간 나를 쳐다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떤 사람인데요?”
“하얀 머리칼을 가지고 있었어요.”
“헤에....”
“어떻게 만났는데요?”
..후.. 떠올려야하나.
“...4년 전이였지요. 저는 밀레스 지하 묘지의 깊은 곳까지 걸어서 들어갔었어요.”
“왜요?”
“일종의 내기였지요. 아이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요.”
“무슨 내기였어요?”
잠깐 말을 멈췄다. 이걸 말해야하나...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보았다. 뒤로 빠져 나갈 수는 없을 듯하다.
...뭐, 숨겨도 언젠간 알게 될 테니..
“고아원에서, 저는 따돌림 받은 아이었어요. 비실비실했지요.
뭐, 한마디로 만만한 놈이었어요.”
“.......!”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작아졌다.
“고아원에서 좀 힘이 센 녀석이 있었어요. 어느 날, 녀석은 내 ‘보물’을 훔쳐갔어요.”
“보물?”
“제 여동생의 유품이자, 그 전에는 어머니의 유품이었던 머리끈...이었어요.”
“......”
그녀의 눈썹이 잠깐 파르르 떨렸다.
“돌려달라고 했지만, 녀석은 용기 없는 녀석에겐 돌려주지 않는 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난 내가 겁쟁이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고, 그 아이는 지하묘지
12층에 있는 묘 번호를 가르쳐주며 그것이 자신의 조부의 무덤이라며,
그 이름을 알아보라고 했지요.”
“.......”
“뭐, 전 겁쟁이라는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단신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들어갔지요.
사실, 꼬맹이는 들어가면 열에 열은 죽는다고 봐야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때
그걸 몰랐어요. 단지 ‘들어가면 안 되는 곳’정도 밖에 몰랐지요.”
“몬스터들의 눈에 띄지 않고 12층 까지 내려갔어요. 이건 거의 기적이었죠...”
“........”
“하지만, 12층에 닿아서 묘명을 확인하고 뒤돌아서는 순간, 전 전갈을 보았어요.
후훗, 도망치려 하는데 다리가 안 움직이는 거 있죠? 후후....“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어쩌긴요, 뭐 그대로 얼어있었죠, 공포에 얼어서..... 그리고 다음 순간 기절 했을 껄요?”
“......”
“정신을 차렸을 때, 전 여관에 있었어요. 그리고... ‘그녀’가 있었지요.”
“예뻤나요?”
“음...글쎄요...”
흐릿하게 그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녀는.....
“예뻤던 것 같네요.”
“......”
4년.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그 사이에 그녀에 대한 기억은 많이 흐릿해져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뭐... 2~3일에 한 번 꼴로 고아원에 찾아와서 저랑 놀아줬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난다면서 가버렸어요.”
“.....에....”
그걸로 끝이었다.
“그걸로 끝이었어요.”
“.....흠,흠.”
난 그녀의 표정을 보며 부연설명을 덧 붙였다.
“원망 따위는 하지 않아요. 그녀가 있었으니까 잠깐이나마 행복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냥.. 추억을 간직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 사람. 사랑했나요?”
“......”
사랑?
나는 고개를 돌려 리사의 눈을 지그시 보았다.
그녀는 잠깐 시선을 맞추더니 곧 고개를 돌려 내 시선을 피했다.
“글쎄요...”
“......”
“글쎄요 내가 했던 게 과연 ‘사랑’일까요?”
“......”
사랑...사랑........
“리사 씨는 사랑이 뭔지 알아요?”“..글쎄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어려우니까-
나는 먼저 일어서서 그녀에게 말했다.
“이제, 가도록 하죠!”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뒤돌아서서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
“언제까지나 함께 하고 싶은 거... 아닐까요?”
리사는 앞서 걷는 프레이엘의 등에 작게, 아주 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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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레노!!”
“크르르르....”
수압이 만들어낸 칼날에 등에 커다란 상처를 입은 은빛 늑대가 침음성을 흘리며 몸을 숙였다. 아마 로메디스에게 뛰쳐나가려고 하는 거겠지!
“이거나 먹어라아아-!!”
그때, 그라디우스를 양손에 거머쥔 리사가 늑대의 목에 그녀의 검을 박아 넣었다.
“크아아앙-!!”
늑대는 고통의 찬 비명을 내질렀지만, 척추가 끊어진 몸은 그의 제어 하에 놓인 것이 아니었다.
“하아아압-!”
리사는 자신의 검을 들어 늑대에게 최후의 일 검을 날렸다.
퍼억!!
“꽤나...힘든데요.”
리사는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후우... 후우... 잠시만 쉬지요....”
로메디스는 연속으로 마법을 써서 머리가 아픈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이 숲은 정말 몬스터들이 많군요.”
“그런 것 같아요.”
여기는 망각의 숲 깊숙한 곳.. 장말로 몬스터들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곳이다.
부스럭....
“오 이런..”
“정말-! 또 몬스터야?!”
“크왕!!”
늑대의 외침소리와 함께 다시 전투는 시작되었다.
“정말 쉴 틈을 안주네!! 렌토!”
로메디스는 투덜거리면서도 잘도 저주 마법을 시전 했다.
그의 몸에서 뻗어나는 마나의 파동은 늑대의 주변에서 넘실되는 푸른 빛 무리가 되어
늑대의 온몸을 감쌌다.
그러나 그런 그의 뒤도 또 다른 늑대가 뛰쳐나왔다.
“비켜요!”
리사는 뛰어가 로메디스를 홱 떠밀고는 자신의 방패로 늑대의 몸통 공격을 받아 내었다!
그런 그녀에게 아까의 늑대가 이빨을 드러낸 채 달려들었다.
“리사 씨! 조심해요!!”
“꺄악!!”
미처 피하지 못한 리사의 허벅지에 늑대의 발톱이 스치고 지나갔다.
“쿠로!!”
“마레노!!”
내가 시전한 회복마법이 리사의 몸에 어른거린 순간, 로메디스의 마레노가 늑대의 목을
후려갈겼다. 늑대는 목에서 피를 뿜으며 물러났고, 그 순간을 놓칠 리사가 아니었다.
“하압!”
그녀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늑대의 머리통을 방패로 후려치고는 그 반동으로 몸을 튕겨 비틀거리는
늑대에게 재빠르게 다가가서는 로메디스가 입힌 상처에 칼을 박아 넣어 그대로 올려 베었다.
반쯤 잘려나간 늑대의 목에서 튀어나온 시뻘건 피가 허공을 붉게 수놓아갔다.
리사는 표정을 찡그리며 쏟아지는 피의 비를 슬쩍 피한다음 방패에 박은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늑대의 미간에 자신의 검을 찔러 넣었다.
“에라앗!!”
파삭!!
“....끝났나..?”
크와아아앙!!
내말이 끝나게 무섭게 주변 검불에서 몇 마리의 늑대가 튀어나왔다.
젠장..이래서야!
“다들 도망가자! 무리야!!”
리사는 늑대의 미간에 꽂힌 칼을 잡아당겼지만, 칼은 단번에 뽑히지 않고 덜컥였다.
“리사 씨!”
자신에게 다가온 늑대를 방패로 후려친 리사는 늑대의 머리를 밟은 채 양손으로 검을 뽑아내고서는
비틀거리는 로메디스의 손목을 낚아채 달렸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푸하악!!
“허억!”
그때 로메디스의 등판을 물의 칼날이 훑고 지나갔다.
“리사 씨! 코마디움을!!”
나는 달려드는 늑대를 슬쩍 피하며 급한 김에 스태프로 늑대의 미간을 후려쳤다.
“크륵!”
늑대는 잠깐 움칫 했더니 낮게 으르렁거렸다. 찡그려진 늑대의 미간을 보니 아무래도
자존심의 상처를 받은 것 같다. 녀석은 바닥을 발톱으로 두세번 할퀴더니 나를 노려다 보았다.
너 떫냐? 나도 떫다! 젠장!!
그 순간 늑대의 몸이 화살처럼 튀어 나왔고, 나는 간신히 옆으로 피할수 있었다.
늑대의 발톱이 내 가슴팍을 아슬아슬하게 비껴지나갔다.
푸하악!!
“크아아앙!!”
그 순간 늑대의 앞다리를 훑고 지나가는 물의 칼날!
“엘씨! 빨리 오세요!”
리사가 로메디스에게 달려드는 늑대를 검으로 후려치며 외쳤다.
나는 그녀를 따라 달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늑대의 추격을 피한 우리는 숨을 몰아쉬며 쓰러지듯 앉았다.
“허억.....허억......”
“하아.....하아......”
터질듯이 고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주변을 돌아보았다.
드문드문 나무와 바위가 있고, 옆에는 작은 개울이 있었다.
개울만 아니라면 숲의 여느 곳과 같은 곳이다-
나는 기어가다시피 개울가로 가 세수를 했다.
곧, 리사도 내 옆으로 와서 세수를 하기 시작했다.
다 씻고 물을 떠 마신 다음에, 나는 고개를 돌려 로메디스를 찾았다.
로메디스는 씻는 것도 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슨 생각 하냐?”
“아, 네..”
“....?”
“아니오..”
그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왜?”
“잠시 만요.”
그는 나를 **도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왠지 약간 기분이 나빴지만,
그의 무엇엔 가에 몰두한 표정을 보고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아...!”
로메디스는 갑자기 표정이 바뀌더니 갑자기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뭐해?”
“......”
“뭐하는 거죠?”
리사는 내 옆에 와서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치며 물었다.
“글쎄요...”
나라고 알 턱이 있나...
로메디스는 얼마 가지 않아 한 나무와 바위 사이에 가더니 갑자기 엎드렸다.
“로메디스! 도대체 뭐하는 거야?!”
“.....잠시만요!!”
그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별로 특별한 건 없는데.
나무... 바위... 그루터기.
그는 그루터기를 보고 갑자기 씨익 웃더니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다.
"로..로메디스?!“
“....찾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을 도저히 참지 못하고 두 세 걸음 내딛었을 무렵,
그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외쳤다.
“응? 뭘?”
“이거요.”
로메디스는 흙더미로 엉망인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그 곳에는 갈색의 흙덩이가 있었다.
“이게 뭐야..?”
“음..그러니까...”
그는 웃으며 그 흙덩이를 툭툭 털었다.
그곳에서 나타난 것은 흙덩이가 묻어 엉망이 된, 이상한 금속 문양이었다.
“별?”
“팬던트에요.”
“팬던트?”
이번에는 리사가 물었다.
“그러니까... 이 포테의 숲으로 오게 만든 장본인인 투르크가 말한 팬던트죠.”
“응?”
“음...그러니까.. 투르크가 이것은 일종의 마법도구라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게 왜 여기 있는 거야?”
로메디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투르크가 기사였을 무렵, 이곳에 한번 온 적이 있데요.
그리고 자신이 보좌하던 사령관이 이곳에 와서 그 마법무구를 묻었다는 거 에요.”
“왜지?”
“글쎄요..그건 모르지요...”
“마법사인 네가 보기엔 어때?”
“흐음...그게 사실, 도통 모르겠어요.”
그는 개울가로 걸어가 땀과 피와 흙으로 엉망인 자신의 얼굴과 팔을 대충 씻었다.
“정체가 확실하지 않은 마법 무구는 안 쓰는 게 좋아.”
“저도 그렇게 배웠어요. 어떤 저주가 깃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흐음..그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그는 대충 물을 털어내며 말을 이었다.
“아녜요, 만약 그 정도로 강한 사심을 가진 물건이라면 제가 그 기운을 못 느낄 리는 없죠.
이렇게 보여도 일단은 마법사니까요. 최소한 저주가 깃든 마법은 아니에요.
뭐랄까..이런 류의 마법은 처음은 아닌데... 어디서 느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그런데요”
팔짱을 끼고 가만히 있던 리사가 말했다.
“그런데..우리, 길 잃은 거 같지 않아요?”
“.....아.”
오늘 내로 여관에 돌아가 쉴 수 있을까.
-
“크우우웃!!”
은색의 갈기를 휘날리며 다가온 라이간슬로프의 단검이 리사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에잇!”
리사는 방패로 라이간슬로프의 단검을 막으며 라이간슬로프의 하복부에 검을 찔러 넣었다.
“쿠어어어!!”
하복부를 관통당한 라이간슬로프는 온몸의 힘을 쥐어짜 그의 단검을 방패에 내리 쳤다.
단검은 그녀의 몸에 전혀 상처를 주지 못했지만, 그 큰 충격을 견디지 못한 리사는 짧게
비명을 내지르며 칼을 놓치고 튕겨 나가 빠른 속도로 ...
“!!”
“우악!”
내 쪽으로 튕겨져 나온 리사를 붙잡으려 노력했지만, 꽤나 빠른 속도로 날아왔기에 받은
그순간 그대로 뒤로 넘어져 버렸다.
“마레노!!”
로메디스의 시동어에 생긴 물의 칼날이 라이간슬로프의 흉부에 작렬했고, 라이간슬로프는
괴상한 숨소리를 내며 쓰려졌다.
“아야야... 리사 씨 괜찮아요?”
“앗...네....”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내 품에서 빠져나갔다.
잠깐, 내 품?
“.......”
“리사 씨, 얼굴이 빨간데요?”
로메디스가 빙긋빙긋 웃으며 놀리는 어투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나 그는 오래 웃지 못했다.
“컥!”
왜냐하면, 순간 어느 괴한의 팔꿈치가 로메디스의 복부에 박혀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배를 부둥켜안고 쓰러져가는 로메디스의 옆으로 리사는 무심히 지나쳐가,
사후경직으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라이간슬로프의 복부에서 자신의 검을 뽑아내어 피를 털어냈다.
무서운 여자.
“으욱...죽을 뻔했다.”
몸을 일으켜 세운 로메디스의 얼굴은 정말로 창백하게 변해있었다.
바스락.
“응?!”
“!!”
우리들은 덤불 속에서 난 소리에 깜짝 놀랐다.
어느새 리사가 번개처럼 튀어나가 검을 찔러 들어갔다.
“!!”
“꺄앗! 살려주세요!”
마지막 순간에 비틀거리며 간신히 검의 궤도를 바꾼 리사는 놀란 얼굴로 덤불 속에서 나온
금발의 소녀를 보았다.
소녀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대로 멍한 표정으로 주저앉았고, 리사는 검을 옆에 두고는
소녀의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러나 다음 순간에 정신을 차린 소녀는 소리를 꽥 질렀다.
“도..도와주세요!! 제발!!”
“에엑...?”
자신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간 소녀의 허리를 살펴보고 있던 리사는 갑자기 소녀가
버둥거리자 놀랐는지 엉덩방아를 찢으며 넘어졌다.
좋아. 리사의 굴욕 씬 1번.
응?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진정...”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진.....”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진정하세요!!!”
로메디스는 그녀를 진정시키려다가 갑자기 고함을 꽥 지르고는 소녀의 양 어깨를 잡아 뒤흔들었다.
우와, 과격한데..
소녀의 말이 멎자 로메디스는 먼저 선수를 쳤다.
“무슨 일이신데요?”
“..아... 제.. 제 오빠가 죽어가요!! 그..그런데 코마디움이 없어요!!”
“어디에요? 빨리 서두르죠!!”
“네...넷-”
우리는 그녀의 뒤를 따라 달려갔다.
-
모닥불이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올랐다.
넘실거리는 불꽃을 따라 너울거리는 주황빛의 불빛이 밤의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마치 바닷가의 백사장에서 파도가 쓸려왔다 쓸려 나가듯 어둠과 모닥불의 빛은 끊임없는
줄다리기를 했다.
나는 내 몫의 야채 스튜를 후후 불어 식히며 모닥불 건너편의 앉은 사람들을 흘끗 보았다가,
마침 나를 보고 있던 금발의 소녀와 눈이 딱 마주쳤다.
윽...외..외면 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렇게 보고 있을 수도 없고!
그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자신의 오빠라는 시원시원하게 생긴 금발의 미청년이 약간 핼쓱한 얼굴로
자신의 몫의 야채 스튜를 숟가락으로 떠먹고 있었다.
그들의 행색을 봐서는 역시나 열에 아홉은 어둠의 계약자일 것이다.
그나저나, 남매 관계라고 했던가? 둘의 흡사한 외모를 봐서는 아무래도 친남매일 확률이 높아 보이는데?
드문 경우지만, 어둠의 계약자들 중에서도 친형제 사이인 경우가 있었다.
일반적인 어둠의 계약자들은 대부분의 자신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은 잊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자신의 이름, 나이. 그리고 같은 피를 나눈 사이일 경우에는 그 상대방과의 관계라 던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리사는 정말로 특별한 케이스구나.
“저기....”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말을 한 것은, 금발의 소녀 옆에 앉아 있던 흑발의 여인이었다.
그녀의 조용한 한마디에 5명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의 얼굴에 꽂혔다.
시선을 받은 그녀는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는 눈을 깜박였다.
“계속 말씀하세요.”
내 오른쪽에 앉은 리사는 그녀 몫의 스튜를 담았었던 텅 빈 그릇을 땅에 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그 말에 여인은 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이렇게 어색하게 있는 것보단, 서로 통성명이나 하는 게 어떨까요?
이쪽에서 보면 그쪽은 생명의 은인인데 말이죠...”
다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또 한동안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부담스러운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말을 시작했다.
“루시엘라입니다. 메투스 님을 섬기고 있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약간의 차가움마저 느껴지는 차분한 목소리-
그나저나 자기소개의 표준 같군.
그녀는 윤기가 흐르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잠시간 또 침묵. 그녀의 양 옆인 금발의 소녀, 그리고 리사는 누가 먼저 할 것인가에 대한
무언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면에선 리사가 한수 위였는지, 그녀는 정공법이 아닌
다른 방식을 썼다.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는 금발의 소녀와는 달리 리사는 고개를 돌려
딴청을 피웠다. 그 와중에, 보다 못한 루시엘라가 금발의 소녀의 옆구리를 쿡 찔렀고,
금발 소녀는 불만인 듯 입을 삐죽 내밀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헤르미카입니다. 나이는 열여덟이고, 로오 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고, 옆의 이 분과는 친오누이 관계에요.
헤르미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금발의 소녀는 일단 입을 열자 앞의 루시엘라와는 대조적인
쾌활한 목소리로 ‘마치 준비한 듯’ 말을 이었다.
시작점과 방향은 정해졌고, 자기소개의 양식도 정해졌으니 다**턴 빠르게 진행되었다.
헤르미카의 옆에 앉은 금발의 미청년은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울림 좋은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듀르크스라고한다. 세토아님을 섬기고 있지. 헤르미카와는 친누이 관계고.. 나이는 스물 둘이다.”
옷 밖으로 노출된 그의 몸의 곳곳에는 잘 단련된, 박력 넘치는 근육이 자리 잡고 있었다.
뭐랄까. 약간 무뚝뚝하군.
다음은 로메디스.
“로오님을 모시는 로메디스라고 합니다. 나이는 열여덟살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내 차례.
“이아님의 은총을 받은 프레이엘이라고 합니다. 로메디스의 의형이고 올해로 열아홉이고,
밀레스 출신입니다.”
그 말에 앞의 3명은 조금 놀라는 듯 했다. 헤르미카는 말이 끝나자마자 물었다.
“그럼 어둠의 계약자가 아닌 거 에요?”
“그렇지요.”
나는 태연히 말했다.
“그렇군요.”
잠시간의 정적이 지난 후 리사는 말을 이었다.
“리사라고 합니다. 세토아....”
잠시간의 정적. 그녀는 미간을 찡그린 채 말을 이어나갔다.
“님...을...”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는 토해내듯 말했다.
“섬기고 있습니다.”
그녀는 눈을 떴다.
그때 검은 머리칼의 여인이 어색하게 손을 들며 말했다.
“제 나이는 스물입니다.”
여라 사람들이 리사를 보았지만 그녀는 모닥불만을 내려 보았다.
“프레이엘..이라고 했나.”
“네.”
“고마웠다. 덕분에 살았어.”
“천만해요, 사람을 구하는 것이 제 직업인걸요.”
“로메디스...라고 하셨지요?”
“네..넵?”
헤르미카는 로메디스와 같은 ‘마법사’로서 대화를 시작했다.
지식의 장이구만. 음, 음.
“그런데 너희 팀은 여기가 어디인지 정확히 아나?”
“아니오.. 몬스터들에게 쫒기다가 여기로 오게 되었지요.”
“우리와 같군. 그래서 그런데, 우리 팀과 함께 다니지 않겠나?”
“예?”
“우리는 원래라면 이 숲 어딘가에 있다는 자이언트 맨티스를 잡으러 왔네.”
“네...”
“하지만, 대규모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아 난리 통에 우리 팀의 성직자와 헤어져 버렸거든.
허헛.. 걱정되는 군. 죽었을지 살았을지...”
“흐음.... 위험한 일은 그리 하고 싶지 않은데...”
“어차피 우리들도 지금 상황에선 별로 그 괴물과 대치할 생각이 없네.
일단, 코마디움도 다 사용해버렸으니 위험하기도 하거든. 일단 우리와 함께 길을 찾고,
혹시나.. 마음이 있다면 우리와 함께 그 괴물을 잡도록 하지. 우린 얼마 전에 좋은 정보를 얻었으니
말일세...”
“생각해 보도록 하지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운 하늘에 뜬 별을 보다가 나는 듀르크스에게 말했다.
“이제 슬슬 잘 시간이군요... 오늘 밤을 새서 길을 찾으실 작정은 아니시죠?”
“아니, 잠은 자야지. 나도 그걸 바라고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바랄 걸세.”
그의 시선을 따라 보니, 리사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톡 쳐서 깨웠다.
“...앗!”
“리사 씨! 아무래도 노숙을 해야 할 것 같네요. 모포 꺼내서 편히 주무세요.
“우음...네.”
듀르크스는 그 사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잘 준비를 하라고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고,
나는 그에게 말했다.
“불침번은?”
“...일단 근접 격투를 담당하는 한 명과 그를 보조하는 한 사람으로 나누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사람들을 모아야겠군요.”
“다들 모입시다!!”
듀르크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모두들 모닥불 주위로 모은 다음 말을 시작했다.
“노숙을 하게 전에, 일단 불침번을 정해야겠지. 그렇게 하기 위해 근접 격투 담당할 한 명과
나머지를 깨우고 그를 보조할 마법사, 혹은 성직자로 팀을 나누어야겠지..”
“......”
어깨에 와 닿는 묵직한 느낌에 옆을 돌아보니, 쏟아지는 졸음을 견디지 못한 리사가 내 어깨를 베게 삼아 잠들어있었다. 살짝 내리감은 눈, 고른 숨-
두, 두근거리잖아!
“그럼 팀을 정해보도록 하죠.”
“그럼, 오빠랑 나랑 한 팀!”
헤르미카가 기다렸다는 듯 듀르크스의 한쪽 팔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그럼...”
듀르크스의 눈이 나와 내 어깨에 기낸 리사에게 향했다.
그가 헛기침을 한번 하며 고개를 돌렸고, 헤르미카는 눈웃음을 지으며 선고했다.
“사이좋은 프레이엘 씨랑 리사 씨 한 팀!”
“...에?”
...이런. 오해하지 말아 줬음 하는 데.
“그럼 남은 사람은 저랑 로메디스 씨군요.”
아..아 이런. 루시엘라가 먼저 말하는 통에 반대의견을 낼 타이밍을 놓쳐 버렸잖아!
루시엘라가 눈을 가늘게 뜨며 로메디스를 바라보았다.
로메디스는 그 시선을 받고 멋 적은 듯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잘 부탁드려요. 루시엘라 씨”
“그럼, 순서는 어떻게 할까요?”
“전 별로 잠이 오지 않는군요.”
“저도요.”
루시엘라가 손을 들며 말하자, 로메디스도 따라 말했다.
“그럼 저쪽이 첫 번째로 불침번을 서면되겠군요.”
내가 그들의 말을 받아 말하자 듀르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리 졸리진 않지만.”
“몸도 안 좋으실 텐데 먼저 쉬십시오. 제가 두 번째 불침번을 서겠습니다.”
“뭐, 그러도록 하지.”
-
리사를 나무에 기대어 놓고 그녀에게 모포를 덮어준 뒤, 그녀가 기댄 나무에 기대어 앉아 팔짱을 끼고 눈을 감았다.
로메디스는 화장실 간다고 말하고는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프레이엘 씨. 자요?”
눈을 떠보니 저 먼 치에 헤르미카가 호기심이 가득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요.”
“우훗.”
뭐야 저 웃음은. 뭔가 불안한데.
“리사 씨하고는 무슨 관계에요?”
“......”
이 당돌한 아가씨가 무엇을 묻는 건가? 모닥불 앞에 앉아있는 루시엘라까지 귀를 기울이는 것 같다.
당연히...
“......”
“호~오~ 그런 관계에요?”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한 말을 한마디 말했다.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런 관계’가 무엇인지도 이야기 안했는데요?”
“굳이 말한다면 의형제 정도랄까? 아직 정식으로 연을 맺고 있지는 않지만요.”
“칫.”
그녀는 바람이 새는 소리를 내곤 뒤로 놀아 누었다. 그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재미없게 시리.”
그녀 딴에는 작게 말했지만, 애석하게도 주변은 너무 조용했고,
그녀의 말은 그녀의 의도 이상으로 크게 들렸다.
“......”
...뭐라든.
나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피곤했던 터라 잠이 잘 왔다.
-
“형님... 형님...”
“......”
누군가 내 어깨를 흔드는 통에 잠에서 깨었다.
몇 시간 동안 앉은 자세로 잠을 잤더니 온 몸이, 특히나 목이 뻐근했다.
“내 차례야?”
“네.”
나는 리사에게 다가가는 로메디스의 등 너머로 모포를 펼치는 루시엘라의 모습을 보았다.
솔직히, 무도가의 복장은 추워 보인다.
“그것 가지고 춥지 않나요?”
그녀는 나무에 기대어 앉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리사를 깨우던 로메디스는 말했다.
“리사 씨.. 안 일어나요.”
“내가 깨울 테니까 먼저 자.”
“예.”
“리사 씨.. 일어나요.”
“......”
“리사 씨!”
“......”
“리사 씨이이~~.”
나는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너무 곤하게 자고 있어 깨우는 게 미안하지만.
저쪽 팀에게 눈치 보이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다.
“리사 씨이이이~~~”
방금까지 내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있는 로메디스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리사 깨우다가 다른 사람까지 못 자겠네!
“..리사 씨.”
그녀의 뺨을 톡톡 치며 흔들자 그제 서야.
“우웅...”
“리사씨! 일어나요!”
“...으...”
“....”
눈을 뜨지 않는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그녀의 양 볼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날 용서하세요.”
그리고 잡아당겼다.
“크잇?!?!?!”
-
“....흠.”
“....”
“...휴..”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모닥불 건너에는 리사가 볼을 부풀린 채 그녀의 검을 닦고 있다.
그녀가 워낙 안 깨 길래 궁극기 볼 당기기를 시전 했을 뿐인데 이건 너무했다.
“...리사 씨”
“휴...”
“미안해요, 봐주세요...”
“흥!”
사과도 받아주지 않는다. 꽤나 큰일나버렸다.
“...”
어쩌나...
“프레이엘 씨.”
“..?”
그녀는 닦던 검을 검 집에 꽂아 넣으며 아까와는 다른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만 진지하게 대답해주시면 화 풀게요.”
“...네”
그녀는 검을 자신의 옆에 두고는 양손을 깍지 낀 뒤 무릎에 올려놓고선
내 눈을 바라보았다.
“...”
“...”
“나이가 열아홉이라고 하셨죠?”
“네”
“...이전번에도 물었지만, 그런데도 왜 저에게 존칭을 쓰세요?”
“...”
내가 말하려 입을 열자 그녀가 내 말을 끊듯이 말을 이었다.
“습관이라고 하기 없기에요!”
“......”
“비슷한 말도!”
“뭐,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기로 했으니까요.”
“그건 또 왜요?”
“흐음...”
왜...냐고?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하거든요.”
“그래요?”
“.......”
리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손장난을 하며 말했다.
“프레이엘 씨... 전.”
“......”
“아니.”
손장난을 하다가 한숨을 푹 내쉰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보며 말했다.
“제가 싫어요?”
“예? 아니, 그렇지 않아요.”
“당신이 자꾸 경어를 쓰니까 친해지기 어려운거 같아요.”
“에.”
“멀어 보인다구요. 매번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
리사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푹 숙였고, 기어가는 듯 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에겐 지금 당신이 유일하게 의지할 사람이라고요,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친하게
왁자지껄 지내고도 싶은데, 그렇게 꼬박꼬박 존댓말 하면 뭐랄까... 선생님?
그런 기분이랄까요? 싫어요, 전. 그런 건.”
그렇단 말이지...
“제 생각이 짧았군요. 전 단지, 높임말하면 상대방의 기분이 안 나빠질 거라고 여겼는데
말이죠.”
나는 장작개비 하나를 모닥불에 집어넣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남을 높여주는데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 라는 생각을 가져봤을 뿐이에요.”
“헹...”
리사는 입을 가린 체 숨죽인 채 웃었고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
“프레이엘 씨도 생각보다 바보 같은 면이 있으시네요.”
“흠... 그런 면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어머나~ 저에게 흠이 있던가요?”
오오.. 이거 조금 열 받는데?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때고 저 멀리 덤불을 보며 혼잣말 하듯 중얼 거렸다.
“미중년 세토아님의 심복.”
“!!! 이익!!”
리사의 양 눈이 불꽃을 내뿜을 듯 번쩍였다. 그리고 정말로 검에 손을 가져다 댔다.
나는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끼며 태연한 척 아까의 그녀의 자세를 따라 한 채,
그녀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말했다.
“어머나~ 리사 씨, 쉽게 흥분하시는 데요~?”
일순간 리사의 손이 딱 멎었다. 그러나 그녀의 양 눈은 짙은 살기를 내포한 채
나를 노려보았다.
“...각오하세요!”
“!!”
-
“하압!”
루시엘라가 그녀의 긴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신의 옆에 있던 라이간슬로프의 복부를
걷어찼다.
“크우...!”
그의 비명이 채 끝나기도 전에 듀르크스의 메스커레이드가 그의 목을 날려버렸다.
그러나 쓰러져있는 라이간슬로프가 더 많았다.
“엘! 위험해요!!”
“!!”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등 뒤로부터 다가온 늑대가 은빛 갈기를 휘날리며 나에게 쇄도해
들어왔다. 그러나 그 발톱이 닿기 전에 리사의 가죽 방패가 늑대의 발톱을 막았다.
“마레노!”
“테라미코!”
늑대의 발밑에서 흙덩이가 튀어나와 늑대의 복부를 치는 동시에, 물의 칼날이 가차 없이
늑대의 등을 깊숙이 베었다.
“에이잇!”
다리를 부들거리며 간신히 서 있는 늑대에게 뛰쳐나간 리사는 늑대의 머리를 검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제기랄, 이번거도 끝이 없구만!”
듀르크스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날아오는 늑대를 후려쳤다.
정말 쉴 틈도 안주고 몰아치는군! 잘 때 습격 안 한 것이 정말 고마울 정도로.
하긴, 밤에는 녀석들도 자야 할 테니까!
콰콰쾅!
“꺄악!”
늑대에게 전력투구하던 루시엘라의 가슴팍을 불꽃이 휩쓸고 지나갔다.
나는 재빨리 회복 주문을 외려했으나, 그녀는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루시 언니!”
“하압!”
헤르미카는 주문을 외우는 것도 잊은 채 빈사 상태의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듀르크스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늑대의 머리통을 검 면으로 후려치고 뒤돌아서서 그의 검을
수직으로, 그의 머리 위로 들어 올린 뒤 짧은 기합성과 함께 허공을 내리 그었다.
콰앙-!
“큭!”
내 앞을 스쳐지나가는 풍압에 순간 비틀거리던 나는 루시엘라의 위로 뛰어들던 늑대가
안면에 치명적인 검상을 입고 그대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았다.
“.....!”
“뭐..뭐야?”
그 모습을 본 리사는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헤르미카에 의해 코마 상태에서 풀린 루시엘라에게 회복주문을 외웠다.
어느새 루시엘라의 앞에 선 듀르크스는 늑대의 무리와 힘겹게 싸우기 시작했다.
“엘! 도대체 어디다가 정신을 파는-! 으악!”
“리사 씨!”
“젠장!”
리사는 늑대에게 할큄 당한 상처를 돌볼 세도 없이 늑대의 목을 검으로 쳐냈고,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회복 주문을 외웠다.
“...... 이건 허용 범위 외라고!”
로메디스는 마법을 외다말고 고함쳤고 듀르크스는 화가 난다는 듯 필요이상의
힘으로 늑대의 미간을 검으로 내려치며 외쳤다.
“제길! 도망가!!”
“젠장, 꼴이 말이 아닌데!!”
리사는 내 손목을 잡아 이끌었다.
...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 도주였다.
간헐적으로 튀어나오는 몬스터들을 모두 무시하고 달렸다.
그들의 추격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할 무렵, 우리 일행은 나무가 드문드문 나있던
아까의 숲과 다르게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숲의 한 공터에서 멈출 수 있었다.
숨을 고르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일행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매번 퇴로를 뚫어놓고 오는 군요. 이놈들은.”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은 아나**?”
“그럴지 도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답하는 듀르크스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게 과연 미소일지는 궁금하지만.
퇴로를 두고 공격한다. 이건 마치...
“몰이 당하는 것 같군요.”
루시엘라는 손목을 풀며 중얼거렸고, 그 순간 장내는 썰렁해졌다.
“에... 에이~! 설마! 그 놈들이 무슨 머리가 있다고...”
헤르미카는 루시엘라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말했다.
늑대들이 지능이 있을 리는 없다. 그러나
“늑대도 전략을 쓰지. 몰이 팀과 타격 팀으로 나뉘어서 말이야.”
듀르크스는 그의 칼을 땅에 박아 넣으며 말을 이었다.
“모는 녀석들이 먹잇감을 타격 팀 쪽으로 몰고 가면 타격 팀이 갑자기 튀어나와 사냥감을
잡는 방식이지.“
“........”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몰이 팀만 봤다는 게 이상하다랄까?”
그렇다면... 나는 그의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을 조종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요?”
. . . 아마,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 생각을 제일 먼저 입 밖으로 낸 것은 로메디스였다.
“자이언트... 맨티스?”
“아마 그럴 겁니다. 라이칸슬로프들은 그리 머리가 좋지 않고, 놀이 있다고 해도
이곳의 강력한 은빛 늑대들을 테이밍 했다곤 생각하기도 힘드니까요.”
루시엘라는 ‘다른 가능성’조차 무참히 부수었고, 나는 듀르크스를 보며 물었다.
“그가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질 정도로 강력합니까?”
바위에 앉은 채 꽂은 검 위에 양손을 걸쳐두고 있던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 말했다.
“글세, 영감탱이가 그런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는 한숨을 내쉬었고, 로메디스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만약 우리가 정말 사냥감처럼 몰이 당하고 있다고 해도 그들이 저런 방식으로 오면,
도망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너무 많아서 돌파도 힘들 거 에요...”
리사가 그녀의 검 손잡이를 매만지며 중얼 거렸다.
“그렇게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외의 존재가 개입되었다고 보기엔..
이상하니까요.”
“자이언트 맨티스는 강한 가요?”
내 말에 이어 로메디스가 듀르크스에게 물었다.
“얼마나 강력한지는 잘 모르겠군.”
아까부터 마음에 걸리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듀르크스 씨.. 알고 계신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
“전 단지, 지금 저희들에게 직접적인 ...”
“정보란.”
내 말을 끊은 듀르크스는 몸을 일으켰다.
근육도 없고, 키도 그리 크지 않은 나와는 달리 떡 벌어진 어깨와 단단한 몸과
큰 키를 가진 그가 일어서자, 떨어져있는데도 괜히 위축되는 기분을 느꼈다.
“자이언트 맨티스 자체와는 별 관련이 없다.”
“...”
“자이언트 맨티스와 부득이 싸워야 올 상황이 온다면 가르쳐주겠지만...”
“그렇군요.”
착 가라앉은 분위기. 괜히 말했군.
헤르미카가 자신의 드러난 양 팔을 손으로 매만지며 말했다.
“아까부터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나요? 조금 춥기도 하고.”
그녀가 말 한대로 아까 따뜻했던 망각의 숲과는 달리 이곳은 한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같은 망각의 숲 맞나?
조금 이상한 기분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저마다 한마디씩 말했다.
“나무도 많고.”
“습기 차고.”
“꼭 늪지처럼...”
루시엘라가 한 마디 했다.
“음산하군요.”
“하하...”
억지 웃음을 짓는 헤르미카. 나도 조용히 한마디 거들었다.
“뭐라도 튀어나올 분위기인데요?”
“......”
순간 행동이 딱 멎는 리사와 헤르미카.
“시..싫다... 프레이엘 씨! 그.. 그런 소리나 하구!”
헤르미카는 듀르크스의 옆에 꼭 붙으며 불안한 눈초리로 주변을... 응?
“...... 그런 말 하면 칼로 찔러 버릴 거 에요.”
옆을 돌아보니 리사가 굳은 얼굴로 내 옆에 붙어서 중얼거렸다.
뭔가 튀어나오는 상황보다 리사의 말이 더 무서웠지만, 일단 무시하자.
“흐음. 이거 뭐 짝 없는 사람 억울하게 시리...”
로메디스는 다 들으라는 듯 크게 중얼거리며 말라 죽은 고목에 기대어 섰다.
저기 옆에 남은 사람 있잖아?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행동하라고!
유령 따위 전혀 무서워 할 것 같지만....?
루시엘라씨, 얼굴이 은근히 창백하....
“로메디스 씨! 뒤!!”
“컥!”
둔탁한 타격 음이 들리고 로메디스가 허공을 날았다.
언뜻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다음 순간 나를 향해 휘둘러지는 무언가를 보고
내 몸은 움직임을 잊었다.
“으..... 에익!!”
패닉 상태에서 먼저 풀린 리사가 검을 들어 그것을 베었다. 그것은 땅에 떨어진 뒤 햇빛에
노출된 지렁이처럼 한 동안 꿈틀거렸고, 헤르미카는 비명을 질렀다.
“오..오빠!내 어깨에에에에~~~!!!”
“트..트렌트?!”
그워어어어어-
듀르크스는 비명을 지르는 그의 여동생을 잡아 끈 뒤, 트렌트의 가지를 검으로 잘랐다.
루시엘라는 자신에게 날려온 가지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관절기를 걸듯 꺾어버렸다.
우와...
“어쩐지 나무가 너무 많다 했어어어!!”
“루시엘라씨! 로메디스를 부탁해요!!”
“네!”
헤르미카의 비명에 가까운 고함 소리를 들으며 루시엘라에게 로메디스의 상태를 봐달라고
고함을 질렀다.
“프..플라모!!”
“크.”
혼란의 극치였다. 주변의 나무의 대다수는 트렌트로 일어섰고, 차츰 주변은 포위해왔다.
그러나 역시 이번에도 한 곳은 허술했다.
“듀르크스씨! 퇴로가 있는데요!!”
“이젠 도망가는 것도 지겹구만!!”
“헤르미카! 잔말 말고 달려!”
“프레이엘씨! 여기에 치유 마법을!!”
나는 회복마법을 외우며 리사와 함께 도주했다.
“밖이 어디야!!”
“저기 빛이 보이는 대요?”
어느새 힘을 되찾은 로메디스는 고함쳤고, 그곳은 본 듀르크스는 그곳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숲 밖으로 뛰쳐나오자마자 앞서가던 듀르크스가 갑자기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튕겨나갔고, 그 뒤를 바짝 따르던 헤르미카는 그것을 보고 간신히 속도를 줄여
간신히 피했으나, 그녀도 곧 허공에 보이지 않는 그물에 걸린 것처럼 느려지더니,
그녀의 오빠처럼 튕겨나갔다.
“크윽!”
“아얏!!”
그것을 본 나는 직감적으로 달리기를 멈췄다.
달려오던 속도 그래도 튕겼는지, 듀르크스는 꽤나 큰 충격을 받은 듯 보였고,
마지막 순간에 속도를 줄인 헤르미카는 단지 엉덩방아를 찧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듀르크스를 부축해 일으키며 그에게 회복의 주문을 외웠다.
듀르크스는 혼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여기가 자비츠 영감이 말한 오솔길인가? 이젠 괜찮다.”
듀르크스는 회복 마법으로 기운이 나는지, 내 부축을 거부하고는 중얼거렸다.
“이런 게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말이야.”
“그건 제가 알아요.”
로메디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뭔가?”
“저건 일종의 결계지요. 자이언트 맨티스가 나오지 못하게 막고, 다른 사람이
함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응?”
“수십 년 전 기사였던 투르크에게 들었습니다. 그들은 피에트 마을의 개척을 위해 이곳에
몬스터들을 대대적으로 퇴치한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길을 잃기 전까지 우리가 다니던 길도 그 때에 만들어 진거구요. 어쨌든..
그때 투르크가 대답을 회피한 ‘모종의 이유’로 한 곳이 봉인되어 있다고 했지요.”
“...”
“이 숲이 망각의 숲으로 불리게 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라고 들었습니다.
그 ‘모종의 이유’를 입단속을 시켰다는 군요.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 계속 말해봐.”
로메디스는 듀르크스에게서 시선을 때곤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이 결계를 해체한다면 우리는 필연적으로 그 녀석과 싸울 수밖에 없어요.”
“나는 상관없어.”
“저도요.”
로메디스의 시선이 리사에게로 향하자 그녀는 조금 주저하며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듀르크스를 보며 말했다.
“그럼, 이 결계를 풀어드리고, 함께 자이언트 맨티스를 잡을 테니, 그 동안... ‘정보’를
말씀해 주십시오.”
로메디스가 품속에서 팬던트를 꺼내어 헤르미카에게 다가가 무언가 말하는 동안에
듀르크스는 입을 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3가지네.”
듀르크스는 자신의 배낭을 뒤적거리며 말했다.
“첫째는... 저 결계 너머는 ‘오솔길’이라 불리는 곳인데 저곳에는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때문에 몬스터들의 접근이 없다는 군.”
“좋은 소식이군요.”
“둘째는 저곳의 지상에는 마법적인 함정이 설치되어 있다고 하더군.”
“어떤 종류의 함정인가요?”
“밟으면 생명력이 죄다 빠져나가 그대로 정신을 잃게 된다고 들었다.”
“....”
“응급조치만 한다면 바로 살아난다고 하니까 별로 걱정은 하지마라.”
듀르크스는 가방 안에서 이상한 뭉치를 꺼내놓고는 말했다.
“세 번째 정보는... 이걸로 그 함정을 피할 수 있다는 거다.”
듀르크스가 꺼내 놓은 뭉치는 그물 형으로 맥이 있는 반투명의 막이었다.
마치, 거대한 잠자리의 날개와 흡사한...
“앤트 자이언트의 날개지. 이 날개를 사용하면 함정의 효과를 받지 않아.”
“흠...정말 유용한 정보군요.”
듀르크스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고생했었다. 이걸 모으느라.”
“봉인, 해제 했어요.”
때 마침 봉인해제를 마친 로메디스가 우리에게 말했고,
듀르크스는 검을 들고 앞장섰다.
“가자.”
-
“후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일행을 돌아보았다.
모두 다친 곳 없이 멀쩡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자, 함정 몇 개 빠져나왔다고 긴장 풀지 마세요. 이제부터가 진짜니까요.”
“그렇군.”
듀르크스는 자신의 검을 매만지며 대답했다.
“자, 이 길을 따라가 보죠. 모두, 조심해서요.”
듀르크스와 리사가 앞장서고, 그 뒤를 로메디스와 헤르미카, 그리고 내가 가운데에, 그 뒤를
루시엘라가 따랐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약 5분간 걸어가는 동안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정상에 도착 할 수 있었다.
별로 높지 않은 공간이었다. 작은 집이 구석에 있었고, 그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는데?”
“도망쳤나?!”
허탈하게 중얼거리는 로메디스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헤르미카. 나도 어리둥절했으나,
곧 듀르크스의 말이 내 마음을 긴장 상태로 몰아갔다.
“...뭔가 온다. 조심해 모두.”
슥.... 슥.... 슥.... 슥.....
- 무언가 마찰하는 소리였다. 그것은 언덕 건너편,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들려왔다.
“.... 오는 군.”
처음엔 얼굴이었다. 황색으로 빛나는 수천, 수만 개의 겹눈이 피 빛처럼 붉은,
키틴질 특유의 묘한 광택이 나는 세모꼴 머리의 양 구석에서 번들거렸고,
양 눈 사이에 주황색으로 빛나는 세계의 홑눈의 양 가로 마디 하나하나가
사람 팔뚝만한 그것의 더듬이가 박력 있게 움직였고, 그 아래로는
무시무시한 턱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여닫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커다란 맨티스가 그 거대한 몸을 완전히 드러내자,
우리는 그 존재가 내뿜는 묘한 존재감에 몸을 꼼짝 할 수도 없었다.
그것은 우리들을 하나하나 바라보더니 한 번 크게 포효했다.
“쮜-이-이-익!!”
일반 맨티스가 내는 괴기스러운 소리가 아니었다.
쇠와 쇠가 마찰하는 듯 한 소름 돋는 소리가 숲 전체를 울렸다.
그리고 그것은 ‘말했다’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나를 창조한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그것은 사람 키의 3배는 될 듯 한 거대한 낫 모양의 자신의 앞발을 땅에 꽂아 넣었다.
“그대들 덕에 정신체가 아닌 내 본래의 육신을 되찾았다. 크크큭... 정말 고맙다.
인간들이여..”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 그럼.. 저 생물체는 만들어진 생물체란 말인가?!
더군다나 정신체 상태라니?!
“로메디스라고 했던가, 주황머리. 자네가 나를 봉인했던 팬던트를 가졌을 때
나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팬던트는 오직 인간만이 소유 할 수 있거든.
크큭, 정말로 고맙군.... 그럼, 자네에게 선물을 주도록 하지.
맨티스의 역 삼각형으로 배치된 세 개의 홑눈이 붉은 빛을 띠었다.
“로메디스.. 너에게...”
“모..모두 피해!”
정신을 먼저 차린 듀르크스가 크게 외치고 모두 흩어졌으나, 로메디스 그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가만히 서있었다.
“로메디스!”
“... 죽음을 선사하겠다!”
세 홑눈이 붉은 빛을 폭사했다고 느낀 순간,
“..!”
로메디스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제길! 저 녀석을 죽여!”
듀르크스가 그의 검을 휘두르며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그 순간 정신을 차린 나는 이의 바닥에 얼굴을 묻고 있는
로메디스에게 다가가 코마디움의 마개를 뽑아 로메디스의 몸에
뿌렸다. 그러자 그 살구색의 액체는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기화하며
노란 빛 무리가 되었고, 그 빛 무리는 그의 몸에 스며들듯 사라져 갔다.
“크헉!”
다음 순간 그는 기침을 하며 일어났고, 나는 그에게
재빨리 회복주문을 외웠다.
“로메디스! 정신 차리고 일어나!”
“엘! 디스펠 해줘!”
듀르크스의 외침에 재빨리 뒤돌아 듀르크스에게 디스펠을 해준뒤,
헤르미카를 불렀다.
“헤르미카씨! 제 옆으로 와서 마법공격해요!”
“네..네!”
내 좌우에 선 두 마법사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곧 자이언트 맨티스의 갑각에는 마법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쮜이익-!”
자이언트 맨티스가 그 거대한 팔을 휘두를 때마다
듀르크스와 리사, 루시엘라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공격은 범위가 넓을 뿐 아니라, 굉장히 빨랐고.
설상가상으로 그 힘조차 너무나도 파괴적이기 때문이었다.
“귀찮다!”
쾅!
“우앗!”
땅이 흔들려 리사가 잠시 비틀거린 순간
맨티스가 흥분해서 한쪽 팔을 수직으로 휘둘렀고,
그것은 리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리사 씨!”
콰앙-!!
간발의 차로 듀르크스는 그녀를 낚아채어 피할 수 있었고,
양팔이 땅에 꽂힌 순간 루시엘라는 그것의 팔위로 뛰어올랐다.
“큭-! 건방진!!”
“에라아아-!!”
루시엘라는 마치 원숭이처럼 날쌔게 그의 팔을 타고 올라가
그의 어깨 관절을 차고 그의 턱 부근으로 날아가서는
“으라차!!”
퍼걱!
자이언트 맨티스의 턱을 그대로 올려 차고는 그 반동을 이용해
땅으로 착지 하려 했다.
“건방진 계집!!”
“읏...!!”
“루시엘라!”
자이언트 맨티스가 휘두른 날에 맞은 루시엘라는 복부에서
피보라를 일으키며 튕겨나가 땅을 수 바퀴 굴렀다.
가까이에 가서 본 루시엘라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비록 자이언트 맨티스의 날이 그리 날카롭지 않아서
두 동강나 대책 없이 죽는 것은 막았지만
마치 톱날 같은 날에 찍힌 그녀의 복부는 너덜너덜했다.
쏠려오는 구토를 참으며 코마디움을 쏟아 부으며 회복마법을 외우자,
상처는 거짓말처럼 아물었다.
코마디움에 들어있는 각성의 주문 때문에 눈을 뜬 루시엘라는
메스껍다는 얼굴을 하더니..
“우웩!!”
“괜찮으세요?”
그녀는 한두 차례 토혈한 다음
창백한 얼굴로 일어서며 말했다.
“전 괜찮으니 다른 사람이나 돌봐주세요!”
그녀는 다시 자이언트 맨티스에게 달려 나갔다.
나는 다시 로메디스와 헤르마카가 있는 곳으로 갔고,
그곳에서 제자리에 주저앉은 헤르미카와 온몸을 땀으로
적신 채 주문을 외우고 있는 로메디스를 볼 수 있었다.
“플라모!!”
나는 내 스태프를 꽉 쥐며 다시 자이언트 맨티스를 보았다.
리사와 듀르크스가 틈이 날 때 마다 찌르고 베어나갔지만,
단단한 키틴질의 외골격은 그들의 검을 계속해서 튕겨 낼 뿐이었다.
“로메디스! 저놈의 눈을 날려!!”
“네...허억...허억...”
“리사씨! 듀르크스씨! 저놈의 관절을 노려봐요!!”
몸이 날렵한 루시엘라는 자이언트 맨티스의 공격을 비교적 여유롭게 피했지만,
리사와 듀르크스에게는 피하기도 힘든 공격이었다.
루시엘라의 허리를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가볍게 뛰어넘은 그녀는 자이언트 맨티스의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갔고
그 순간 듀르크스와 리사는 적의 낫 공격의 사각지대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들은 낫 공격을 피하기에 바빴고,
다음순간 남는 발로 루시엘라를 치기 위해
다리를 매섭게 움직이자 그들의 생각은 바뀌었다.
쇄도하는 다리들을 피해가며 맨티스의 복부를 쳤지만
그리 효과를 ** 못한 루시엘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리에 매달렸다.
그의 다리에 박힌 가시에 손을 찔린 루시엘라는 힘껏 나에게 회복 마법을 부탁하고는
자이언트 맨티스의 다리를 잡고 철봉처럼 몸을 튕겨 올려,
자이언트 맨티스의 등에 타올랐다.
“어딜!!”
불길한 기분을 받은 루시엘라가 제자리에서 뛴 순간,
자이언트 맨티스는 그의 거대한 날개를 일순간 활짝 폈다.
그러나 루시엘라는 펴진 날개를 박차고 맨티스의 미간사이에 두 더듬이를 움켜쥐고서는
외쳤다!
“네놈도 이게 없음 곤란하겠지!!”
그녀도 맨티스의 더듬이를 그대로 잡아 뽑았고
그 순간 맨티스는 비명을 내질렀다.
“쮜이이---!!!”
우드드득!!
끔찍한 소리와 함께 맨티스의 양 더듬이가 뽑혀나갔고
지지할 곳이 없어진 루시엘라는 비틀거리다가 자이언트 맨티스의 앞으로 굴러 떨어졌다.
허공에서 몸을 틀어 그의 턱은 피했으나 루시엘라를 노리고 공중에 쳐든 낫을 보고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쮜이이이-----!!”
그러나 들리는 건 여성의 비명소리가 아니라 맨티스의 비명소리였다.
루시엘라에게 정신을 판 사이 듀르크스가 자이언트 맨티스의 앞발 중 한쪽
-루시엘라에게 휘두르던- 관절을 잘라버렸기 때문이었다.
쿵!
맨티스의 한쪽 앞발이 땅에 떨어지며 커다란 소리를 냈고
그의 잘려진 관절에선 초록색 체액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의 시련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플라모!!”
맨티스의 오른쪽에서 불꽃 탄이 세 번 터졌고
맨티스는 끔찍한 고통에 남은 한쪽 팔을 허공에 휘두르며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이 건방진 놈들이!!! 루시엘라! 너에게 죽음을 내리나니!!”
“플라모! 안 돼!”
플라모를 뿜어낸 헤르미카는 비명을 질렀다.
낙법을 잘못했다가 받은 충격을 거의 회복하고 일어서던 루시엘라는
온몸에 힘을 잃고 다시금 쓰러져갔고 그녀의 몸 위를 자이언트 맨티스의
거대한 낫이 그녀에게 떨어져 내렸다.
듀르크스는 온몸을 날려 방패로 낫의 궤도를 바꿨지만,
그 충격에 땅을 굴렀다.
“죽어라 인간!”
그 순간 리사가 자이언트 맨티스의 복부로 뛰어 들어가
칼을 수직으로 세운채로 그대로 그의 하복부를 그었고
“쮜이-----익!!”
갈라진 틈에서 녹색체액이 콸콸콸 쏟아져 나왔다.
그사이 달려 나간 나는 듀르크스에게 회복주문을 외우고
루시엘라에게 다시 코마디움을 사용하며 말했다.
“그러다 진짜 죽는다고요! 어서 일어나요!”
“오늘만 세 번째라니!”
복부를 베여 쇼크 상태에 빠진 자이언트 맨티스는 미친 듯 고함쳤다.
“쮜이이이--!!”
맨티스의 체액을 잔뜩 뒤집어쓴 리사는 땅을 박차고 맨티스의 등에 올라갔다.
다시 한 번 맨티스가 날개를 폈으나 순간 드러난 맨티스의 속 날개에
헤르미카의 플라모가 적중했다.
구멍 뚫린 날개사이로 불이 옮겨 붙었다.
펴지는 날개를 도약으로 피한 리사는 그녀의 점프가
머리까지 닿지 못하자 맨티스의 뒷목에 검을 꽂아 넣었다.
푸아악-!
“키에에---!!”
“끝이다!!”
맨티스는 자신의 남은 한 팔로 들어 올려 리사를 치려했으나 될 턱이 없었고,
다음 순간, 리사는 자신이 갈라놓은 자이언트 맨티스의 상처에 팔을 꽂아 넣었다.
“죽어라!!!”
리사는 크게 고함치며 꽂아 넣은 팔을 지지대 삼아 검을 그대로 옆으로 그어내었다.
푸화악!!
녹색의 체액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고, 반쯤 잘려나간 맨티스의 머리가 덜렁거렸다.
녀석은 몇 번 비틀대더니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갔다.
쿠웅-!!
“이...인간들... 가...감히...”
아직 힘이 남았는지 입을 뻐금거리는 맨티스의 목에 로메디스와 헤르미카의 마법이
적중했다. 맨티스의 머리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끊어져 나가 허공을 날았고,
머리를 잃은 몸은 초록색의 체액을 뿜어내며 한동안 비틀거리다가
큰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나는 퀴퀴한 냄새를 풍기는 초록색 체액의 웅덩이와 아직까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 맨티스의 시체를 지나, 온 몸이 흙과 체액으로 범벅이 된 채 바닥에 누워있는 리사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하늘을 향해 큰 대자로 누워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몸을 일으켜 나를
뒤돌아보았다.
“헤헷... 저 더럽죠?”
“쿡.”
나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고 말을 하려고 했다.
그때-
퍼억!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퀴퀴한 냄새 속에서 이질적인 향을 맡았다.
그리고 허공을 나는 내 몸의 궤적을 따라 하늘에 흩뿌려지는 붉은 핏방울을 보았다.
경악의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리사의 모습이 보인다.
몸이 회전함에 따라 나를 친 무엇을 볼 수 있었다.
자이언트 맨태스의 남은 팔. 잊었다.
곤충은 머리를 잘라도 한 동안 움직일 수 있었지.
가슴이나 배속에 있는 신경계 뭉치 “제2의 뇌” 덕분에.
천천히. 땅이 다가 온다.
퍼억!
시간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내 멍한 정신을 맨 처음으로 깨운 건.
허리로부터 올라오는 지독한 통증 이었다.
그 다음으로 입안 가득히 퍼지는 역겨운 피 맛이었다.
그러나 피의 그 비릿한 향이 채 입안에 다 퍼지기도 전에 한 웅큼의 혈액이
내 목을 타 넘어 왔다.
“쿠학!”
“프레이엘 씨!!”
어느새 다가온 리사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코마디움을 들고 마개를 비틀어 뽑으려 했지만
코마디움은 떨리는 그녀의 손에서 허망이 미끄러져 내렸고,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코마디움을 집으려 했지만 떨리는 손은
코마디움을 잡지 못했다.
“쿨럭... 우웩!!”
‘차분히 하라고요..리사 씨.’라고 말하고 싶은데, 엄청난 고통과 꾸역꾸역 역류하는
피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녀의 양팔 대신 근육질의 억센 팔이 코마디움을 망설임 없이 잡았고,
코마디움의 뚜껑을 돌려 뽑은 뒤 허공에 들이 부었다.
몸속에 힘이 조금 돌아오고, 목을 타넘는 한 모금의 혈액을 외엔 더 이상 목구멍을
넘어오는 피도 없었지만, 나에겐 손가락을 움직일 힘조차 남지 않았다.
“쿨럭..”
입안에 남은 피를 토해냈다.
“꽤나 상태가 엉망이군. 프레이엘. 이거라도 써야지. 효과는 별로 없겠지만.”
듀르크스의 목소리였다. 그는 주황색 시약을 꺼내 마개를 뽑고는 내 입에 그것을
흘려 넣었다.
쿠룸. 초보 모험가들이 주로 쓴다는 회복용 시약이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는 데는 그것으로도 충분했다.
“엘씨!”
“괜찮아요.”
조금 힘겹게 말하고는 회복의 주문을 나에게 스스로 걸었다.
자기 회복 마법보단 이게 효율이 좋기 때문에...
“깜짝 놀랐잖아요!!”
“...”
깜짝 놀란 거라니. 누군 죽다 살아났는데!
“곤충은 머리를 잘라도 한 동안 움직이는 것을 잊었군요.”
“... 죽지 않았으니 다행이군.”
“네.”
뒤처리를 마치고 다가오는 루시엘라와 헤르미카, 로메디스를 듀르크스의 어깨 너머로 보며
미소를 지었다.
- Chapter 2 End -
긴 글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애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