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희곡 "한 여름밤의 꿈"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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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한 여름 밤의 꿈
초여름의 저녁 밤. 아직은 서늘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었고 남색 물감을 풀어 놓은 듯한
맑은 하늘에는 점점이 박힌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프레이엘, 감상 그만하고 여기로 와라.”
듀르크스의 말에 뒤돌아섰다.
여기는 피에트 여관에 있는 4인실이다. 4인실 2개를 빌려 한쪽 방은 남자가,
나머지 한쪽 방은 여자가 쓰고 있다. 그중 이 방은 남자 방이었지만 지금은 여성 3인방도
여기에 와있었다. 우리들은 아주 중요한 일을 할 예정이었다.
이 야심한 시각에 아~주~ 중요한 일을.
핫,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가?
방 가운데에 둥근 테이블로 갔다.
테이블 위에는 이 방의 유일한 조명인 희미한 빛을 내뿜는 기름등이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주변에는 나머지 일행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나는 남은자리 - 리사와 로메디스
사이이며 듀르크스의 맞은편인 - 에 앉았다.
“좋아. 그럼 이제 시작하도록 하지.”
듀르크스는 앉은 사람의 얼굴을 한명씩 뚫어져라 바라보고는 품 속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예쁘다!!”
헤르미카의 탄성을 받은 그것은 한 쌍의 반지였다.
평행한 세 개의 고리를 중심으로 나뭇잎의 잎맥처럼 세 개의 고리와 얽혀있는 형상의
금반지. 그것은 기름등의 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모양은 둘째치고라도 괜찮은 마법 도구로군요.”
로메디스의 평에 듀르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마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고 들었다.”
“귀한 물건이로군요.”
“그래... 하지만 인원은 6명이고 물건은 2개다. 어떻게 분배할까?”
“뭐, 6명 모두 공평한 권리를 가져야겠지요.”
듀르크스의 질문에 대해 의견을 냈다. 그에 이어 루시엘라가 자신의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각 팀당 한 개씩 분배 하는 건 어떨까요?”
“...”
“아까 나온 2가지. 이의 있는 사람?”
듀르크스는 주변을 돌아보았고 다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레이엘, 그쪽 팀은 그 쪽에서 알아서 분배해.”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로메디스와 리사를 한 번씩 돌아보고는 물었다.
“가지고 싶은 사람?”
“...”
두 사람 다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난 필요 없어. 둘 중 누가 가질래?”
“왜요? 형님.”
“연장자로서의 자존심이야.”
동생들에게 양보나 하자, 라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흘끗 건너편을 보니, 헤르미카가 이미 물건을 얻었는지 활짝 웃으며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우고 있었다.
아마 루시엘라나 듀르크스나 막내인 헤르미카에게 양보한 것이겠지.
헤르미카가 무지 가지고 싶어 한 것도 있겠지만.
“가위 바위 보 할레요? 리사 씨?”
“그게 뭐에요?”
“에... 그러니까.”
로메디스가 자신의 머리를 긁적이며 가위 바위 보의 룰을 설명하는 동안,
나는 창가로 다가가 밤하늘 구경을 했다.
오늘은 왠지 옛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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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 붉은 껍질을 가진 거대한 전갈이었다.
“취르르르르르.....”
“으.... 아..... 아..... 아......”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나를 한 끼의 점심식사 이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눈앞이 캄캄해짐을 느꼈고 내 의식은 점점 어두운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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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내가 제일 먼저 본 것은 여관의 나무 천장이었다.
“.....”
한 동안 멍하니 누워서 생각했다.
내가 왜 여기 있는 건지. 온몸에 덮여있는 이불은 싸구려긴 했지만 누덕누덕 기울대로 기워
원래 천색을 전혀 구분조차 못할 고아원 이불보단 훨씬 나았고, 푹신푹신한 침대 매트리스는
이게 짚 침대가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했다.
그래... 분명히 나는 지하묘지에서 붉은 전갈과 마주쳤었지... 그럼 난 죽은 건가?
부스럭
내 손을 들어 보았다. 움직이기도 하고 피부에 와 닿는 침대 시트의 기분도 확실하다.
이게 죽은 건가? 거참. 죽는 것도 별거 아니구나.
“정신이 드니?”
“?!”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옆을 돌아보니, 그곳에는 앳된 티를 아직 벗지 못한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보자 내 가슴이 방망이질 쳤다. 내 짧은 일평생이나마 이렇게 예쁜 여자를 본적이 없다!
라는 게 그 이유에서였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은 창밖의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고,
뽀얀 우윳빛 같은 잡티 하나 없는 피부, 갸름한 턱 선과 건강미가 넘치는 붉은 입술.
그리고 무엇보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빨려 들어갈 듯 한 크고 검은 눈동자-
천사...가 떠올랐다. 정말, 죽은 거 맞구나.
“여...여긴 천국인가요?”
“어머나... 나처럼 예쁜 귀신 봤니?”
그녀는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는 쿡쿡 웃었다.
그러다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물어보았다.
"꼬마야. 뭐한다고 그 위험한 곳까지 내려갔니?”
“예?...에....”
“응?”
그녀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물었다.
“그건...”
“......?”
“비...비밀이에요!”
그렇게 말하며 이불을 확 덮어버렸다.
이...이게 아닌데.
“흐~음~”
“......”
“알았어. 안 물어 볼 테니 나와 봐~!”
그녀는 이불을 확 잡아 뺐다.
“몸은 괜찮지? 움직일 수 있겠어?”
“...네.”
“뭐, 애초에 다친 덴 없으니까 안심해. 음~”
그녀는 이불을 다시 돌려주며 물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프...프레이엘요.”
나를 거두어 주신 란셀 주교님께서 직접 지어주신 이름이다.
“나이는?”
“열다섯이요.”
“...뭣?”
그녀의 얼굴에 놀라움이 번졌다.
“그...그 말 진짜야?”
“네.”
이런 말 자주 듣는다.
난 올해로 열다섯 살. 그러나 또래 아이들보다 키도 작고 체구도 작았다.
“열셋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런 말 자주 들어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구나... 그럼 어디 살아? 아빠랑 엄마는 어디 계시니?”
...이때가 제일 싫다. 고아원에 산다고 하면, 아버지 어머니가 안 계신다고 하면
더욱 놀란 표정을 짓고, 곧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그리고 동정한다. 그때부터
나는 ‘프레이엘’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단지 ‘고아’라는 딱지가 붙은 불쌍한 아이가 될 뿐이다.
그렇게 나는 사람이 아닌 ‘불쌍한 녀석’이라고 치부되어 버리는 것이다! 난 이게 싫다.
그러나 나는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거짓말은 나쁘다고 배웠기 때문에.
아마 그녀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고아원이요. 아빠랑 엄마는 안 계셔요.”
“...미안해.”
그녀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곧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언제나 그렇다.
그녀의 눈에 나는 이제 ‘프레이엘’이 아니라 ‘고아’로 기억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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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고아원으로 돌아온 나는 조금 혼났다.
원장실로 불려나갔지만. 그렇게 많이 혼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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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카 프렌스 4세.”
나는 내 몫의 음식이 담긴 접시를 들고 붉은 머리칼의 소년 뒤로 스쳐지나가며 말했다.
그리곤 그의 옆에 앉았다.
“뭐?”
그 아이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빵을 먹기 좋은 크기로 찢으며
다시 한 번 또박 또박 말했다.
“아시카 프렌스 4세. 너희 조부의 이름 아니야?”
“너...어떻게...”
“갔다 왔어.”
“그럴 리가 없어.”
“갔다 왔다니깐. 그러니까 돌려 줘.”
“......”
“너...‘그거’ 봤지?”
“뭐...?”
“봤잖아!”
그거라니?!
그러나 내 사고는 오래 가지 못했다.
녀석의 주먹이 내 뺨을 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우당탕탕!!
다음 순간 나는 땅을 굴렀고, 곧 온몸에 내리 꽂히는 주먹과 발길질을 느꼈다.
“너..! 내 자료를 봤지! 응?! 사실대로 말해!!”
“아..아니야!”
“너!!”
퍽퍽퍽퍽
고통이 온몸에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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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쩍...”
서러웠다. 때린 건 저 녀석인데 맞은 건 난데... 벌은 함께 받는다.
더군다나 벌을 받아도 녀석은 하지 않으니 결국은 내 몫이다.
“......”
청소를 명했던 담당자가 사라지자마자 녀석은 사라져버렸고 나 홀로 빈 침실을 정리했다.
맞은 온몸이 쓰라렸다. 나는 터져버린 입술을 매만졌다. 내 손에는 피가 묻어나왔다.
빗자루를 들었다. 내 손에 묻은 피가 빗자루의 자루 부분에 스며들어 붉은 얼룩을 내었다.
창문이 작아 그리 밝지 않은 침실.
일렬로 양쪽 벽에 놓여 있는 침대들... 침울하게 빗자루로 바닥을 쓸다가 문득 바닥에서
검은 끈은 발견했다.
...녀석이 뺏어간 머리끈이었다.
검은 끈의 군데군데에 잿빛 먼지 덩이가 묻어있는 것이 보였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 왈칵 솟아올랐다.
“...흑.”
솟아오르는 감정을 간신히 억누르며 허리를 굽히고 떨리는 손을 끈에 가져다 대었다.
버려졌다. 나의 제일 소중한 것이.
마치 세상에 버려진 나처럼.
어머니의 얼굴이 뇌리를 스쳐지나가고 결국엔 견디지 못하고 무릎 꿇고 앉아 그대로 엉엉 울었다. 섦게...섧게...
검은 끈을 쥔 손을 꽉 쥐었다.
원망감이 들었다. 그러나 그 원망을 받아줄 대상은 없었다.
어머니도... 그가 원해서 그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나를 원망해야하나?
“흐으으윽.... 크윽...윽...흐윽...”
무엇이 나를 홀로 이 세상에 둔거지?
갈 곳 없는 원망감은 분노가 되어 내 가슴을 사정없이 할퀴었다.
아프고. 아프고 또 아프다. 탈출할 곳이 없는 분노는 뜨거운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울지 마, 꼬마야.”
“흐윽...”
등 뒤로부터 느껴지는 포근한 기운, 풍겨져오는 향기로운 체취. 목에 와 닿는 숨결.
순간, 거짓말처럼 울음이 멈추었다.
“...안 그래도 어려 보이는데 그렇게 울면 정말 꼬맹이 같아 보이는 걸.”
상냥한 목소리. 그리고 그녀의 볼 옆으로 흘러내려, 내 목을 간질이는 하얀 머리칼.
“누나랑 놀러 갈레?”
끄덕.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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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먹을래?”
“......”
이곳은 밀레스의 한 식당.
마을 한 구석에 있는 음식점이라, 사람이 있는 테이블보다 없는 테이블이 더 많았다.
그녀는 메뉴를 펼쳐보며 중얼거렸다.
“음... 누난, 빵이랑... 스프. 너는?”
“...저도요.”
“비싼 거 시켜도 괜찮아! 누나는 돈 많거든!”
글쎄 너무 많이 사버리면...
“괜찮아요.”
“...흐음. 잠시만 기다려 봐!”
식당에는 웨이트리스가 보이지 않았기에 그녀는 하얀 머리칼을 나풀거리며 카운터로 다가갔다.
잠시 뒤, 그녀는 빵 바구니 하나와 그릇 2개를 얹은 커다란 쟁반을 들고 왔고
그것을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녀는 잠깐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것들을 보더니,
곧 방긋 미소 짓고는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점심이다~!”
또 두근거렸다.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그녀는 예뻤다.
실제로, 이 식당으로 들어오다가 마주친 남자들은 모두 한 번씩은 뒤로 돌아보았으니까.
그녀는 빵을 작게 찢어서, 스프에 찍어 먹다가 나를 보고는 말했다.
“안 먹니?”
“아, 네...”
......
“얘는! 눈치 보/지 말고 팍!팍! 먹어!”
깨작거리듯 먹던 내가 맘에 안 들었는지 그녀는 갑자기 빵 하나를 들더니
그대로 내 입안에 찔러 넣었다.
“컥!!!”
“후우~ 이제 어때?”
“우...우우우욱!!”
“먹어~!”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내 얼굴을 끌어안고 그녀의 악력으로 내 턱을 움직였다.
나... 난 호두까기 인형이 아니란 말이야!
“어때? 맛~있지?”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고아원에서 나오는 딱딱한 검은 빵이 아니라 버터향이 감미롭게 퍼지는
부드럽고 촉촉한 속살을 가진 하얀 빵 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먹는 게 아니라 집어 삼키는 거지!!
그녀는 나를 한동안 보더니 빙긋 웃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맛있었어?”
“?!”
그녀는 손을 뻗어 내 눈가를 한번 쓱 훔쳐 보여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투명한 물이 한 방울, 묻혀있었다.
반사적으로 나온 거겠지!
목으로 뭐가 갑자기 넘어오니까 그런 것이지 절대로 감정 때문에 나온 게 아니라는데
내 목숨을 걸어도 좋다.
그 말을 말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말보다 빨리 속으로부터 솟아나오는 무엇인가가 있었다.
“딸꾹!”
“헤~에?”
그녀가 약간 놀랐다는 듯 나를 보았다.
“딸꾹!”
“우...”
그녀는 자신의 양손을 어깨높이까지 올려 양손을 꼭 쥐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딸꾹!”
“귀엽다아아~~!”
“으헤~?! 딸꾹!”
“우앗~ 귀엽다. 한 번 더 해봐!”
그녀는 벌떡 일어나 내 양어깨를 잡고 부담스럽게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응? 이 누.나.를 위해!”
그...그런다고 마음대로 딸꾹질이 나올 리가~!
“딸꾹!”
“꺄앗~”
그녀는 자신의 볼을 내 볼에 부비적대며 의미 불명의 비명을 질렀다.
다...다들 여기를 보고 있다고! 기...기분은 좋지 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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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쫒겨나듯 식당에서 나왔다. 나는 그녀가 사준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그녀의 손에 이끌려
한 호숫가로 갔다. 그녀는 먼저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는 콘을 **** 먹으며 물었다.
“이름이 프레이엘이라고 했지?”
“네.”
“‘엘’이라고 불러도 돼?”
“네?”
무슨 말이야 이건?
“친한 사람끼리는 애칭으로 불러. 그런 거 몰라?”
“네엣?”
“소중한 사람끼리는 그래.”
“음.”
“괜찮지, 엘?”
그녀는 내 머리칼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그녀라면...
“네.”
“좋아. 엘!”
친한 건가? 어차피. 헤어지면 다시 만나지도 못 할 건데.
소중해질수록... 가슴이 아파질 텐데.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내 입은 멋대로 움직였다.
“누나 이름은 뭐에요?”
아이스크림을 먹다 말고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 내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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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엘 씨! 프레이엘 씨! 일어나요!”
“우음...”
누군가 어깨를 흔드는 기분에 잠에서 깨었다.
잠들었다니? 아이쿠, 언제 잠들었지?
리사였다. 그녀는 나를 깨우고서는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프레이엘 씨! 잠은 침대에 가서 주무세요!”
“......”
끄덕.
침대로가 쓰러지듯 누웠다.
듀르크스는 이미 침대에 들어가 있었고, 로메디스는 테이블에 앉아 무엇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다. 그녀는 뭐라고 툴툴대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흐릿해져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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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여름밤이었다.
아침부터 더웠기 때문에 점심을 먹고는 마당에 나무 그늘 아래로 갔다.고아원은 적막에 싸여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아이들은 모두 근처의 하천으로 놀러간 까닭이었다. 나는 가지 못했다.
왜냐하면, 원장님께서 나는 가지 말고 남아있으라고 했기 때문이다. 뭐, 상관없지만.
아니, 오히려 고맙기까지 하다.
최근 들어 부쩍 키가 크긴 했지만 그래도 몸이 약한, 아니 만만한 내가 같이 갔다가는 다른 아이들에게 골탕 먹기 쉽상이었다. 더군다나 물이라니 까딱 잘못하면 난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
“응?”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졌다. 얼떨결에 놀라 감을 눈 위로 따뜻한 체온이 느껴졌다.
“누구~게?”
굵직한 목소리 같지만 그 어색한 목소리. 일부러 낸 거잖아?
이런 일을 나한테 할 사람은 딱 한명.
“누나.”
“행, 재미없게.”
그녀는 자신의 하얀 머리칼을 매만지며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그녀는 내 손목을 잡아 일으키고는 내 손을 쥐었다. 그리고는 나를 잡아 이끌었다.
“가자~!”
“에...어디로요?”
“엘.”
그녀는 갑자기 뒤돌아서서 엄숙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뭐...뭐야?
“바다 본적 없지?”
“에... 네.”
그녀는 활짝 웃으며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외쳤다.
“그럼! 바다가자!”
“에엣-!”
“뭐, 봤다고 해도 갔겠지만.”
“아니. 그게.”
“룰루~”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그녀가 맨 작은 가방에서 돌돌 말은 종이를 2장 꺼냈다.
내 말, 전혀 듣고 있지 않아.
“그게 뭐에요?”
“리콜이야. 뤼케시온 리콜.”
“네...”
리콜? 그게 뭐더라?
“그거, 반으로 찢어봐.”
“에...”
아무 생각 없이 반으로 부욱 찢자 빛이 내 온몸을 휩쓸었다.
“우...앗!”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처음 보는 동네에 와 있었다.
“에...?에...?!”
생각났다. 이건 다른 곳으로 공간이동 시켜버리는 물건이지! 크...큰일났다!
“까꿍!”
그녀는 내 눈앞에 나타났다.
“누나!! 이럼 어떻게 해요!!”
“에? 왜?”
“오...오늘 내로 고아원에 갈 수 있어요?”
“밀레스 리콜이 있긴 하지만... 오늘 내론 안돌아 갈 거야. 왜?”
“시간 내로 못 들어가면!”
“호오?”
그녀는 씨익 웃더니 양 허리에 손을 올리고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괜찮아. 넌 오늘부로 2박 3일 동안 안 들어가도 돼. 원한다면 더 길게도 가능하고.”
“네?”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 한 뒤 말을 이었다.
“쉽게 말해서, 2박 3일 동안 여행이야. 원장님에겐 말씀 드려놨으니, 걱정 말라고!”
“저...정말요?”
“그럼. 그렇고 말구.”
그녀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고, 나도 그녀를 따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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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어도 공기는 그리 식지 않았다.
나는 백사장의 한 넓은 바위 위에 누워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밤하늘엔 수 없이 많은 별이 떠있었다.
“재미있었어? 엘?”
바로 옆에 누운 그녀가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뭐가 재미있었어?”
“음...”
너무나 많은 것들이 떠올라 쉽사리 말할 수 없었다.
“바다를 본 것도 재미있었고... 누나랑 물장난 친 거도 재미있었고, 점심때 같이 요리한 것도
재미있었고...”
“맛은 없었지만 말이야.”
“네...훗.”
분명히 소금을 왕창 넣어버렸지.
“가재 먹는 것도 재미있었고-.”
“그래. 가재 먹는 법이 좀 어려웠지?”
둘이서 몇 분 동안 끙끙대다가 주인집 아저씨가 직접 가르쳐주셨지.
“누나가 해준 별자리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으음- 결국 오늘 한 거 모두 재미있었구나?”
“...네. 그렇네요. 하하핫!”
“호호호...”
우리는 기분 좋게 웃었다. 기분이 좋았다.
웃음이 멎자, 그녀는 상체를 일으켰다.
“다행이다. 재미있어서. 솔직히 난 조금 걱정했거든, 엘이가 재미있어할까. 라고.”
그녀는 흐트러진 머리칼을 정리하고선 내 머리맡에 앉았다.
“뭐, 결국엔 내가 더 재미있었지만 말이야. 호홋.”
구름에 묻혀 있던 달이 고개를 빼꼼 내밀자, 아름다운 은색의 달빛이 퍼졌다.
그 달빛은 모래에 반사되어, 순간 우주 공간에 떠서 별들에게 둘러 쌓여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아름다웠다.
그러나 그것보다 달빛을 받은 그녀의 모습은 정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의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 너머로 그녀가 방금 이야기 해준 ‘천사자리’가 보였다.
“누나.”
“응?”
그녀는 더욱 짙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되물었다.
천상의 존재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했다.
“누나는... 천사 같아요.”
“그래? 왜?”
“착하잖아요, 무지. 그리고...”
“그리고?”
“엄청 예쁘니까요.”
“훗.”
그녀는 피식 웃고는 손을 뻗어 내 머리칼을 흩뜨렸다.
“너도 천사 같아.”
“에...왜요?”
“글쎄... 왜 그럴까?”
그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내려다 본 그녀의 눈가에는 별이 맺혀있었다.
“...가엾으니까. 그리고... 대견스러우니까.”
“누...누나.”
그녀는 분명 웃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또옥 흘러내렸다.
“누나...”
“엘...”
“......”
그녀는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쳐내었다.
“엘...괴롭지 않아?”
“엣...?”
“나 같으면... 견딜 수 없을 텐데... 참지 못해 삐뚤어져 버릴 건데...”
“누...나.”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
“에...엘...”
그녀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녀는 흐느끼며 말했다.
“가슴 속에 묻어 두지 마. 나에게 어리광 부려도 좋아.”
“......”
“그러니까... 그러니까! 어른스러운 척... 하지 마! 이 불쌍한 꼬맹아!”
고개 숙인 그녀의 볼을 타고 빛줄기가 흘러내렸다.
“누나...”
단순히 값싼 동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말로 내가 목말라 하던 ‘사랑’이었다.
내 가슴 속의 응어리가 녹아내림을 느꼈다. 녹아내린 마음은 내 눈에서 별이 되어 흘러내렸다.
그녀처럼...
-
“음?”
고개를 들어 창문을 보았다.
창 너머로 보인 지평선. 지평선 너머로 부옇게 밝아오고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 뜨겠지.
일어나서, 비척거리면서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열고 나갔다.
하루에 제일 추운 시간은 언젤까? 많은 사람들은 태양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자정이라고
생각 하겠지만, 사실 제일 추운 때는 바로 해가 뜨기 직전, 그때가 하루 중 제일 추운 시간이다.
초여름의 새벽은 서늘하다 못해 쌀쌀했다.
테라스로 통하는 문을 재빨리 닫고, 의자에 앉아 주변을 돌아다보았다.
어제, 자이언트 맨티스와의 사투가 오랜 과거의 일인 듯 희미하게, 현실감이 없게 떠올랐다.
마치 꿈처럼.
꿈.
“꿈이라...”
내 가슴에 와 닿는 단어.
밤중에 무언가 꿈을 꾼 것 같았다. 뭐였지?
그 기억을 떠올리려 하면 할수록 기억은 흐릿해졌고, 결국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
“안녕하세요. 프레이엘 씨.”
흠칫 놀라 옆을 보니 건너편, 옆방 테라스에 루시엘라가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검은 머리칼을 끈으로 질끈 묶고는 내 시선을 따라 부옇게 밝아오는 하늘을 보았다.
“일찍 일어나시는 군요.”
“오늘은 그냥 눈이 떠졌을 뿐이에요. 그쪽이야 말로 일찍 일어나시는 군요.”
“일출을 보면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니까요. 그럼. 그 날 하루를 차분히 지낼 수 있어요.”
문득, 자이언트 맨티스와 싸우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때의 그녀가 마치 분출되는 용암과 같았다면, 지금의 그녀는 마치 싸늘한 빙산을 보는 듯
한 기분이었다.
“그렇군요.”
가볍게 긍정의 말을 넘긴 뒤 말없이 지평선을 보았다.
......
처음엔 그저 빛나는 선이었다.
말간, 백색의 빛 따뜻한, 뇌리에 아로새겨지는 듯한. 밤의 어둠을 몰아내는
그 날의 최초의 햇빛이 어둠에 쌓였던 망각의 숲을 밝게 비추었다.
망각의 숲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안개에 산란된 햇빛은 희뿌옇게 부서지며
꿈과 같은 광경을 연출해 내었다.
빛나는 선에서부터 곧 찬란한 황금빛을 발하는 둥근 구체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보/지만, 언제나 아름답군요.”
“예...”
어머니 대지가 생명을 낳았다면 찬란한 햇빛의 노래는 삶을 찬양하는 노래임과 동시에 만물을 자라게 하는 생명력의 근원이었다.
차츰 선의 길이가 짧아짐에 따라, 지평선 너머로 내민 태양의 크기가 커질수록, 빛은 더욱 밝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해가 완전히 튀어나온 순간!
시간이 정지 한 듯, 모든 사물이 숨을 멈춘 듯, 태양은 그 말간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이 순간. 이 순간이 하루 중 해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몇 초-
다음 순간, 찬란히 황금빛을 세상을 향해 뻗어내는 태양-!
그 모습 때문에 많은 신화에서 일출은 부활, 탄생의 의미로 쓰이는 걸까?
“...훗.”
미소 지었다.
가슴이 상쾌해졌기 때문이다.
어느새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하는 루시엘라를 두고, 테라스에서 나왔다.
-
원래는 예정에 없었던 - 딱히 예정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만 - 피에트에 며칠 간 머무르기로 했다.
리사와 헤르미카의 간곡한 부탁 때문이었다.
우리들은 몇 일간 같이 지내며 친분을 쌓았다.
“엇차~!”
“하...하...”
내 옆에는 듀르크스가 앉아있었다.
그는 갑옷을 벗고 움직이기 편한 튜닉을 입은 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그러나 문제는...
“웃차~! 이걸로 다섯 마리째!”
“......”
분명히 옆자린데 듀르크스만 계속 물고기가 걸려온다.
이건 도대체 뭐야!!
“힘내라고, 프레이엘.”
“예...”
그는 물고기를 잡아넣는, 내 텅 빈 양동이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평소에 입던 하프 플레이트 대신 편한 반팔 튜닉을 입어서 그런지,
드러난 그의 팔은 질겁할 정도로 근육이 발달해 있었다.
거의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 그리고 태양빛에 반짝이는 금발,
그리고 그의 강한 의지를 대변하는 듯 강렬한 눈빛을 뿜는 푸른 눈.
그리고 강인한 인상을 주는 그의 얼굴.
그 모든 게 어울려, 그는 주눅들만큼 완벽한 남자였다.
그에 비해 나는 ...
“프레이엘.”
“네.”
“...아니다.”
싱겁기는.
그는 한마디로 믿음직스러운 남자다.
“프레이엘.”
“예.”
“...리사는, 좋은 여자다.”
“네. 네에?”
다시 돌아다본 그의 얼굴엔 여유로움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뭐야... 설마...
“매력 있는 아가씨지. 예쁘진 않지만.”
“......”
-
왠지 모를 심란함에 방으로 돌아왔다.
‘리사는, 좋은 여자다.’
...무슨 생각일까?
테라스에 놓은 선탠용 간이침대에 누웠다. 해가 조금씩 남쪽으로 기울어서 테라스는
그늘이 되어 있었고, 나는 그때까지도 물끄러미 하늘을 보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
“우음...”
“일어났니?”
눈을 감아도 감은 눈 사이로 끈질기게 파고드는 햇살에 견디지 못하고 몸을 뒤척이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자아~ 일어나야지, 엘?”
내 볼을 가볍게 톡톡치는 그녀의 손길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비몽사몽 상태에서 나는 그녀의 웃는 얼굴에 손을 뻗었다.
“누나.”
“응?”
“......”
나는 그녀의 볼에 손을 대었다. 그녀의 체온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그 기분에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꿈이 아니어서...”
“후훗... 아침 먹어야지!”
“에에...”
“이번엔 내가 직접 한 요리!”
직접 한 요리라. 어제 점심나절에 한 것도 대부분 그녀가 했을 텐데. 근데 이 냄샌-!
“누나, 탄내나!”
“에...엑?! 꺄앗! 어떻게 해~!!”
“......”
쿵쾅대며 부엌으로 사라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이곳은 그녀의 집이라고 했다. 방 한 칸에 거실 겸 식당 겸 부엌. 그리고 화장실 겸 샤워실 하나. 작긴 하지만,
참 아늑한 집이다.
멍한 얼굴로 이불을 갠 나는 방 한구석에 세워져있는 전신 거울을 보고...
“분...홍색... 곰돌이 파자마.”
연 분홍색 바탕에 곰돌이가 그려진 귀여운 파자마였다.
...곰돌이의 귀 옆엔 진짜로 리본까지 달려있다. 아아...
어젯밤에 졸릴 때 자신이 어릴 때 입던 거라고 말하며 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았지...
...그래. 그녀가 ‘어릴 때 입던.’
이미 거기서 예상을 했어야했다.
-
아침 밥상이 차려진 식당의 테이블의 주변에 앉아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아구아구 먹어야했다.
그러나...
내 앞에 차려진 것들은 도저히 인간이 먹을 수 있는 형질의 것을 벗어나고 있었다.
일단, 내 앞에 있는 접시엔 검은 숯이 있었다. 네모난 모양과 사이에 끼여 있는 반쯤 타버린
계란프라이와 삐져나온 야채들을 보니 그것이 ‘토스트’를 목적으로 만들어 졌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왠지 모르게 이상한 달걀 프라이를 볼 수 있었다. 그것의 뒤는 새까맣게 타있었다.
역시나 이것도 숯 덩어리...
그나마 가장 멀쩡해 보이는 것은 스프였다.
둥둥 떠 있는 당근이나 감자 조각이 너무 커서, 충분히 익지 않았음을 안 봐도 뻔히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난 그걸 그릇에 스프를 부어 넣은 뒤에 썰어 넣는 것을 보았다!
...잠시간의 혼란 상태에 빠졌다.
먹긴 먹어야 하겠는데 도대체 뭘 먹어야하지?
...일단 가장 멀쩡해 보이는 스프를 마셔보기로 했다.
야채만 안 익었겠지, 최소한 스프색은 멀쩡하니까!
“누나.”
“으...응?”
그녀는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나를 보고 있었다.
“잘 먹겠습니다!”
임전태세에 처한 군인처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숫가락을 스프에 가져갔다.
그리고 과감히 건더기를 치워내고! 스프를 한 숫갈 떠서, 눈을 감고 입에 스푼을 넣었다.
......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는 그녀의 눈을 보았다.
“괜...찮니?”
“......”
나는, 그 날 하늘이 노랗게도 보일수도 있음을 처음으로 알았다.
-
...으음, 깜빡 졸았나?
밥 먹고 자면 살찌는데...
기지개를 한번 편 다음 몸을 일으켜 테라스 밖을 보았다.
해는 별로 기울지 않았다. 한 10분 잤나?
테라스에 상체를 기대고 아래를 보았다.
음...?
듀르크스와 리사였다. 그들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둘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매력 있는 아가씨지...’
듀르크스의 말이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집어 삼키며 테라스에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침대에 몸을 던졌다.
그 순간, 내 몸을 지배하는 질문 하나.
“...난 왜 화내는 거지?”
...처음에 그녀와 만났을 땐 헤어짐을 기정사실화 했었다.
로메디스나 로젠하임처럼... 함께 다니는 일행이 아닌 그냥 후견인으로서.
나는 그녀의 지원자로서 충분하다고 여겼을 텐데.
아니지, 이제는 후원자가 아니라 어엿한 동료지.
하지만...
“......”
한참 심란한 생각을 하는데...
똑똑
“누구세요?”
노크 소리에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곧 대답은 돌아왔다.
“프...프레이엘 씨. 저 리사에요...”
“잠시만요.”
나는 헝클어진 옷매무새와 머리를 정리하고는 방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붉게 상기된 얼굴로 숨을 고르며 서있는 리사가 있었다.
“프레이엘 씨.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좋아요. 들어오세요.”
“네.”
그녀는 잠깐 주저하더니 방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문을 닫고는 테이블 옆으로 걸어와 앉았고, 나는 그녀의 반대편에 앉았다.
“숨 좀 고르고 이야기하세요.”
철제 잔을 하나 꺼내어 주전자에 있던 물을 부어 그녀에게 내밀었다.
“고마워요.”
“천천히 마시세요. 물먹고 체하면 약도 없답니다.”
그녀는 물을 마시더니 컵을 테이블 한 구석에 놓아두고는 내 시선을 피했다.
“저...프레이엘 씨.”
“네.”
“음...그러니까.”
그녀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몇 번 탁탁탁 두드렸다.
그녀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황금색의 반지를 보고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려워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그녀는 잠시 주저하더니 말했다.
“헤르미카는... 뭐랄까. 동갑이라서 그런지 같은 여자라서 인지는 몰라도... 마음이...맞아요.”
“네.”
“루시엘라 언니는 좋은 사람이에요. 사려 깊고. 믿음이 가는 사람이지요. 저에게도 잘 해 주고요.”
“......”
“엣, 그렇다고 프레이엘 씨가 저에게 섭섭하게 해줬다는 거 아니에요!”
“물론이죠. 제가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다시 한 번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것은 가슴 속에 까닭모를 분노를 감추기 위한 가식에 지나지 않았다.
“저...저기. 그...그래서.”
“......”
그녀는 한 번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저쪽 일행...에 합류하고 싶어요.”
...... 내 가슴에서 무거운 무엇인가가 덜컥 내려앉는 느낌이...
안 돼. 그녀는 자신의 갈 길을 가는 거야.
나는 더욱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더욱 커지는 분노를 숨기기 위해서였다.
“후훗...축하해요!”
“네...넷?”
“드디어, 마이소시아에 첫 걸음을 때셨군요!”
“에엣...”
“그런 결정을 제각 불허할 이유가 없잖아요. 불허할 권리도 없지만요.
리사 씨가 자신의 생각에 따라, 자신의 결정을 내리셨잖아요. 전 정말 기뻐요!”
“에...엣...프레이엘씨...”
“헤헷.”
“...고마워요.”
그녀는 일어나서 휑하니 나가 버렸다.
“......”
처음에 원하던 대로 됐지. 그런데 왜 가슴 한 켠이 아픈 걸까?
침대에 몸을 파묻었다.
...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
“으윽.”
“괜찮아? 엘?”
“네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었다.
그녀는 약초 냄새가 강하게 나는 병을 옆에 둔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았다.
시약병엔 검은 액체가 반쯤 남아 있었다.
“미안해...”
“에엣.”
“......”
그녀는 침울한 얼굴로 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이 나를 슬퍼지는 듯 했다.
“누나.”
“응?”
“누나. 웃어요. 누나는 우는 것보단 웃는 게 더 예쁘다고요.”
“호호호...”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 내 볼을 잡아 양쪽으로 쭈욱 늘리며 말했다.
“꼬맹아! 그 나이에 누님에게 작업거는거니이~?”
“으...으으헤에에~~!!”
“쿡쿡. 뭐래?”
그녀는 내 볼을 놓고 자신의 머리칼을 매만지며 나에게 물었다.
“자꾸 예쁘다~ 예쁘다~ 하는데 누나의 어디가 예쁘다는 거야?”
“음...”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천사. 순백의 천사. 그녀를 보면 그것이 떠올랐다.
그런 이미지를 주는 건 -
“머리칼!”
“에헤...머리칼?”
“네.”
“이게 왜?”
“...순백의 천사. 누나 마음씨처럼!”
“호호호...”
그녀는 웃고는 내 머리칼 속에 손을 넣어 머리칼을 마구 흩뜨리며 말했다.
“너도 천사 같다니깐~!!”
“에엑... 하지 마요!”
“엘...”
“네?”
“말 놔, 어색하잖아.”
“에엣...”
“...해?”
“으...으응...”
-
...오늘 떠난다. 듀르크스, 헤르미카, 루시엘라, 그리고 리사가.
나는 웃으며 그들을 전송 했고, 곧 로메디스 만이 남았다.
그는 다음날 아침에 떠나기로 했고, 나도 그때 떠나기로 했다.
몸이 영 피곤해서.
털썩.
새로 옮긴 2인실의 침대에 누웠다. 온 몸에 힘이 없었다. 가슴 한 켠이 시렸다.
“쿨룩,쿨룩...”
“...형님? 괜찮아요? 기침까지 하고.”
“괜찮아.”
“...어디 봐요, 형.”
“쿨룩,쿨룩.”
“그러고 보니 얼굴도 벌겋고...”
로메디스의 손이 내 이마에 와 닿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다. 서늘한 기운이 좋았다.
“형! 몸이 불덩이 같아요! 도대체 이 지경이 되도록 왜 말 한마디 안한거에요?”
“쿨룩...쿨룩...”
제길. 감기인가.
머리가 띵했다.
“...자고 일어나면 쿨룩! 괜찮아 질 거야. 쿨룩!”
“괜찮겠어요?”
“쿨룩!”
-
태양이 지고 있었다.
황금빛의 태양은 붉게 변한 하늘에서 홀로 노랗게 타오르고 있었다.
세상은 제 색을 잃고 붉게 물들었다.
하늘도 나도 해를 집어 삼키고 있는 바다도-
붉은 하늘, 주황빛으로 물든 내 몸... 그리고 검게 변한 바다.
살며시 내 옆에 앉는 누군가.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그녀는 말했다.
“예쁘지?”
“응!”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도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하얀 머리칼도, 우윳빛 피부도... 노을이 비친 그녀의 눈은 감홍색으로 빛났다.
“......”
“엘.”
“응?”
“네 생일... 오늘인거 알아?”
“에엣.”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내 생일 이었다. 내 기억 속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생일. 어떻게 알았지?
“뭘 선물할까 꽤나 고민했어.”
“......”
“사실, 오늘 아침까지도 정하지 못 했었지.”
“하지만 아까 생각이 나서, 겨우 사올 수 있었어. 조금 비싸게 주고 샀다구!”
“헤에, 무슨 선물이야?”
“조금 있으면 알게 돼!”
“흐음.”
“그럼, 시작해 볼까?”
그녀는 나를 방 한가운데에 의자에 앉혀놓고는 이상한 재질로 만들어진 투명한 망토를 씌웠다.
“자... 눈 감고 이야기를 듣고 나면 선물이 뭔지, 알 수 있을 거야.
내가 눈뜨라고 할 때 까지 안뜰 거라고 약속할거지?”
“응.”
그녀는 내 망토의 재질과 똑같아 보이는 투명한 장갑을 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옛날에, 옛날에. 별나라에 사는 왕자님이 있었데.”
“......”
“그 왕자님은 너처럼 꼬맹이였지.”
난 꼬맹이가 아냐!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잠자코 있었다.
-
왕자는 별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친구가 없었다.
그러던 그의 별에 ‘장미’가 피었다.
붉은 장미는 아름다웠지만, 새침데기였고 왕자는 그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러던 그는, 문득 ‘친구’를 사귀고 싶어졌다. ‘장미’말고 다른 친구를.
그는 떠나는 날 장미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준 뒤, 별을 떠났다.
그는 여러 별들을 돌아보았다. 그 별들의 주인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그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그는 마지막별에서 만난 ‘지리학자’의 말을 듣고 ‘지구’라는 행성에 들렀다.
그 별은 엄청나게 커다란 별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 어느 날 그는 ‘여우’를 만났다.
여우는 왕자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친해지지 않은 왕자는 여우에겐 수십억의 사람 중 하나일 뿐이었고,
왕자에게 있어서 친해지지 않은 여우는 그저 수많은 여우 중 한 마리일 뿐이라고...
그러나 단지 ‘길들여진다’라는 마법과 같은 과정을 거치면 서로는 서로에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된다고.
그들의 만남은 짧았다.
헤어지는 날 여우는 왕자에게 말했다.
비록 몸이 떨어지더라도 우리 사귄 것은 무의미 한 것이 아니라고.
예컨대 자신은 왕자의 머리색과 같은 황금의 밀밭을 보면 왕자가 떠오를 거라면서...
-
“...그렇게 해서는 어떻게 됐어?”
“왕자는 자신의 별로 돌아갔어.”
“......”
그녀는 내 머리에 묻은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고는 내 머리에 빗질을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렷다. 아마도 내 앞으로 온 것이겠지.
“엘!”
“응!?”
“눈뜨고... 놀라면 안 돼! 알았지?”
“응...!”
“눈 떠!”
“으응.”
갑자기 눈을 뜨자 눈이 조금 아팠다. 그러나 난 앞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앗?!”
“헤헤. 마음에 들어?”
내 앞에 선 그녀가 든 거울 안에는 그녀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가진 내가 앉아있었다.
“누나.”
“응?”
“최고의 선물이야!”
“헤헷, 마음에 들어 다행이다!”
그녀는 활짝 웃었다.
내 머리칼은 여우의 밀밭이 되었다.
-
하아... 하아...
“괜찮아요? 형!”
“......”
뜨거워. 뜨거워. 뜨거워.
“식은땀 봐! 맙소사!! 의사라도 불러야겠네!!”
“......”
뜨겁다. 온 몸이 불타오르듯 뜨거웠다.
온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웠다.
...열병인가.
-
“이...거. 꼭 입고 자야해?”
“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난 할 수 없이 한숨을 쉬며 방안으로 들어가 귀 옆에 리본이 달린 곰돌이가 그려진
분홍색의 파자마를 주섬주섬 입었다.
옷을 다 입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그녀가 방으로 들어왔다.
“안자?”
“누나.”
“응?”
“잠...어디서 잤어? 어제?”
침대는 분명히 하나다.
“소파.”
“에엣...내...내가 소파에서 잘래!”
“아냐-!!”
“에엣...”
그녀는 한 동안 생각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같이 잘래?”
“에엣...”
“그러자!”
“에에-?!”
그녀는 밖으로 나가더니 거실의 불을 끄고는 베개를 들고 와서는 침대 위에 던져놓았다.
그리고 먼저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었다.
“... 안 잘 거야?”
“하...하지만...”
“...왜? 안 돼?”
“에엣... 그... 그건.”
왜? 그건...
“그야 그렇게 하지 말랬으니까.”
“너... 왜인지 모르지?”
“그...그야... ... 으응...”
“그럼 와.”
“에...”
...왜?
“풋, 정말 순진하다니깐!”
“???”
나는 천천히 이불 안에 들어갔다.
그녀는 옆으로 누운 채 나를 보았다.
“엘...”
“으응?”
“......”
그녀의 얼굴이 다가왔다.
어둠 속에 잠겼지만 그녀의 눈은 더욱 초롱초롱 빛났다.
한때 잔잔한 호수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틀렸다.
그녀의 눈에는 우주가 깃들어 있었다.
“나 남동생이 하나 있었어.”
“......”
“그 아이는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지만...”
“......”
“아마 그 아이가 태어났더라면, 너처럼 귀여웠겠지?”
“......”
그녀는 나를 끌어안았다.
그녀의 가슴속에는 응어리가 있었다.
단지 동생을 잃었다. 만으로는 너무나도 크고, 차갑고, 단단한 그 무엇이.
그녀의 깊은 슬픔을 녹여주고 싶었다.
“누나... 슬퍼하지 마.”
“잘 자라, 우리 아...가.”
“......”
그녀는 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외롭게 가라 앉아있었지만...
“앞뜰과 뒷동산에-.”
의식이 흐려져 간다.
“새들도 아가 양도...”
-
무의식의 바다.
열병이 만들어 낸 환상.
어느 것이 현실인지.
“형!”
......
-
겨울의 초입이자, 늦가을이다.
몇 개월 사이에 키가 불쑥 커버려 이제 그녀의 어깨까지 키가 닿아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갈색 낙엽이 잔뜩 쌓인 숲을 걷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좋았다.
아름다운 그녀가 좋았다.
자애로운 그녀가 좋았다.
그녀의 체취가 좋았다.
그녀의 미소가 좋았다.
그녀의 따뜻함이 좋았다.
“누나.”
“응?”
“그러니까... 사랑이 뭐야?”
“사랑?”
그녀답지 않게 곤란한 표정을 짓더니 한동안 고개를 갸웃 거렷다.
“별나라 왕자 이야기 기억나?”
“응? 응.”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야,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거지.”
“우음...”
그렇다면.
“역시, 그렇다면 난 누나에게 길들어져 버린 거네?”
“그래?”
“내 머리칼을 볼 때 마다 누나가 생각나니까.”
“후훗, 나도 그래 여우야!”
“에... 그럼 누난 왕자야?”
“그렇지!”
나는 누나를 사랑했다.
그러나 확신을 하진 못했다.
이것이 이성으로서의 사랑인지는.
-
“정말 열이 심하군.”
“잘 좀 부탁드립니다.”
“많이 걱정하진 말게, 단순한 열병이니까.”
모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고, 사람들의 말이 멀리서 들려오는 메아리 같다.
이것은...꿈?
-
겨울이었다.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예배당 계단에 앉아있던 나는 그녀에게 몸을 기대고는 말했다.
“누나.”
“응?”
“화이트 크리스마스일까? 구름이 많이 꼈잖아.”
“......응.”
......그녀를 위해 선물을 준비했는데.
“엘...”
“응?”
뎅......
종이 쳤다. 12월 25일을 알리는 종이었다.
뎅......
“크리스마스 선물, 준비했어.
그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안 돼. 내가 먼저 주려했는데-!
뎅......
“뭔데, 누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용서해 줘!”
“응!”
뎅......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어.”
“......”
뎅......
“사람도 그래.”
“......”
뎅......
“삶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
뎅......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지.”
“......”
뎅......
“하지만, 이별이 끝은 아냐.”
뎅......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니까.”
뎅......
“이번에 이별하면 말이야...”
뎅......
“‘그것’을 알겠지. 그건 이별을 해야만 알 수 있으니까.”
뎅......
“.......”
“......”
“......”
“......”
침묵. 정적. 고요. 종의 메아리 소리가 들려왔다.
거짓이길 바랬다.
그러나 그녀와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나는 그녀의 마음이
진실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챘다.
“...사랑...해. 누나.”
“...것 봐, 이해했지? 그게 뭔지?”
“누나.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
“...응?”
작은 종이 상자를 내밀었다.
“풀어봐도 돼?”
“응.”
그녀는 상자의 포장 끈을 풀었다. 포장지도 곱게 벗겨냈다.
그리고 남은 갈색의 종이 상자. 그녀는 천천히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이건...”
단지 낡은 머리끈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그녀는 나를 다시 보며 물었다.
“정말?”
“응.”
그녀는 자신의 머리칼을 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을 머리끈으로 묶었다.
어머니의 유품. 그리고 그 다음엔 동생의 유품. 내가 가진 유일한 내 것.
“엘.”
“...머리 묶어도 예쁘네, 누나.”
“......”
그녀는 나에게 다가와 나를 말없이 꼭 끌어안았다.
“엘... 마지막 선물이야.”
“......”
그녀는 무릎을 살짝 굽혀 내 눈높이에 맞추고는 내 양 볼을 손으로 감싸 쥐었다.
“눈감아.”
“......”
“다음번엔...”
“......”
“‘동생’이 아니라 ‘프레이엘’로 봐줄게.”
그녀의 입술이 내 이마에 와 닿았다.
하늘에서... 하얀 얼음의 결정이 떨어졌다.
그 겨울의 첫 눈이었다.
점점 굵어지는 눈 사이로 그녀는 사라져갔다.
-
“으음...”
머리가 무거웠다.
“형... 괜찮아요?”
“......꿈을 꾼 거 같아.”
“네?”
“긴... 꿈을.”
“......”
- Chapter 3 End -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중간에 나오는 별나라 왕자님 이야기, 익숙하셨죠?
그렇습니다. 어린왕자입니다..
-애루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