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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세오
[Xiah] 빈자리
1287 2008.12.10. 00:18










우리 부모님은 상당히 개방적이시기때문에

나는 부모님과 대화를할때도 친구와 대화를 하듯이 편하게 대화를 한다.

요즘 젊은사람들이 쓰는 언어나.. 사고방식도 부모님은 너무나 잘 이해를 해주신다.



그때문인지 내가 어릴때, 컴퓨터를 많이해도 부모님은 절대 나에게 컴퓨터를 그만하라고

말하신적이 없다. 오후1시에 집에와서 정말 밤이되도록 계속 게임을 해도 잔소리 한번 없으셨다.



그런 나에게 컴퓨터를 끄라고 하신분이 한분 계셨으니, 그게 바로 할아버지다.

할아버지는 시간을 맞춰 딱 밤10시가 되면 우리방으로 와 컴퓨터를 끄라고 명령하셨다.

처음엔 내맘대로 컴퓨터를 할수없는게 불만이였지만.. 내가 컴퓨터하는시간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 월등히 많았고. 나는 어느순간부터 밤10시에 컴퓨터를 끄는것이 익숙해졌다.



시간이 흐른다.

내가 나이를 먹어갈수록.. 컴퓨터를 해야하는 시간은 늘어만갔고

할아버지는 어느날부터이신지 내가 컴퓨터를 얼마나 하든지 관여를 하지 않으신다.

늘 티비를보며 밤12시에 주무시던 할아버지는.. 요즘엔 9시 반만 되도 이미 주무시고 계신다.



내가 커갈수록.. 몸과 마음이 성장해나갈수록.. 할아버지는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긴 싫었다.

그뿐이다.




...




얼마전, 할아버지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항상 거실에서 티비를 보시던 할아버지는 내눈앞에 없다.

밤12시가 넘게.. 새벽1시가 넘게 컴퓨터를 해도 나를 방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사실이 더욱더 나를 슬프게한다.





이제는 밤10시가 되면 저절로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셔서.. 나에게 다시 컴퓨터를 당장 끄라며 호통치실날이

올거라고 나는 믿는다. 아니 꼭 믿는다기보다는 꼭 그래야한다는 생각만이 앞선다.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지금 할아버지가 없는 이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저

내마음이 너무나 허전한것처럼.





과연 잠시나마 내가

현실에서나.. 이 어둠의전설에서나.. 잠시 자리를 비운다면

나의 빈자리를 기억해주고, 나를 기억해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고.




웃음이 나왔다.

피식.




항상 여러분들의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고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해 하세요.

그리고 그사람들의 빈자리가 느껴질때면, 늦기전에 그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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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많은편지들이 왔는데 답장해드리지 못했습니다.(__)

사람이 바빠야 얼마나 바쁘겠냐고 하시겠지만.. 할아버지 입원문제로

더욱더 바빠져버렸습니다. 앞으로 오는 편지들은 꼬박~! 답장할수 있도록 약속드리겠습니다.

편지주시는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