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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이제야 느낀다.
자신이 그 남자를 얼마나 미련하게 사랑했는지.
가질 수 없는 남자에게 얼마나 멍청한 집착을 한건지.
가끔씩 만날 때 마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하면서도
마냥 기대되고 설레어서 잠자리까지 하게되고, 쿨한척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자신에게 짓는 죄였는지를.
그 남자는 자신의 곁에 둘 수 없는 다른 세계의 사람과 같다는걸.
4년.
4년이란 긴 시간동안 그 남자를 사랑했지만, 은근슬쩍이라도 고백한번 못해본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다.
그 남자가 전역을하고, 복학을 하고, 또 다른 여자친구가 생기고 있을때,
그 여자는 가슴을 찢으며 짐을 정리하고, 방 계약을 해지하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짐을 다 싸고, 왠지모르게 허전한 마음과 억울하고 원망스러운 마음에
한동안 꾸역꾸역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낸다.
보고싶을때, 함께있고 싶을땐, 한달에 한번이든 두달에 한번이든 아주 아주 가끔씩이더라도
전화한통 없이 간단히 메시지만을 보내곤 했다.
뭐해?
이 짧은 한마디에 하연우는 곧장 답장이 오고, 또 그 여자에게로 온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
그 여자는 늘 보내던 뭐해? 라는 문자메시지 대신 통화키를 누른다.
어. 왠일이야?
무뚝뚝한 듯 정감가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그 여자가 울먹임을 참으며 겨우 꺼낸 말이라곤 하나뿐이다.
뭐해?
약 1시간 후,
둘은 시내의 한 술집에서 조용히 서로에게 술을 따르고 있다.
항상 만날 때 마다 별 말 없이 술을 마시고 잠자리를하고, 헤어지고.
할 뿐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은 왠지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만남이 무겁게만 느껴진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