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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두근두근 #완결
304 2011.02.21.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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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만간다.

밀려오던 죄책감도 희미해져가는 시점이 다가왔다.

그 남자는 그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잡은 채, 여자들과 거리를 둔 채 살아간다.

이제 그 남자는 겁쟁이가 되었다.

무관심이었기에 가능했던 자상함과 배려, 그리고 특유의 그 평온함과 단조로움.

그런것들이 주변 누군가에게 깊은 상처가 된다는 것 정도는 깨달았다.

그 남자는 이제 정 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남자는 이제 누군갈 자상하게 대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남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까 두려워하고, 예상치 못한 이별에 자신이 아파할까봐 두려워한다.


더이상 하연우라는 사람 주변에는 여자들이 바글거리지 않게되었고,

하연우 역시 평온함과 단조로움을 잃은 채 이리 저리 삐져나가려는 마음을

추스리느라 힘들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 남자는 그 여자를 잊은 줄 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 여자는 그 남자가 그립다.


그 남자는 그 여자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바뀐 번호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 여자는 그게 너무 억울하다. 4년이나 자신이 죽도록 사랑했던 그 남자가.

자신에대해 아는게 하나도 없다는게 너무 화가나고 분하다.

그리고 자꾸 그립다. 그 남자라면 지금쯤 벌써 나같은건 탈탈 털어버리고 여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록 그 남자가 너무 얄밉다.

그래서,

술에 많이 취한 어느날.

그 여자는 결국.

잊으려 해도 잊혀지지 않는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그 남자는 한창 바쁘게 일을 하고 있고,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무심코 받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 여자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그 남자의 단조로운 목소리.

그 남자가 그토록 미안해하던 그 여자의 힘이빠진 목소리.

서로는 그렇게 한참을 아무말이 없다.

그 여자는 생각한다. 목소리라도 들었으니 됬어.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어.

그 남자는 생각한다.

이 목소리. 서희윤의 목소리.

그 남자는, 조용히 전화를 끊는다. 여보세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더이상 아파하기가 두렵다. 전 같았으면 미안하다는 말이라도 하고싶은 마음에

특유의 말솜씨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길 이어갔겠지만. 이제 그 남자는 겁쟁이다.


뚜.뚜.

말이 없이 끊어진 전화에 그 여자는 멍-하니 핸드폰을 내려놓지 못한다.


이게 내 바뀐 번호라는 걸 알았으니, 언젠간 연락이라도 한 통 올까?


그 남자에게 이런 기대를 하는건 애초에 잘못된 일이다.

그 여자는 미치도록 듣고싶던 그 남자의 목소리를 한 번 들은걸로 만족한다.


이젠. 정말 끝이야. 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 남자는, 말 없이 끊은 채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본다.

그리고 나즈막하게 중얼거린다.


미안하다.


그리고, 너 덕분에. 내 심장이 뛰어.


두근두근






그 남자, 그 여자는 흐르는 시간 속에 서로를 희미함에 맡기고 살아간다.

아직도 아파하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많이 흘렀다.

이제와서 사랑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한 여자는 쓰라린 사랑을 배웠고,

한 남자는 두근거림을 배웠다.




하연우. 내가 미치도록 사랑했던 남자.


서희윤. 내 심장을 뛰게한 여자.










감사합니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