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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이야기 #2
201 2011.02.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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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누구도, 갸로롬하고 꽤나 잘생겼지만, 까무잡잡한 피부에 다 허물어져 가는 갑옷을 입고
피냄새, 때냄새 등등 복잡한 향기를 풀풀 풍기며, 게다가 피딱지가 고이고이 간직되어 말라붙은
헝겊 속의 [투핸드소드]까지 들고 자신을 뚫어져라 처다보며 한발자국씩 다가온다면
별로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아]의 기분이 그렇다.
그녀도 발길이 닿는대로 오다보니 야릇하고도 상쾌하고, 신선하면서도 끈적한 뤼케시온의 바다내음에
끌려 이렇게 주점까지 오게되었고, 그녀 역시 주점에 딱 들어서자마자 시끌벅적한 소음과는
완벽하게 담을 쌓은채 혼자서만 죽을상을 짓고 술을 퍼붓는 남자가 확 눈에 띄이긴 했었다.


[이아]는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손톱 끝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렸다.


' 아씨. 아까 이상하게 처다본거 들켰나보네 '


비록 죽다살아난 개 꼴이지만, 녹록치않은 전사라는 것은 한눈에 보아도 알 수 있다.
들고 휘두르기보다는 겨우 질질 끌고다니진 않을까? 하는 큰 [투핸드소드]를 균형있게 쥐어잡고
지쳐있지만 단정한 걸음으로 한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근육질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균형잡히고 단단해보이는 몸매였다.
아마도 저 거대한 [투핸드소드]로도 상당한 스피드를 낼 수 있을 것.


여기까지 [이아]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그 상상 속의 주인공은 이미 그녀의 눈앞에
앉아있었다.


" 당..당신은.. 누구시오? "


' 얼래? 이거 뭔 소리람? '


그 남자의 첫마디는, 그녀 자신의 존재를 묻는 것이었다.


" 이봐요. 내가 물어야할 말인것 같네요. 대뜸 처음보는 사람 앞에 양해도 구하지 않고
앞자리를 차지한 뒤에, 자리의 주인보고 누구냐니. 이게 왠 실례인가요? "


그 남자의 표정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왠 괴물이라도 마주친 듯한 저 놀라움 가득한 눈빛.
경험이 상당한 전사가 하기에는 약간 우스운 손끝의 미세한 떨림.
그의 왼쪽 손에는 조그마한 무언가를 꼭 쥐고, 빙글 빙글 돌리고 있었다.
그 속에는 아름다운 은빛연두색가루들이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며 흔들리고 있었다.


정신없이 바쁘고 시끄러운 주점 속. 그 둘의 탁 주변은 전설의 마법사 [칸]의 단단한 결계라도
쳐진듯 소음과는 단절되었다.


[이아]는 그 남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요구하는 눈빛을 보냈다.


" 아아.. 내 소개를 하기엔 지금 시간이 너무 없소. 당신을 조금 늦게 만난게 안타깝구려.
우리는 서로 소개를 하기 전에, 이 주점에서 빠져나가야 하오. "


' 이 남자는 왜 알 수 없는 소리만 할까? '


[이아]는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왠지 모르게 이 남자의 전신에서 신뢰의 오로라가 뿜어져나온다.


" 제가 왜 당신과 함께 이 주점을 빠져나가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만 하시는군요 "


남자는 매우 지친 듯한 표정에 약간 초조한 듯한 표정을 덧붙이며 입을 열었다.


" 좋소. 내 일일이 설명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고, 간단한 것만 몇 가지 보여드리겠소.
저 마법시계를 보시오. 현재 PM9:17 이오. 정확히 3분 뒤, 저 아주머니는 술을 손님에게 쏟을게요. "


[이아]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푸른빛과 붉은빛을 번갈아가며 쏘아대는 저 아름다운 마법시계는 루어스처럼 대도시나
뤼케시온처럼 상인들과 모험가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곳에서나 구경할 수 있는 명물이었다.
보통 사람들은 시간에대한 개념 없이, 낮과 밤으로 구분하여 사는데.


대뜸 3분 뒤라니,


남자는 오른손을 뻗어 [이아]의 눈앞에 다섯손가락을 펼친 채 하나씩 접기 시작한다.


" 5..4..3..2..1 "


" 어맛-! "


쨍그랑- 츄악


아까 그 남자가 가리킨 아주머니는 술쟁반을 손님께 온통 뒤집어 씌운채 안절부절하며
구석구석 닦아주고 있었다.
[이아]는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그 남자를 되돌아 보았다.


씨-익. 미소짓는 그의 얼굴이 순간 공포스러웠지만,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다음말은 또
[이아]의 흥미를 돋군다.


" 다시 1분 뒤, 저쪽 반대편 탁에서는 약간의 다툼이 있을것이고, 그 후 32초 뒤에는
주방에서 음식을 들고 나오던 잔심부름꾼아이가 의자에 걸려 넘어질게요. "


1분 32초 뒤. 반대편 탁의 싸움과, 잔심부름꾼아이의 울음에 더욱 소란스러워진 주점 안에서,
[이아]는 조용히 손끝에 마력을 끌어올렸다.
뤼케시온의 자랑인 파도의 깊은 푸르름처럼, 눈부신 푸른빛이 살짝 일렁이며 [이아]의 손끝에서
소용돌이쳤다.


" 당신은 누구십니까? "


남자는 [이아]의 움직임에는 신경도 쓰지 않은채 마법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곤, 왼손에 쥐고 있던 그 기이한 물체를 탁위에 반듯하게 올려놓았다.
위쪽 호리병에 가득 차 있던 은빛연두색의 가루들이 밑의 호리병으로 빠르게 쏟아져내려갔다.


" 딱 이 모래알만큼의 시간만큼 남았소. 자꾸 꼬치꼬치 따지면 다 죽소. 몬스터들이 습격한단 말이오!
일단 진정하고 좀 따라오시오. 나도 당신에게 할 말이 많으니 "


꾹- 남자는 그 물체를 쥐어 품에 넣고, 오른손으로 간단하게 그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들고,
왼손으로는 [이아]의 팔을 단단히 잡은채, 주점 밖으로 뛰어나갔다.


' 마력을 이끌어모은 손에 함부로 손을 대고도 아무렇지 않다니. 역시 강한 전사임에는 틀림없군 '


영문도 모른채 낯선 남자에게 끌려 정신없이 주점밖으로 나와 꽤나 달렸을 때 쯤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른 [이아]는 급격히 나빠지는 기분에, 훽- 하고 손을 빼내고 소리친다.


" 도대체 제대로 설명좀 하고 데려가요!! "


캬아아아아-
쿠어어어어-


어디선가 들리는 포효소리.


" 으아악!! "


" 꺄아아아악 "


" 살.. 살려줘.. "


화르르르르-


난대없는 몬스터들의 대량 습격이었다. 주점은 불바다가 되었고, 수많은 모험가들은 몬스터에게
찢겨지며 죽임을 당하고 있다.


" 아.. 안돼 "


몬스터들의 방향으로 달려가려는 [이아]의 몸을 그 남자가 차분히 잡았다.
그녀는 휙- 돌아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빛으로 쏘아붙혔다.


" 당신 도대채 정체가 뭐야!! "


지끈- 눈 앞이 위아래로 흔들리고, 그 남자의 얼굴도 위아래로, 양옆으로 흔들린다.


캬아아아오-
크르르르르-


몬스터들의 포효는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