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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안돼.. 정신을 차려야해!! '
두두두두-
몬스터들이 새까맣게 떼거지로 다가오고 있음을 땅의 울림이 직설적으로 알려준다.
회청- 하는 [이아]를 그 남자는 살포시 부축한 뒤, 오만상을 찌푸리며 수없이 몰려드는
홉고블린떼에 헝겁에 둘러싸인 [투핸드소드]를 치켜세웠다.
빠른 홉고블른떼가 모험가들의 피를 뒤집어 쓴 채 달겨들고있었고, 그 뒤를 따라서도
많은 몬스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짜증을 내며 외쳤다.
" 아씨! 그러니까 좀 일찍 따라 나왔으면 좋잖아!, 난 이제 곧 죽는다구! "
( 윈드블레이드 )
그 남자는 거대한 [투핸드소드]를 십자모형으로 빠르고. 강하게 휘둘렀다.
슈-촤아악-
순식간에 앞의 몬스터떼가 휩쓸려나갔다.
[이아]는 서있기도 힘들정도의 지끈거림을 이겨내며 겨우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그녀는 비틀거리며 생각한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이미 찌푸려진 모습으로 굳어버린듯 했다.
' 꽤 강하잖아? 근대 왜 죽는다는거지? 충분히 길을 뚫고 도망갈 실력이 되는 것 같은데 '
휘청- 조금만 정신을 놓쳐도 이 모양이다. [이아]는 갑작스런 자신의 몸상태에 왈칵 화가 돋는다.
그 순간에도 그 남자는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난도질하고있다. 그런대!?
거대하고도 빠른 그 남자의 [투핸드소드]에 잘려나간 몬스터들의 조각들이 스믈스믈 합쳐지며
다시 그 남자를 에워싸고, 공격하는게 아닌가!?
[이아]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두 눈을 부릅떴다.
' 고작 우드랜드 수준의 몬스터들이 저정도의 회복력이라니!!? '
그 남자는 몬스터들을 베면 벨수록 더 에워쌓이는 상황이 되고 있었다.
더이상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 쯤.
( 메가블레이드 )
퓨웅-
날카로운 폭발과 함께, 그를 에워쌌던 몬스터들이 사방팔방으로 얕은 조각이되어 흩뿌려졌다.
그 사이로 살짝 보인 그 남자의 모습은,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 되어있었고, 그 위에
몬스터들의 피로 덧칠을 하고 있는 꼴이었다.
그 남자는 [이아]를 바라본다.
[이아]도 그 남자를 바라본다.
그 남자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휙 고개를 돌리며 외친다.
( 광폭의 매드소울 )
콰과과과과과가각각각각-!!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지면이 모두 뒤엎어지고, 몬스터들이 한줌 재가되어 사라져간다.
[투핸드소드]는 이미 산산조각나 형태가 없고, 그 남자의 눈과 입에서는 피가 흐른다.
아주 약간의(하지만 천년같은) 시간이 흐른 뒤.
세련되고 향긋한 바다내음을 풍기며, 시끌벅적의 최고조를 보여주었던 뤼케시온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고, 듬성 듬성 불이 타 오르는 폐허가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그 남자가 쓰러져있다. 파르르 떨리는 눈을 힘겹게 뜨고서.
쓰러진 남자의 옆에는 푸른 마력의기운이 힘차게 몸을 휘감고 있어, 상처하나 입지않은 [이아]가
서 있다.
" 고위급 성직자만이 쓸 수 있다던 [이모탈]이군.. 난 항상 이렇게 죽는다.. 매일 매일 이렇게 죽어..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더 많은 이야길 했을텐데... 난... "
" 쉿! "
[이아]는 그 남자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가며 싱긋 웃었다.
그 굉장한 폭발과 함께 그녀의 두통도 씻은듯이 날아간 듯 했다.
" 당신은 죽지 않아요. "
" 아니야.. 나는 죽어.. 수 십 번도, 수 백 번도 지금 이시각에. 같은 결말로 죽었어 "
" 알 수 없는 말이지만, 자세한 이야긴 나중에 듣죠. "
[이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뤼케시온 마을은 비록 폐허가 되었지만. 싱그러운 바다내음과, 구름 한 점, 별 하나 없어
외롭고도 아름다운 밤하늘은 변함이 없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도 [이아]의 머릿결을 스쳐지나가며 뤼케시온의 구석구석에 바다내음을
퍼뜨리려고 애쓴다.
애석하게도, 폐허가 되어버린걸 바람은 알지 못하나보다.
서서히 [이아]의 주변에서 푸르른 빛이 끌어오르기 시작했다.
( 홀리쿠라노 )
일렁이던 푸른빛의 마력들이 일제히 그 남자의 몸으로 쏟아져들어가더니, 그 남자의 몸이
눈부신 황금색으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곤 빠르게 상처들이 아물어간다.
후우우우우우웅-
그러기를 몇 분 간.
" 휴- 상처가 커서 시간이 좀 걸렸네 "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아]는 조심스레 그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지친표정이었다.
' 무엇에 이리도 지쳐있었을까? '
[이아]는 가볍게 심호흡을 한 뒤. 다시 마력을 끌어올린다.
( 아지토 )
슈우우-
바다내음을 전하던 뤼케시온의 바람은 사뭇 놀란다.
어느샌가 익숙해져버린 그 남자와 [이아]의 자취가 사라진 것에.
구름 한 점, 별 하나 없는 외로운 뤼케시온의 밤하늘은, 그나마 시끌벅적했던 마을이 송두리째
날아간것에 대해 가슴아파한다.
이제 무거운 고요를 해치는 것은, 아련하게 들려오는 파도의 부서짐뿐이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