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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밀레스마을 어딘가에서 #1
1305 2009.01.16. 12:53


그건 내가 아마, 루어스 국왕으로부터 밀명을 받고 밀레스던전을 탐험하던 때였을 것이다.

밀레스던전의 최 하위층에 비밀스럽게 존재하고 있다는 그 문을 찾아서...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27 층 이후로는 아무리 빙글빙글, 던전을 헤매도 다음 층으로 가는 길을 도저히 발견할 수가 없었다.

회의에 찬 나는, 임무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신비한 소녀를 발견한 것은 -내가 단념한 후, 던전의 입구에서 막 나왔을 때였다.


그 소녀는 왠지 슬픈 듯한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어딘가 꾀죄죄해 보이는 남루한 옷을 입고

(흡사 그것은 도복인 것처럼 보였지만, 아무런 도장의 표식이 없어서 도복인지도 불확실 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이 초조한 동작으로 주춤 주춤, 던전의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지나가던 1써클 이라고 보기에는 좀 작았지만... 뭐, 대수롭게 여기진 않았다.

그렇게 그 소녀를 그저 흘깃- 보고 지나치려고 하던 바로 그때였다.


"저기... "


그녀가 나를 불러 세웠다. 뭐, 나를 불러 세우는 사람은 마을에서도 많이 있었지.

돈을 구걸한다거나, 자신을 키워달라거나 하는 귀찮은 일들뿐 이었지만. 이 소녀도 순수한 눈동자를

하고선, 나에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걸까... 쩝.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네. 무슨 일 이시죠? 보시다시피 저는 무척 바쁘거든요."

"아.. 네... 날씨가 참 좋네요.. "

"아 예. 그렇네요.. "


날씨가 참 좋다고? 뭐... 그다지 썩 좋은 날이라고도 하긴 힘든 날이었지만 그럭저럭 꾸역꾸역

대답을 마친 나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상황이 상황이었느니 만큼,.. 또 임무를 실패하고 돌아가는 내가 이런 작은 소녀와 해맑게 인사나

나누고 있다는 것이 한심했었던 탓일까. 어쨌거나, 그렇게 그 소녀와의 첫 만남은 잊혀져 갔다.


그러나, 그 소녀와 나의 인연은 아주 길었나 보다.

그 이상한 첫 만남이 있은 후로부터 약 일주일, 내가 식인악마의 연합 퇴치작전을 명령받고 여관 앞을

지나던 바로 그때였다.

저 멀리서,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뭔가를 둘러싸고 구경을 하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 식인악마가 돌아다녀서 바깥에 나오면 위험 할 텐데..."


그곳으로 달려간 나는, 아주 놀랄만한 장면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그 소녀였다.

작고 갸냘퍼 보이는, 순수한 눈동자의 그 작은 소녀.

나에게 날씨가 참 좋지 않냐고 물었던 조금은 황당한 그 소녀가... 식인악마와 나란히 마주보고

서 있었던 것이다.


"이게 무슨...!"


소녀가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나는 몰려든 사람들을 헤치고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소녀의 손목을 낚아채며 말했다.


"이봐!! 위험해!"

"위험하지 않아요..."


어...? 위험하지 않다고?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악마의 앞에서 이런 말도 안 되는 배짱이라니.

...어라. 그런데 조금은 이상했다. 사람을 보면 무조건 공격부터 하고 봤던 식인악마가.

왜 이 소녀 앞에서는 조용한 걸까...? 무기를 슬며시 꺼내 들며 식인악마의 눈을 쳐다보았다.


"크으으.... "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터져 나온다. 근처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도 덩달아, 식인악마의

신음소리에 흠칫 놀라며 한걸음 물러선다. 그러나 나는, 이 녀석을 퇴치하러 왔다고..

물러설 수야 없지. 그렇게 나의 무기를 슬쩍 감아 쥔 채로, 그대로 달려들 태세를 하고 있을 때였다.


"그만둬요. .. 이제 그는 더이상 사람을 공격하지 않아요."

"뭐?"


나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 소녀를 돌아봤다. 그러나, 그 소녀는 나를 살짝 밀어내고는

식인악마의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봐! 위험해!"

"자... 이제 너의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렴.. "

"크으르르.."


연기처럼... 아니, 원래 존재하지 않았었던 것처럼... 식인악마가 스르르 사라져 간다.

식인악마..를... 설득했다?


... ...


놀란 사람들의 분위기가 진정되고, 모두가 흩어져서 자신의 일을 찾아 떠나고...

이제 소녀와 나만 덩그러니, 여신상의 앞에 남아 있었다. 너무 나도 이상한 이 소녀.

나는 그 소녀의 정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넌... 누구지?"

"지금은 대답해 드릴 수가 없네요... 하지만... 오늘 참 날씨가 좋지 않나요?"


정신이 아득해져 오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갑자기 몰려오는 피로에 나는 털썩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귓가에, 어렴풋이

그녀가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다시 만나게....... 될 거에요... "



그리고 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2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