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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밀레스마을 어딘가에서 #3 -完-
977 2009.01.16. 13:00

"헉... 헉.... "

27층에서 아래로 통하는 문을 찾는데 한달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내 앞에 닥쳐온

운명의 창날을 눈으로 직시할 수 있었다. 이제 가져온 물도, 식량도 다 떨어졌다.

아. 이렇게. 나의 덧없는 생을 마감하는 것인가... 의식이... 흐릿해진다...

이제 죽는것인가...


털썩,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허물어졌다. 몸을 지탱할 힘은 이미 오래전에 소진하고 없었다.

그저, 마구 감겨오는 눈을 애써 부릅뜨려 애쓰면서 이승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담으려 몸부릴 칠

뿐이었다. 그렇게 저항을 계속하던 내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그때였다.


“... ...”

“... ...”


어디선가 ,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흥얼흥얼... 허밍으로 감미롭게 부르는, 작은 멜로디가.

나는 있는 힘을 모두 짜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는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긴... 어디지?"


눈부신 광채! 도저히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러나, 누군가, 흐릿한 형상으로, 내 앞에 서 있다는 것은

느낌으로- 수십년 간 닦아온 나의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나는 눈을 똑바로 뜨지도 못한채 손을

앞으로 휘휘 내저으며 쥐어짜듯이 말했다. 내 목소리에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심이 역력하게

배어있었다.


"누..누구야? 거기 누가 있어?"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만나네요. 오늘 날씨가 참 좋지 않나요?"


...

그 소녀였다. 수십 년이 지나도, 이 목소리는 잊을 수가 없다. 따사롭게 -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진하게 물어오는 그 순수한 목소리. 그래, 너구나... 그런데, 왜 여기서 너를 만난거지?


"왜... 이런 곳...에...?"

"나를 기억하시는군요?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날부터.. 당신을 쭉 지켜보고 있었어요. 그리고, 아직도

나의 은총이 깃든 반지를 가지고 계시는군요. 고맙네요. 후훗"

"너...너는 대체...? "

"지금까지, 참으로 오래 이곳에서 기다렸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날 그날을요. 세상에서 저를

부르는 이름은... “여신 ‘이아’.”

“... ...!!"


파앗!! 온 세상을 덮어 버릴 듯 한 빛, 빛, 빛이 내 눈을 갑작스레 덮쳐왔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내가 아니었다.




《Ep.》
약간 어두운 조명이 분위기를 더욱 스산하게 만드는 루어스 국왕의 집무실.

후다닥 달려 들어온 한 남자가 국왕에게 급보를 전한다.


"밀레스 던전을 탐사하러 갔던 기사, 지크프리트는 행방불명 되었습니다. "

"쿨럭... 그래... 그런가. 아까운 인재를 잃었군."




『밀레스 마을 중앙에는... 아주 오래된 이아의 동상이 있다.』

『이 찬란한 지혜의 여신을 노래하는 음유시인들은 이렇게 말을 하곤 해.』

『여신이 우리를 돌보신다. 저 위대한 기사 지크프리트 처럼- 』



오늘도, 밀레스마을, 어딘가에서, 여신 이아가...

서성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날씨 참 좋지 않나요?"



단편, 밀레스마을 어딘가에서 -完-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