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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사귄게 근 50일정도 되는 짧은 연애의 대가 마이펫의 사랑이
이번에는 좀 오래 가는 듯 했다.
한 한달 있으면 술먹자고 욕지거리를 하면서 전화를 하겠지 했지만, 꽤나 오래 연락이
없는 것이었다.
물론 내 망할펫의 정신상태라면 번호 바꾼채 내 번호를 까먹어 연락 못하고
안절부절 하고 있는 상태일 수도 있다.
몇 개월이 흘렀다.
그녀가 한 남자와 몇 개월을 넘게 사귄게 놀라웠지만, 이 남자 저 남자 갈팡질팡 만나고
다니던 펫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오래 잘 사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기뻣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거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한창 흥이 올라 신나게 놀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대뜸 문자가 왔다.
위잉-
학교 때려치고 딴지역으로 사라져버릴래.
안봐도 비디오다. 내가 모르는 번호라고 해도, 이런 말투, 앞의 두칸을 띄운 채 시작하는 문자
나는 살살 친구들의 무리를 빠져나가 화장실로 들어가 펫에게 전화를 했다.
주인님- >_ <*
뭔일 있냐?
주인님~ 나 술마셨숑 술마셨숑 ^ㅡ^
니가 하루이틀 술 먹냐, 술먹는걸 자랑하고 난리야. 뭔일 있냐고. 어디로 가게?
어! 뭔일 있다 색갸! 인생 죡같은 일 있다! 그래서 집에 박혀서 혼자 한잔 하구 있다 왜!
쾅쾅쾅-
갑자기 화장실 문을 누가 두드렸고, 나는 인상을 팍 구기며 발로 문을 쾅 걷어찼다.
펫이 안좋은 일로 연락해 그녀의 아픔을 나눠주던것이 물론 셀 수도없이 많지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나의 펫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데 매번 들을 때 마다 내가 기분이 좋을리 없다.
야! 괜찮아? 술 취했냐?
다행(?)히도 나의 친구가 내가 화장실에서 나오질 않으니 취해서 뻗은 줄 알고 데리러 온 것이었고,
난 괜찮다며 친구를 돌려 보냈다.
전화는 끊겨 있었다.
어떤일이 또 내 펫을 힘들게 했을까? 그로 인해 그녀는 또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을까?
내 예상이 맞다면 99.9%는 분명 남자때문일것이다.
하지만 확실하지도 않은데, 그녀의 집으로 찾아갔다가 괜히 오해에 휩쌓이면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그에게, 미움을 살 수 있으니 함부로 찾아갈 수도 없었다.
위잉-
술 먹고있나본데 술이나 신나게 드세요~ 니 펫은 죡같은 인생 그만살고 콱 죽어야겠다.
이 정도 농담을 할 정도면 그녀가 진짜 죽고싶은 마음은 아닐 것이다.
까불지말고, 술 적당히 먹구 자. 다음에 만나서 얘기 좀 해.
녜녜. 노세요.
하지만 기분이 상한 내가 더 이상 놀 순 없었다.
나는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 씻고 가만히 펫 생각을 했다.
옆에서 지켜봐온 그녀는, 정말 꼬인 인생을 갖고 있었다.
가난한 집. 어려서부터 집을 나와 혼자 살기시작해서인지 거친 그녀의 성격,
하지만 정말 어느 누가 봐도 다시 바라보게 되는 예쁜 얼굴, 그리고 몸매.
자기를 좋다고 하기만 하면 쉽게 마음을 여는 그녀이기에, 정말 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그저 얼굴에 반해 쫓아다니던 날파리들 뿐. 결국 상처는 고스란히 펫이 떠안고.
학교 다니기도 빡빡한데 일하느라 또 힘겹게 시간을 쪼개는 그녀.
그런 힘든 하루 하루를 많은 술로 달래는 그녀 자신.
내가 옆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긴 했을까?
내가 펫이라며 데리고 다닌 것이, 그녀에겐 위로가 되었을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