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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과의 통화 후 몇일이 지난 후에야 그녈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밖에 나오는 듯했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우와- 이렇게 변했네,를 중얼거리며 내 팔짱을 끼고 여기저기
쓸 데 없이 돌아다니기 바쁜 그녀 모습을 보며, 대충 느낌이 왔다.
천방지축에 술 좋아하고 남자를 좋아하지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사람의 말은
정말 잘듣는 그런 여자였다. 내가 한마디 해도 꼬박꼬박 잘 듣는 그런 펫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말은 얼마나 절대적으로 믿었을까.
남자의 구속으로 그녀는 집밖에 몇 주, 길면 한달 가까이도 나갈 일이 없게 되었던것이다.
물론 그 남자의 정성도 대단했다.
펫은 하루에 한끼도 잘 먹지 않는다. 예전에 펫과 함께 놀면서 몇일 지내면서 알게된 사실인데,
그녀는 정말, 하루에 밥 한숟갈 정도를 먹는 것 같다. 그 외엔 거의 모두 술로 배를 채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도 밖에 돌아다니면서 술이며, 안주이며, 혹은 군것질이라도 했었는데.
남자친구가 집에 박아놓으니 불꺼놓고 이불 덮은 상태에서 아프리카만 틀어놓고
도무지 움질이질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해할 수 있는 마음과 또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이렇게 활발하고 명랑한 애를 집안에 가둬놓다니. 이렇게 술을 좋아하던 애를 술 끊게 만들다니.
도대체 어떤 남자일까.
만나보고 싶었다.
어쨋든 이런 저런 이야길하며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우리는 삼겹살집에 앉아있었다.
펫은 내 머리를 쓱쓱 쓰다듬으며 말했다.
간만에 봤으니 오늘은 내가 쏜다! 맘껏 시켜!
메뉴판을 보니, 생삼겹이 1인분에 3.500원^-^
생색내는 모습이 귀엽다.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고, 힘들게 일해서 모은 돈인지를 알고 있는 나는
왠지 펫이 사주는 삼겹살이 마냥 맛있을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허기져있던 우리 둘은 정말 초스피드로 삼겹살을 삼키기 시작했다.
약 1시간 후, 슬슬 배가 불러올때 쯤, 담배를 한 대 물고 상을 바라보니..
삼겹살 8인분과, 소주 세 병의 빈병이 놓아져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웃었다.
펫은 내게 장난스럽게 외친다
주인~!! 어디가서 나랑 삼겹살 8인분 먹었다고 하지마 펫 챙피해요오-> <*
창피창피,낄낄
그녀는 전화통화때와는 다르게 기분이 많이 좋아졌는지 애교도 많이 부리고,
구워진 삼겹살을 모두 쌈싸먹은 뒤, 물한컵.
끄-억-
나를 보며 씨-익 웃곤 계산대로 가서 계산을한다.
왠지 땀구멍이 모두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겨우 밥한끼 얻어먹은게 왜 이렇게 미안할까. 그녀의 기분 좋은 웃음.
내가 더 활짝 웃어줘야 그녀의 마음에 보답하는 걸까?
야- 색갸, 이제 니가 술 사.
그래, 펫의 성격은 이런게 마음에 든다. 나는 눈치볼것 없이 마음 편하게 분위기 좋은 술집으로
향했다.
같이가아아아~
쫄랑쫄랑 따라오며 외치는 펫의 모습은 뒤돌아 보질 않아도 눈에 선하다.
귀엽고 예쁜 그녀.
오늘도 그녀의 상처를 위로하고자 만났으니, 왠지 그녀의 눈물을 보게 될 듯 싶었다.
그렇게 제 멋대로에다가, 남자 많고, 술 좋아하고, 거칠고 욕 잘하는 나의 펫을
술도 끊게 만들고, 몇 개월동안 집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만들었던, 자신의 말에 복종하게 만들었던
그 남자. 그렇게 나의 펫이 사랑했던 그 남자와의 관계에서
또 얼마나 깊은 상처를 받았을까. 이야길 듣기도 전에 짠-해지는 내 마음에
괜히 그녀의 어깨에 나의 팔을 턱-하고 걸친 채 말했다.
나 보니까 그렇게 좋냐, 만나고나서부터 계속 실실거리네 아주 그냥, 킥
웃기네- 이 색기 이거 간만에 보더니 돌았나,킥킥
나와 펫은 그렇게 다정히 술집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의 뒤를 따라 슬그머니
펫의 상처도 함께 들어왔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