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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께 보내는 편지 세오
[술] 펫 #12
287 2011.03.2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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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과 내가 함께한 시간은 꽤나 많다.

애인인양 하루 종일 붙어있었던 적도 많고, 함께 잠을 잔적도 많고,

찜질방, 목욕탕, 겜방, 노래방, 술집, 영화관, 디비디방, 팬션, 심지어는 모텔까지

안가본데가 없을정도로 붙어다녔던 적도 있었다.

처음 술 한잔 마시자마자 그녀의 상처를 콕- 찝어내긴 뭐하기에

언제나 같은 레퍼토리이지만 그녀와 처음 술을 한잔씩 주고받을땐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한다.


우리 예전에 이러이러 했었는데 재밌었지-

그때가 그립다- 라는 둥, 만날때마다 수 십 수 백번씩 이야길하고 또 낄낄거리고 웃는

그런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조잘거리다, 술이 조금씩 들어가면 펫이 먼저 주절주절 이야길 시작한다.


이번엔 이주 반만에 집 밖으로 나온것이랜다.

남자친구가 처음엔 남자만 만나지 말라 그러더니, 점차 갈수록 집착이 심해져,

여자친구들도 만나는 것을 탐탁치 않아했다고 한다.

그렇게 슬슬 집 밖에도 못나가는 상황까지 왔고, 펫은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기 시작했다고.

원래 게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서든이 중령이 되었고, 크레이지아케이드가 금사각이 되었고,

테트리스에, 틀린그림찾기에, 카트라이더에 섭렵을 하지 않은 게임이 없을 정도가 되었을 쯤,

펫은 세상과 점점 단절되었고, 슬슬 주변에는 남자친구외엔 아무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점점 더 펫은 밖을 혼자 나가는게 무서워졌다고 한다.

남자친구가 태워주어야만 어디든 갈 수 있고,

남자친구가 옆에 있어야 밥을 먹을 수 있고,

남자친구가 밥을 갖다줘야 먹게 되었다고 했다.


콩깍지가 씌어져 있을때까지만 해도, 그녀의 심정은 변함이 없었을것이다.

친구들은 멀어져봤자 어짜피 다시 돌아올테고,

남자들이야 몇 명 빼곤 다 늑대색기들 뿐이고,

어짜피 그녀에겐 남자친구만 있으면 되었다.


하지만, 사랑이 영원하질 않듯이, 그녀의 눈에 씌여있던 콩깍지는 곧(몇 개월이면 꽤 오래지만)

얇아지기 시작했고, 특히나 집에만 갇혀있는 것은 그녀 스스로도 참기 힘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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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힘들고 지겨워질 때 쯤에 말야, 내가 밖엘 나가보려고 간만에 화장도 새끈하게 하구,

옷도 차려 입었거든? 근대.. 무서워서 밖으로 나갈 수 가 없는거야.

막.. 나가면 길 몰라서 집으로 못돌아올 거 같구, 누가 나 잡아갈꺼같구 그런거 있지?

그때 갑자기 퍼뜩 생각이 든거야. 내가 남자 하나 때문에 완전 ㅂ.ㅅ됐구나. 하고,


펫은 생각하는게 열나는지 술을 촥-하고 시원하게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그러다가, 어느날은 친구들이 집으로 갑자기 찾아왔어.

간만에 클럽이나 가자길래, 남자친구 몰래 클럽을 갔지.

간만에 진짜 신나게 놀구, 남자들이랑 술도먹고 그랬다. 근대 있잖아

진짜- 나는 남자친구만 계속 봐서, 세상 남자들이 다 남자친구 같은 줄 알았는데

더 멋있는 남자들이 너무 많은거야,킥킥


그 생각에 한참을 킬킬 거리던 펫은 다시 잔을 들었다.


캬-하- 좋다.


펫은 쓴 술에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날 보며 푸헷 하고 웃는다.


그러곤 클럽서 신나게 흔들어 제끼다가 집에 가고 있는데.

내 남자친구 차가 보이는거야. 아 죡댔다 싶어서 내가 쫄래쫄래 튀었거든?

근대 그 색기 차에서 어떤 여자가 내리더니, 남자친구한테 앵겨서 뽀뽀하고 유유히 사라지는거야.

그때 내가 눈이 뒤집혔지.

난 집에 박아놓고 지는 딴여자 쳐만나고 다녔던거야.


아오!


펫이 갑자기 괴성을 지르더니,


여기 소주 한병 더주세요!


하고 외쳤다. 역시, 내가 본 펫의 남자중에 제대로 된 색기는 없었다.

자기 좋다면 홀딱 넘어가버리는 펫은, 사실 꼬시기 쉬운 존재였다.

꼬시고 나서 관리하기가 힘든 여자이긴 하지만..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