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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할 말을 잃은 우리둘은 그 연놈들을 가만 바라보았다.
그들을 바라보는데, 그 색기의 얼굴이 우리쪽 방향으로 틀어지며 우리와 눈이 마주칠 것같은
바로 그 타이밍.
나와 그 색기가 눈이 마주친 그 순간.
나의 펫은 내 팔을 들어올려 자신의 어깨를 감싸더니.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갰다.
예쁘고 귀엽고 아담하구 사랑스런 조건은 다 갖춘 여자였지만,
누구든 몇년째 항상 만나고,잠도 같이 자는 적이 많으며, 술먹고 개가되고 소가되던 모습
토하고 발광떠는모습, 볼 거 못볼 거 다 본 여자친구이기에 설레임과 기분좋음 보다는
바로 욕이튀어나올뻔 했다.
입술이 포개져있는데 내가 입으로 바람을 푸- 하고 내뱉었다.
아주 살짝 입을 땐 펫이 날 바라보았다.
미칬나?
나 저 색기한테 복수하고 싶어서그래, 내 남자친구인 척 해 주라 응?
밥사줄께, 고기 사줄께 술도 사주고 니가 시키는거 다할께 잠깐만 이대로 있어봐.
그리고 그녀는 다시 입을 맞췄다.
그 색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와 펫의 뒤통수를 유심히 보더니, 종업원의 안내를 따라
안쪽 자리로 들어갔다.
안쪽으로 들어갔으니까 좀 떨어져 봐 씨앙-_-
계속 앵겨있고, 술냄새, 담배냄새에 쩐 입술 두개가 같이 포개져있으니 토가 쏠렸고,
그 색기가 한참을 처다보는 눈빛이 너무 재수없어 기분을 잡쳤다.
내가 가서 조지고 올까?
펫은 내게 팔짱을 꼭 끼운채 말을했다.
너 내 친구 맞지? 내가 아끼는 친구 맞지? 친구한테 어떻게 그런걸 부탁하겠냐 응?
내가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니까. 내가 확실하게 말하고 올께. 반드시 내가 말해야
속이 시원하고 금방 잊을 수 있을 거 같아.
위잉-
때마침 그 색기에게 문자가 왔다.
기다리라니까 딴 남자품에 완전 앵겨서 기다리네, 하긴, 클럽에서 봤을때부터 알아봤어야했는데.
널 아직도 사랑하고, 너가 기다려주길 빌고있는 내가 참 한심한 것 같다.
와나 이 색기의 아구통을 절구통으로 만들어서 절구뱀매이로 죽을때까지 빵아찟고 싶게
문자를 보내는게 아닌가?
펫은 내게 가방을 맡기고 그 색기의 자리로 또각또각 걸어가고 있었다.
펫은 가기전에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내가 무조건 해결하고 싶어. 너 화나있는건 알겠는데. 부탁이야. 내가 말하고 해결할게.
넌 나가서 기다려줘, 니 성격에 분명 안에 있으면 달려들게 분명하니까.
나가서 기다려주라. 제발.
그녀가 그 테이블에 앉는 것 까지 본 뒤.
울분을 삭히며 조용히, 최대한 그 색기와 눈이 마주쳐서 내 눈이 돌아가지 않도록 신경을 쓰며
밖으로 나왔다.
신선한 공기를 쐬니 뜨거웠던 분노가 살짝 식었다.
펫은 자신이 알아서 해결한다구 했고, 나에게 나서지 말라 했지만, 분명 펫의 성질도 장난 아니다.
아마 개진상의 표본으로 술집 전체가 뒤집어질 수도 있을만큼, 펫은 발광에 남다른 소질을 갖고 있다.
아마 내가 할 일은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그 남자가 쿨하게 펫의 통보를 인정하고, 울면서 나오는 펫에게 담배를 한대 물려주고
술을 더 먹이러 가던가,
그 남자의 말도안되는 아갈질로 펫의 분노가 극에 치달아 테이블을 뒤엎고 그 색기 옆에 앉아있는
그 여자친구의 머리끄쟁이를 군대군대 뽑아버리고, 아마 좀 더 심하면 테이블 위 접시로
그 색기나 그 색기의 여자친구의 머리통을 후려칠지도 모른다.
그 상황을 뜯어말리던가.
내가 가서 그 색기를 직접 조져주지 않아도, 분노한 나의 펫은 잘 죠질 수 있을것이 분명했다.
나는 사건이 커지기전에 펫을 빼나와 다시 술을 마시러 가기만 하면되었고,
혹시나 모를 그 색기의 손찌검에서 지켜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불행하고도 불행하고도 불행하게도,
그 색기는 아갈질을 했고, 펫은 화가 났고, 테이블이 뒤짚어지고, 온갖 쌍욕의 외침이 들리고,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벌써 들어가서 말리면 펫의 분노가 덜 풀릴것이다.
담배를 한 대 물고, 불을 붙였다.
담배한대 필 동안, 실컷 발광해라.
그리고 시원하게 잊어라.
담배 한 대를 다 태운 뒤, 천천히 술집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피를 뚝뚝 흘리면서 머리는 산발이 된 채 머리끄뎅이를 붙잡혀 나오는
그 색기의 여자친구와, @#$%$#@#$의 알아들을 수 없는 신세계의 욕설들을 창조하며
그 색기의 여자친구 머리채를 휘어 잡아 흔들면서 술집 문을 발로 퍽- 하고 차고 나오는
펫을 마주쳤다.
아.. 담배 한 대 피는 동안 벌써 한건 했나보다.
빠른데.?
라는 생각을 했다.
뒤에서 그 색기가 쫓아왔다.
이거 놔.
그 색기가 펫의 어깨를 잡으며, 펫이 꽉 움켜쥔 그녀의 머리채를 보며 말했다.
야, #$%놈아 내 친구 건들면 죽여버린다. 후회하지말고 니 여자 데리고 끄지라.
난 천천히 다가가서 펫의 어깨에서 그 색기의 손을 떼고, 한 손으론 턱주가리를 밀치며,
말했다.
의외로 그 색기는 얌전히 뒤로 물러났다.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펫의 손을 잡고 펫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이제 가자.
펫은 마스카라눈물이 얼굴 뒤범벅이 되어 흐느끼고, 꺽꺽 거리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응, 이제 가자.
펫은 살짝 머리채에서 손을 떼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가 피가 졸졸 나고 있는 손을
나는 가만히 잡은 채 데리고 나왔다.
-An Optimist 낙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