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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Midnight Melody #9
994 2009.01.21. 13:57


여관 로비에 앉아서, 창밖의 풍경을 구경하는건 꽤 흥미로웠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걸..

에페와 나무방패를 단단히 무장한채, 어디론가 향하는 1써클들의 모습.. 마을 한 구석에서 마법을

수련하고 있는 마법사 지망생. 에에.. 또.. 헉! 저쪽 나무 조명 밑에서... 왠 연인이..

다정하게 ... ... 훠이 ... 진심으로 그대들의 앞날에 먹구름이 가득하길 바라겠어..

그렇게 그 커플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려주고 있을때, 로비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덜커덕..


"후아!!"

" ... ..아야야! 살살 잡아!"


어?..익숙한 얼굴인데.


"마시!"

"하, 그래 새디. 이녀석 잡았어. 생각보다 잽싸던데."

"..칫.. 운이 나빴을 뿐이야. 너같이 곰같은 녀석에게... "

"닥치고 이리로 들어와. 허튼수작 하면 일음지를 갈겨버리겠어. 평생을 아마 장님으로 살아야 할걸?"

" .... ...."


그 검은 망토의 도둑은 양 손이 밧줄로 단단히 묶여있다. 와. 굉장한걸.

마시와 나는 로비의 테이블에 그 검은망토의 도둑을 데리고 가서 앉혔다. 그리고 검은 두건을

벗겨내니... 어? 이거..


"뭐야, 완전 애잖아."


마시의 말이 그 두건의 소년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런 어린애들까지 소매치기를 ?

세상이 그렇게 삭막해 졌다니.. 오, 이아여.. 이 어린 양 에게 축복을..


"칫... 너희들은 누구야? 뜨내기들은 아닌것 같은데. "

"그 말에 대답해줄 의무는 없지. 우선 너, 우리 물건을 내놔. 훔쳐간것. 늑대이빨과 발톱, 돈주머니 ."

" .. 돈주머니는 없어. 발톱을 팔러가기 전에 길드에 바쳐버렸거든. "

"뭐-야? 50만전이나 되는 돈을 길드에 몽땅 바쳐? 이녀석 완전 정신이 나간거 아니야?"

"풋.. 50만전도 돈이라고 들고다니는 너같은 머저리와는 차원이 틀리거든. "

"크와아악!!"


마시가 거칠게 그 녀석의 멱살을 잡아올렸고, 두 손가락을 들어 눈을 찌르려 했다.

아, 이럴때일수록 신의 은총과 자비가 만민에게 함께하심을 이 세상에 전할 기회야...


"마시 , 그만둬!.. 아직 애잖아. "

"크으... 난 내 앞길을 막는 녀석이 애건, 여자건, 노인이건, 신이건 상관하지 않아. "

"지금 성직자 앞에서 이 어린 아이의 눈을 찌를거야?!"

".. 쳇... 그럼 어쩌란말야?"

"음... 우선 그 멱살부터 놓고 얘기해. 차분하게.. 이봐.. 꼬마야 넌 몇살이고 이름은 뭐야?"


그 검은 두건의 소년의 입가가 살짝 올라간다. 기분나쁘게.. 비웃는거야?

눈을 확 찔러버릴까 보다... .. 아..아찻차! 안되지. 이세상에 신의 은총과 자비가 가득하길..

아아~


"꼬마라고?.. 흥.. 웃기는군. 너도 한참 어려보이는데? 이 곰 자식하고 다르게."

"그래, 그럼 내 소개부터 할게. 난 새디. 16살이고, 운디네의 성직자 견습생이야."

" 성직자?.. 거 참.. 어쩐지 오늘따라 신이 나의 편을 안들어준다 싶었지. 성직자를 상대하고 있었다니"

"내 말에나 대답해."

"좋아. 뭐.. 난 14살이고. 피에트 마을에서 도둑 영업을 하고 있지. "

"이름은?"

"람다"

"좋아, 람다. 이제 너에게 묻겠어. 너는 우리의 돈과 물건을 훔쳤고, 돈은 다 써버렸어. 그 돈을

돌려줄 방법 없겠어?"

"뭐... 30분만 날 풀어주면 간단해. 마을엔 돌아다니는 돈자루들이 널렸거든."

"안돼!! 훔친 돈을 받을 순 없어. 길드에 가서 다시 달라고 하면 안되나?"

".... 길드에 상납한 돈은 절대 돌려받을 수 없어. "

"이런..!"


마시와 나는 조금 황당한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본다. 마시가 내게 살짝 다가와 귀에 속삭였다.


'이자식 어쩌지?'

'돈은 돌려줄 수 없다잖아. 그렇다고 훔친 돈을 받을 수도 없고..'

'그냥 밧줄에 묶어서 피에트 경비대에 넘겨버릴까?'

'아직 어린것 같은데.. 그건 좀..'


아! 정말 결론 안나고, 골치만 아픈 일이네...


"이봐, 람다. 너- 너.. 실력은 꽤 있어 보이던데. 왜 이런곳에서 소매치기나 하고있는거야?"

"뭐, 하고싶어서 하고있는건 아니야. 그냥 피에트 마을에 들렀다가 영업비나 좀 벌어볼려고 한탕

한것 뿐이지. 한탕 했던것이 운 나쁘게도 너희들이었지만."

"음.. 그래?.. 넌 몇써클인데?"

"3써클.. 뭐.. 4써클도 얼마 안남긴 하지만. 경험치 쌓는건 역시 귀찮거든"


귀찮아서 4써클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 어린 주제에 정말 배짱이 대단하다..

마시도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저 나이에 3써클이면, 성장이 엄청 빠른거거든.. 아니, 엄청 빠르다고

말할 수 없을정도야.. 천재적인 재능?.. 혼자서 이정도 경지에 오르는건 불가능할텐데.


"넌 어디서 그런 기술들을 배웠어?"

"스승님 한테서."


어라? 도둑들에게도 스승님이 있나..


"그 스승님이란..?"

"이름은 몰라.. 그냥 그 사람도 떠돌아 다니는것 같았어. 하지만 실력은 굉장했지. 5써클이 아닐까

싶을정도였거든. 가끔 가다가 뭐, 엄청난 빛을 내뿜는 기술을 쓰기도 했는데.. 암살격이었나? ..

어쨌거나 내 사부는 정말 굉장한 사람이었어. 지금은 다시 어디론가 사라졌지만."

"그래?.. 좋아, 이제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어..."

"... 돈은 줄수 없다니까.."

"그런 얘기가 아니야. 우리들은 로톤까지 여행하는 중이야.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래?"


그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마시가 나를 쳐다보며 이상하다는듯이 말했다.


"이봐, 새디. 이런 도적놈과 같이 다녀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거야?"

"뭐.. 돈도 돌려받을 수 없고.. 경비대에도 넘길 수 없다면 데리고 다니면서 써먹을 수 밖에.

거기다 3써클의 도적이라잖아?. 자물쇠 따기나, 함정 해체 같은 기술은 유용할지도 모른다구."

".. 자물쇠따기? 어디 은행 털 일이라도 있어?.. 함정해체? 우리는 던젼에 가는게 아니야. "

"시끄러!! 어쨌거나 악의 구렁텅이에 빠져있는 선량한 아이를 버려둘 순 없어.!"

"쳇.. 맘대로 해. 하지만 이녀석이랑 같이 다니다간 또 우리돈을 훔쳐서 달아나 버릴걸."


마시가 그렇게 말하고는 입을 다물어 버린다. 아- 뭐, 좋아. 내 마음속엔 확신이 서버렸거든.

조용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람다가 슬쩍 내 눈을 쳐다보다 찔끔! 다시 고개를 내린다.

후.. 귀여운 구석도 있잖아? 봐봐.


"자, 람다. 다시 너한테 물을게. 우리랑 동행하겠어?"

"... ... 나같은 도적.. 이 필요해?"

"응. 힘을 빌려줄래?"


잠시 람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불안하게 움직인다. 고민하고 있는건가?

뭐... 람다는 한참을 생각하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알았어... "

"또 우리의 돈을 슬쩍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아냐!.. 소매치기는 내 본업이 아니야. 오늘일은 정말 사과하겠어.. "

"에~ 또 어른스러운척 하기는. 조금은 어린애답게 굴어도 괜찮잖아. 헤헤"

"꼬마니, 아이니 .. 칫.. 자기는 할망구인 주제에.."

"뭐야-! 이녀석!!"


퍼벅!!

그렇게, 우리의 동료는 마시와 나, 람다로 세명이 되었다. 마시는 아직까지 람다가 우리와

함께한다는게 못마땅한것처럼 보였지만.. 뭐 -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사람이 차라리

한명이라도 더 있는게 낫지 않겠어?

오늘도, 이 소중한 만남을 주선하신 이아께 감사드립니다...

아참... 그런데..


"아참. 람다, 그런데 늑대 발톱과 이빨은?"

"응. 여기 주머니에 넣어뒀지."


타닥... 투둑.. 어라?... 주머니를 뒤지던 람다의 표정이 점차 사색이 되어간다.


"비..빌어먹을!!.. 이 곰녀석에게 쫓기다가 어딘가 흘렸나봐.."

"뭐-!?"


발톱과 이빨이 든 주머니를 잃어버렸다고오오?!

아아.. (글썽)

우리, 로톤엔, 갈수 있는거야?



10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