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맨바닥 위에서 잠을 자는것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자주 뒤척이며
잠을 설칠 수 밖에 없었다. 우아.. 옛날에 한번 레오님께서 수련생들에게 이런 말씀을 해주신적이
있지. 차가운 돌 바닥 위에서 잠을 자면 입이 돌아간다! 라고..
히-익!! .. 모포 한장 깔긴 했지만 상당히 불안해 지는 사실이 아닐 수 없는데..
뒤척뒤척. 그렇게 살풋 잠들었다 깼다 하는 시간들이 밤새 계속 됐다. 우리의 캠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한건, 내가 바로 열 일곱번째 꿈에서 깨어나 눈물을 글썽이던 바로 그때였다.
부시럭 부시럭... 으응?..
누군가 음식을 찾는소리? 마시인가?
부시럭... 투둑..
자리에서 일어나는 소리.. 아참, 그러고 보니, 지난번에 마시는 아침마다 그 이상한 명상- 을 하곤
했었지. 에코! 이런 .. 던젼에서는 좀 쉬면 어때?!
바보같이 아침부터 일어나 부시럭대고 있는 마시에게 최대한의 동정을 보내 준 후, 나는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코오...
그렇게 우리의 아침은 밝아오고 있었다.
.... ....
.... ....
"----- 야!! 일어나!"
쿠당!!
으아아아? 무슨일이야!?
내 귓가를 울리는 쩌렁쩌렁한 호령소리 때문에 나는 모포를 걷어찬 채 후다닥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모..몬스터가 또 나타난거야? 어제의 그 개구리들?
"새-----디!"
"아아 나 귀 안먹었어! , 쿨럭... 마시! 아침부터 이게 왠 소란이야? 혹시 배가 고파서 머리가 어떻게
됐다든가 하는 이유라면 난 진심으로 널 한대 때려주겠어"
"그런게 아냐!.. 여길 보라구!"
마시가 가르키고 있는곳에는, 람다가 쓰던 모포와 짐더미가 어지럽게 널려있다.
휴- 람다도 어지간히 잠버릇이 나쁜데. 그런데, 그게 왜?
"이게 왜? 일어나서 모포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것에 대한 분노야?"
"아-니!. 없어졌어. 그녀석의 짐만. "
"응- ? 그게 무슨말... 내가 알아듣기 쉽게 조금 더 ..."
"도망쳤어. 람다녀석..."
에엑!.. 물론 람다와 나는 만난지도 얼마 안됐고, 별다른 우정을 나눴다고도 생각하진 않지만.
여기까지 와서 도망쳤다고..?
"어..어디 잠깐 산책 나간것이 아닐까?"
"이 근방은 다 찾아봤어. 아무데도 없어. 에이 퉤! . 그녀석 역시 도적 아니랄까봐. 약삭빠르게. 오늘
들어갈 던젼의 하층부에 겁을 먹고 도망친거겠지. "
".... .... "
" 아 - 아 도적들이란 다 그렇거든. 변덕쟁이 에다가, 팀을 배신하길 밥먹듯이 하고 . 회계 아이템을
먹고 도망치지를 않나, 항상 숨어서 음침하게 웃고있는 놈들!"
"... 기다려보면 돌아오지 않을까?"
"어~ 그래 천년만년 백만년이 지난 후에 우리의 뼈가 흙에 가까워질 정도로 풍화되고 나면 그제서야
그 두꺼운 낯짝을 드러내 놓고 실실거리며 웃고 있겠지. 언제까지 기다릴 셈이야?"
"그건.."
" 너 일정이 그렇게 여유로운 편은 아니잖아?.. 젠장. 전력이 좀 약화된건 안됐지만.., 내려갈 수 밖에.
그리고, 너 뭔가 도둑맞은 물건은 없는지 잘 살펴보라구."
도둑 맞을만한 물건이라면.. 로톤 수련원에 전달할 편지와, 항상 지니고 있는 홀리스태프 뿐? 짐을
확인해 보니, 별달리 도둑맞은 물건은 없었다. 마시의 개인 물품도 그대로 있었고.
아 아 .. 람다가 그냥 말없이 떠나버렸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데.
"우선, 차분히 아침을 먹으면서 기다려 보자. 아침먹고도 람다가 나타나지 않으면 ... 그땐 우리도
우리 갈길을 가야지.."
"나타나지 않을걸. "
"조용하고 얼른 모포나 말아 넣어!"
착잡한 마음을 뒤로한채, 사람은 일단 먹고 살아야 하는것이 아니냐 라는 태고 불변의 진리에 따라
몸을 움직이기 시작한다. 오늘의 메인 디쉬는, ... 피크닉 샌드위치와 닭고기?..
거기에 곁들인 레드와인, 디저트는 달콤한 캔디. 음... 나 잠깐 돌았나봐.. 아침은 언제나 멀건 수프에
빵조각. 여행중일때는 호화로운 식사를 기대하지 말란 말이야.
하지만, 덜 호화스러운 그 아침 식사도 맛있게 입으로 던져넣고 있는 마시가 있었기에 아침 식탁은
그럭저럭 활기를 찾을 수 있었다. 우걱 우걱 빵을 십어대며 마시가 말했다.
"우물... 이제 슬슬 출발하지. "
" 람다... 오지 않을건가..?"
"그런 좁쌀만한 녀석은 이제 잊어버리라고. 내 주머니를 털어 갔을때부터 , 그녀석의 싹수가 노란건
다 짐작하고 있었던거고. 에헴. 이제는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시라 이거야. 난 도망치지도 사라지지도
않으니까."
"... 좁쌀만한 녀석이라고 하는건 좀 너무하잖아."
어라..? 이건 내 대답이 아닌데.
휘리릭! 마시와 나의 고개가 사정없이 돌아간다.
뒤를 돌아보니, 약간 피로한 기색의 람다가 투덜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뭐야- 벌써 밥 다먹었어? 내껀?"
"우물,,켁켁! 이녀석?!"
입에 물고있던 빵을 급하게 넘기던 마시가 캑캑대며 일어섰다.
"너 도대체 어딜 갔다온거야?"
" 어딜 갔다왔냐니... 어- 설마 내가 혼자서 비겁하게 도망이라도 쳤을까봐 걱정한거야?"
"아니... 뭐...그런건 아니지만.."
"푸- 나 도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도적들이 비열하기만 한건 아니라구."
"그..그럼, 도대체 이른 아침부터 혼자 어딜 그렇게 갔다왔던거야?"
"음."
람다는, 우리들 곁에 털썩 주저앉으며,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오밤중에 하도 잠이 안와서 말야. 내일 갈 길이나 좀 표시해 둘까 싶어서 함정 해체를
하면서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이말이야. 그런데, 아래엔 나 말고도 다른 사람이 걸어 내려가고
있었어."
"어?.. 지금 던젼은 폐쇄되서 우리들 말고는 다른 사람이 없을텐데.."
"그러니까, 나도 그점이 이상해서.. 그사람의 뒤를 밟았지. 은밀히 추적하는건 내 자랑이거든. 그
사람은... 어딘가 수상해 보이긴 했어. 손에는 무슨 악기 같은걸 들고 있었는데. 옷차림은 알록달록
한 천을 기워만든 옷을 입고 있었고. "
"아니, 이상한데.. 혼자서 피에트 던젼을 어슬렁 거리고 있었다구? 그거 엄청 위험한거 아니야?"
"뭐.. 나도 여차하면 뛰어들어서 그 사람을 구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때 그 수상한 사람 앞으로
몬스터들이 떼로 나타난거야. 어제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놈들로. 얼핏 보기에도 한놈 한놈
다 강해보였어. "
"그..그래서? 그 사람을 데리고 탈출한거야?"
"아니, 그때.. 더 놀라운걸 보게 됐지."
람다가 꺼내놓는 이야기에 도취되어 있던 우리들은, 람다가 마지막에 보았다는 것을 듣고 드디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13부에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