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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Midnight Melody #17
988 2009.01.24. 10:34


2층의 객실, 마시와 람다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고.. 드뉴씨는 로비에서 잠깐 생각할 일이 있다나..

방으로 돌아와 옷을 대충 벗어두고 침대에 누웠다.

햐.. 침대에 눕자 마자, 피에트 던젼에서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한다.

푹신 푹신하구나.. ... 던젼의 돌바닥은 딱딱하고 차가워서 정말이지.. 휴 .. 고생했어..

이제.. 로톤으로 가는거구나.. 내일이면... 으음..


쿨... ...쿠울...



.... ....

.....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 어둠의 저편에, 누군가 서있다..


'누굴까?'


등을 보인채로, 어딘지 모르게 슬픈 발걸음.. ... 가지마세요,.. 가지마세요...


'가지마...'


손을 뻗어보지만 잡을 수 없다. ... 아빠의 뒷모습..일까. 포근하지만 왠지 슬퍼보여...

가지마세요... 가지마세요...


.... ....



"가지마앗!"


하악!..하악... 벌떡 일어나보니, 밖은 아직 어두컴컴하다. ..이 꿈, 지난번에 꿨던 꿈하고 똑같잖아..

대체 누구야, 그사람은..!.. 혼자 화를 내 봤자,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 다시 털썩, 드러누웠다.


"휴... "


다시 잠을 청하려고 눈을 질끈 감았지만, 한번 달아나 버린 잠은 쉽사리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이거.. 큰일이야. 내일은 배를 타고 오래 가야 할텐데.


"산책이나 좀 하고 올까.. 걸으면 다시 잠이 올지도 몰라."


밤바람이 좀 쌀쌀하긴 했지만, 춥진 않다. 로브를 두르듯이 대충 걸쳐 입고, 로비로 내려왔다.

어젯밤 술을 마시던 사람들은 한쪽 구석 테이블에 엎어져서 뒹굴고 있다.

술병도 어지러히 널려있고.. 후! 정말 못봐주겠군.

종업원이 로비로 나온 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 아직 밤인데 더 주무시지 않구요..? 아니면 뭔가 간단한 식사라도 만들어 드릴까요?"

" 아뇨, 괜찮아요. .. 잠시 잠이 깬 것 뿐이에요."

" 네, 뭔가 필요한게 있으시면 말씀하세요."

" 예에..그런데 저 취한 사람들은 집에 안돌려보내나요?"

"뭐,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니 .. 아침이면 부인네들이 여기로 한바탕 찾아 올겁니다. 하핫."


종업원을 향해, 미소를 한방 날려주고 . (싱긋) . 두리번, ..어.. 드뉴씨는? 자러간걸까?


"저기, 종업원씨- 여기 계시던 저희 일행분은 어디로 가셨죠?"

"아, 그 로브를 눌러쓴 분 말이군요. 혼자 앉아 계시다가 어디론가 나가 버리시던데요."

"에?"

"한 30 분 정도 됐을겁니다. 이 근처에서 바람이나 쐬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안자는 걸까?.. 드뉴씨는. 아, 뭐.. 몬스터들이 잔다는 얘기는 못들어 봤지만.. 드뉴씨 말대로라면

드뉴씨는 이성과 자아를 가진 완벽한 생명체!.. 이기 때문에 . 잠도 잘거라고 생각하지만은...음..

찾아보러 나갈까?


끼익...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선다. 화아! .. 역시 쌀쌀해!!.. 팔에 닭살이 돋는다..우엉 (글썽) 여관은

마을의 중심에서 약간 외진곳에 있었다. 왼쪽의 길로 들어가면 피에트 마을의 시내..

오른쪽길엔 우드랜드의 깊은곳과 연결된 작은 숲이 있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데.

숲길로 가볼까?..

우드랜드와 숲의 경계에는 경비대원들이 초소를 짓고 지키고 있는것 같았다. 뭐, 어쨌거나 마을에

쳐들어 올 정도로 우드랜드 몬스터들은 조직적이진 않으니까. 다행이야.

터벅.터벅, 길을 조금 걷자, 먼 발치에 밤빛에 반짝이는 강물이 보였다. 운디네의 작은 호수에서

흘러내린 작은 물줄기가, 피에트까지 내려오면서 이렇게 커지는 거구나..

내가 운디네에만 계속 있었다면 이런 광경은 보지 못했겠지..헤헷 .


그렇게 혼자 터벅 터벅,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걷고 있던 중에 벌써 숲 언저리까지 다와버렸다.

여..역시 안쪽으로 들어가는건 무리겠지?.. (덜덜)

첫번째로 보이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앉는다. 나쁘지 않네, ..후훗

드뉴씨는 보이지 않는다.. 나와 반대 방향으로 간걸까?.. 숲 안쪽엔 볼일이 없을테구..


"하~~ 좋다. 공기도 맑고. "


.. 혼자 기지개를 펴고 ..후우우 아~!.. 다시 잠이 올거 같다. 좀 걸었더니 다시 피곤해졌어.

엉덩이에 묻은 흙을 대충 털어내고, 일어 선다. 어..?

숲 깊은곳에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 너무 작아서 내용은 모르겠지만..으응?

이 밤중에 누가.... 이 숲엘..?

서..서..서..설마 귀..귀..귀신?!

아,아냐! 이아님을 모시는 내가 귀신 따위를 두려워 할 쏘냐! 귀신이 있다면 이리로 나와봐!

신성한 힘으로, 꽈앙! 하고 없애줄테니까! .. 후..후아!

온몸이 덜덜 떨렸지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샘솟았는지 나는 나도 모르게 점차 숲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글썽) 그냥 얌전히 잠이나 잘걸 그랬어~!

좀더 가까이 다가가자 이제 말소리가 좀더 정확하게 들려왔다. 두사람의 목소리.


"... 했다더군.."

" .... .... 그런가.."


어라? 한사람의 목소리는 익숙한데. 드뉴씨의 부드러운 목소리! .. 드뉴씨가 여기에?

그럼 다른 한 사람은..?

멀리서 힐끗 쳐다보지만,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는다. 드뉴씨와 그 남자는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앗.. ! 반짝!

상대편의 그 남자가 손에 들고 있는것.. 빛이 반사되어서 순간적으로 보였지만..


"하프..?"


그렇다면, .. 나를 쫓아오고 있다던 그 연주가..?

루루루.. 디리링.. 그 노래는 참 좋았지.. 순식간에 잠이 올것 같은... 자장가 같은 노래였으니까.

하지만, 저 남자의 노래는 피에트 던젼에서 몬스터들을 죽이는데도 사용됐다고..

그나저나, 드뉴씨와 .. 저 연주가가 아는 사이 였다니?

그러고보니 어제, 드뉴씨는 뭔가를 숨기고 있던 눈치였어...

숨소리를 죽이고 그들의 대화에 집중하자.. 점차 그 목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 만나지 않을텐가?"


드뉴씨의 부드러운 목소리..


" .. 내게 확신이 서지 않는군. 그 아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멀리서 지켜보는것 밖에..

내가 할수있는일은 그것 뿐이야...."


왠지 축축하게 젖은, 슬픈 목소리. 이 남자....

다시 그 둘의 대화가 이어진다.


"... 새디님의 눈은, 자네 부인을 쏙 빼 닮았더군. 젊었을때의 모습 그대로야."

"..후..그런가. 하지만 나는 내 부인도, 아이도 버리고 떠난 몸.. 그런걸 생각하는것은 나에게 너무

과분한 일이야."

"어차피 로톤에서는 다시 만날거잖아?"

"... 그때 그 아이에게 무슨말을 해 줘야 할지... "


내..내 이름이 나왔어?.. 나..나를 버리고 떠..떠나간 ... 사람.. 이라면....


"아빠...?"


목소리가 무의식중에 흘러나온 것일까. .. 입을 급하게 틀어 막았지만, 안돼! .. 들은것 같아.

두사람이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기 누구냐!"


드뉴씨의 강한 목소리..! 아.. .. 더이상.. 더이상, 입을 뗄 수가 없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여관으로.. ..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 더이상은..

등 뒤에서, 어렴풋이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는것 같았다.


"새디...."


탁 탁!!

길이 너무나 길게 느껴진다. 아빠..아빠가, ...

엄마와 나를 버리고 훌쩍 사라져버린 아빠. 너무나 밉고, 싫었다. .. .. ....

용서하고 싶지 않아.. 얼굴을 보고싶지 않아..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 여관.

탕!

문을 부수듯이 열고 들어가 2층의 내 방으로 뛰어 올라간다.

그리고, 침대에 다시... 털썩...


"흑...흑....!..흐흑....!"


울음이 멈추지 않아... 생각하고 싶지 않아...

....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나는 다시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

그리고 살짝 열어둔 창가로부터,

지난번에 들었던 것보다 더 구슬픈 멜로디의 노래가... 은은하게 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루루.......리리리.... 라..라라라...



18부에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