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 잠들었던 걸까. 눈을 떠 보니, 창가로부터 쏘아져오는 햇살이 너무 눈부시다.
베겟머리를 보니, 눈물 자국이 ... 아.. 그래.. 어제 그런일이 있었지.
맑은 날씨에 잠깐 기뻐했던 나는, 어제의 일을 떠올리고 다시 조금 침울해 졌다.
나를 버리고 간 아빠가.. ... 나를 뒤쫓고 있었다니.. 왜지..? .. 더이상 나는 필요없는 짐일 뿐이잖아.
드뉴씨에게 물어도 대답해 줄것 같지 않고.
주섬주섬, 일어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머릿속이 어지러워서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았다.
하지만, 마시나 람다 녀석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순 없다구.
눈이 퉁퉁 불어 있을꺼야 지금.. 내 모습은.
탁 탁.. 짐을 정리해서 로비로 내려가 보니, 람다와 마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드뉴씨도.
"야~ 새디 , 굿모닝이야. !"
"새디누나 잘잤어요? ~"
" 새디님 -... "
흥, 드뉴씨... 난 더이상 할말 없다구요. .. 나한테 뭔가 비밀로 하는게 있다는것도 꺼림칙 한데.. 나는
애써 해맑게 웃으며, 람다와 마시들에게 인사했다.
"그래! 이제 드디어 배를 타는거구나! 빨리 가자, 배 시간은 9시 였지?"
"어, 저기 밥도 안먹고?"
"밥은 배에서 먹자구. "
내가 거칠게 람다와 마시의 팔을 끌어 당기자, 마시와 람다가 적잖이 놀란 눈치다.
난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다구... ... 흐응..
그런 모습을 보며 드뉴씨가 약간은 슬픈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동정해 줄거라는 생각은 마요!
난 드뉴씨한테 단단히 화났으니까..!
여관 대금을 치르고 문밖으로 나서자, 와앗.. 역시 햇살이 너무 따가워!
그래도 조금은 춥당.. 로브 옷자락을 한번 여미고, 짐을 다시 메어 올린다.
배를 타는곳은 아마, .. 저쪽 부둣가였나?
배표를 끊으러 가는 도중에도, 드뉴씨와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단지 람다와 마시가 서로 티격
태격하는모습을 바라보면서 걷고 있을 뿐이다.
부둣가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큰 배가 한척 정선해 있다. 와우!... 이..이런게 물위에 뜬단말이야?
내 표정을 읽었는지, 마시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 크지? 이 배야말로 루어스의 조선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란말야. "
하아..? 크긴 크구나..
부둣가엔 약하긴 하지만 바다냄새가 조금 나고 있었고.. 사람들 엄청 많다!
바글바글! 웅성 웅성!
시장보다 더 사람이 많은것 같네..
"이 사람들은, 모두 대륙에서 온 상인들이죠... 교역품들을 싣고 오는겁니다. "
드뉴씨가 친절하게 대답해 줬지만., 흥. 하고 , 내가 외면하자,
다시 드뉴씨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맛을 다신다.
어제 일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는걸까? 드뉴씨는.. .. 그다지 추궁하려 드는것 같지도 않고.
뭐, 이제 됐어.
우리 일행은 표를 끊고( 익스프레스선은 두배의 요금이었기 때문에..눈물을 머금고 일반 표를..글썽)
배에 오르기 위해 배쪽으로 걸어갔다. 아무말도 하지 않을 모양이네.. 드뉴씨는..
나는 몸을 돌려, 드뉴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드뉴씨, 어쨌든 피에트 던젼에서의 일은 감사드릴게요. 하지만... ..아니.. 됐어요..."
" .... .... 새디님.."
" 다른 말은 하지마세요. .. 더이상 드뉴씨의 말을 들을 기분이 아니거든요. 변명은 사양하겠어요.
처음 부터 날 속일 생각이었죠?"
" 그렇지 않습니다.. 새디님, 당신의 아버지는..."
" 아 - 아!!"
난 귀를 틀어막고 몸을 돌려버렸다. 아빠 얘긴 더이상.. 그만해!
람다와 마시는 뭔 얘긴가 싶어서 눈을 똥그랗게 뜨고 바라만 보고 있다.
그렇게, 조금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우웅...,
그..그래도 마지막 얘긴데.. 들어주는 편이 나았을라나...?
슬쩍 고개를 돌려 곁눈질로 드뉴씨를 보니,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 조..좀 미안한데..
"저..저..드뉴씨?"
"새디님..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하게 해주시겠어요?'
"... 또 아빠 얘긴가요?"
" 유감스럽지만, 그렇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스태프는 당신의 아버지가 남긴 물건입니다.
젊었을적에 그녀석이 쓰던 물건이죠. .. 그..녀석이... 제게 이 말을 ...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미안하다며, 그리고 조만간 다시 보게 될거라고.. 그때는 자기를 용서 해 주지 않겠냐고.."
"... .... "
"사람에겐 누구나 사정이라는게 있는 법입니다. 이제 그만, 새디님의 아버지의 사정도 헤아려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 딸과 부인을 버리고 사라질 만큼의 일이 있다는 얘기군요. ... "
"... 그건.."
" 알았어요... 아빠의 얘기는.. 이제.. 그만하세요"
".. 로톤에서 ...... 다시 뵙게 될겁니다. "
그렇게 얘기를 끝낸 드뉴씨는, 람다와 마시에게도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건넨 후에, 홀연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져 버렸다. .. 뭔가 허탈하기도 하고... ..
하지만.., 이 지팡이가 아빠가 쓰던 물건이라고..?.. ... 치... ... 이딴 물건..
뿌우우우-!!
배가 출발한다는 신호가 울린다. 아차차, 얼른 배에 타지 않으면..
" 타자~~!"
" 그래, 가자고! 로톤으로!"
" 고고!"
나와 마시, 람다는 - 드디어 로톤으로 가는 배를 타게 되었다.! 아, 얼마나 멀고도 험난한 여정
이었던가.. 크으!! 피에트여 안녕!
그나저나.. 드뉴씨는 또 아빠를 어떻게 알고 있었던 걸까?. 사교성이 대단히 뛰어난 몬스터인가봐.
레오님과도 친하고.. 아빠와도 친하고.. .... 에.... 뭐... 어쨌거나, 이제 앞으로의 일만 생각하는거야!
자~! 16세 , 새디 ! 갑니다아!
19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