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선영씨!"
앞으로 튀어나간 람다와 마시는 허물어져 내리는 선영이를 부축해 올렸다. 그리고 주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웅성웅성 우리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크라켄을 한방에 보냈어... "
"그러게..저 작은 애가..."
후, 나도 솔직히 좀 놀라긴 했지만.. 굉장한 기술이다. 사람이 저런 기술을 받았다가는.
뼈와 살이 분리되고 말거야. .. 그리고 사방으로 피와 살점이 튀겠지.. 으햐.. 끔찍해라.
선영이는 축 늘어져 있긴 했지만 의식은 또렷하게 들어 있었다.
아.맞아! 힐링!
"선영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치료 마법을... 쿠라노! "
우우우우웅!.. 나는 마력을 짜 내서 선영이에게 쿠라노를 사용했다.
휴, 이제 좀 괜찮을.. 엑?.. 전혀 나아보이지 않잖아. (글썽) 다..다시!
"쿠라노!"
여전히 핼쓱해져서 나만 말똥히 쳐다보고 있는 선영이. 미..미안하구나..
"쿠..쿠라노!"
디리리리이잉!!.. 어라?.. 이건 쿠라노의 소리가 아닌데? 마력의 근원을 따라가 보니 로브를 걸친 한
여자가 서있다. 이 사람이 선영이에게 힐을 준걸까?
선영이는 그 여자가 걸어준 힐이 효과가 있었는지 이제 람다와 마시의 부축 없이도 혼자 설 수 있게
됐다. 조금 비틀거리긴 했지만.
그나저나, 저 여자는..? 우리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그 여자가 뚜벅 뚜벅 우리에게 걸어왔다.
와, 키 크네.. 그 여자는 금발머리에 머리를 양갈래로 묶고 간소한 로브를 걸치고 있었다.
얼핏 보면 여행자 인것 같기도 한데 말야.. 성직자의 순례 여행인가?
" .. 선영씨, 오랫만이네요. "
흐응? 우리는 뒷전으로 제껴둔채로, 선영이에게만 먼저 인사를 건넸다 ? 선영이를 아는사람인가?
선영이는 조금 주춤 하며 그 여자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부축하던 람다와 마시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 여자에게로 달려들었다.
뭐..뭐야?.. 선제공격?!
"언니!"
내 예상은 빗나가고, 선영이는 무기도 내팽겨둔채로 그 여자에게 와락 안겨들었다.
응... 언니라고..? 동생은 이런 강력한 전사인데 언니는 거기에 걸맞는 강력한 성직자라..
이거.. 뭔가 조합이 딱딱 맞는데 ?
.... ....
.... ....
웅성웅성 몰려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씩 정리되어 사라지고, 선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크라켄의
잘려나간 몸통과 다리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뭐, 이 배는 고기잡이 배나 화물을 운송하는 배는
아니니까. 항상 청결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거구나.
그리고 , 어색하게 서 있는 우리 일행.. 람다와 마시.. 그리고 나까지..(훌쩍)
한참동안 부비적대며 서로의 애정을 과시하던 선영이와 그 정체불명의 성직녀는 람다가 다리가
아파 주저 앉기 시작했을때 비로소 시선을 돌려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아.. 언니, 이쪽 분들은.. 배에서 만난 분들이에요."
" 반갑습니다. 채퓨린이라고 합니다."
그 성직녀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고.. 일행중 가장 인사성이 밝다고 자부(?) 하는 나는 람다와 마시가
입을 열기도 전에 밝고 명랑하게,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전 새디라고 해요. 운디네에서 이아님을 섬기고 있죠.. 수련생입니다"
"그렇군요. 레오님은 잘 계시던가요? .. 이아님의 어린 나무에 은총이 있기를."
그리고 뒤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람다와 마시도 채퓨린님에게 인사를 건넸고, 그에 걸맞는 인삿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배 위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는게 불편했던 우리는 다시 배 안의 식당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고 앉아서 이야기를 계속 하기로 하고 아까 앉아있던 테이블로 돌아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 마자 나의 질문!
"그나저나, 채퓨린님과 선영이는 친 자매인거에요?"
"퓨린이라고 부르셔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선영씨와 전 친 자매는 아니에요. 단지 모험을 같이 했었던
것이고.. 선영씨는 저를 친 언니처럼 따르고 있습니다."
"아아.. 그런데 어째서 선영이와 배를 같이 타지 않으시고.... 따로 타신거죠?"
"선영씨와는 정말 오랫만에 만난겁니다. 지난번 대평원 탐험 이후로 부터이니.. 그렇지요?"
"응! 언니"
한시간 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인데.. 선영아. 저 귀엽고 천진난만한 웃음 뒤에는 모든 생물체를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가공할만한 필살기가.. 으흑
"그리고, 저는 로톤에 볼일이 있어서 그곳으로 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아마 전 대륙의 능력있는
성직자들은 다들 속속 로톤으로 모이고 있겠지요."
응?..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성직자들도 로톤으로 모이고 있다구?
확인 차원에서 나는, 퓨린씨에게 다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레오님께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시지 않은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로톤에 가셔서 로톤 수련원의
주임 성직자님께 얘기를 듣는편이 낫겠습니다. 제가 함부로 입을 열만한 일이 아니라서요. 아마
레오님도 새디님을 보내놓고 뒤따라 출발하셨을겁니다. "
"아아.. "
도통 뭐가 뭔지 모르겠는걸. 어째서 로톤으로..? 거기다 왜 레오님은 나를 보낸거지?
그..그러고보니 이상하네! 나보다 더 능력 있는 선배들도 많은데.... 어째서 나를.?
"... 한번 만나 뵙고 나니 알 수 있을것 같군요. 새디님. "
"네..? 저..저를요?"
" 어쨌든 로톤까지의 뱃길이니 함께 하는것이 좋겠네요. 잘 부탁드립니다."
최근에 만나는 사람들은 죄다 이상한 말만 한단 말이야.. 도대체 나만 빼놓고 ..
선영이는 얘기가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퓨린씨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우우.. 친자매가 아니라면서.?
람다와 마시는 , 크라켄에 의해서 식사를 제대로 못한것에 대한 분노를 음식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제발 점잖게 먹자구.. 얘들아..
식당 한켠에서, 요리에 대한 가공할만한 폭력행위(?) 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배는 계속
쭉쭉 로톤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22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