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안내한 드뉴씨는 친절하게도, 로톤 이곳 저곳의 명소들을 설명해주었다. 로톤에서만 볼 수
있다는 그 유명한 에드의 미용실 이라든가.. 어쩐지 로톤에 특이한 머리를 한 사람들이 많더라니.
나도, 머리좀 손질할까? 드뉴씨는 맨 앞에 서서 우리를 인도하면서 끊임없이 말을 꺼내놓고 있었다.
평소의 차분한 모습과는 좀 다른데..
"그러니까, 일부 사람들이 말하길 로톤은 미역냄새 나는 시골이라고.. 뭐라고들 떠들곤 합니다만.
서부 대륙의 물류 중심지인 만큼 배도 많고 그만큼 상인도 많아 풍족한 마을이라고할 수 있죠.
거기다 대륙 전체의 헤어 스타일을 주도하는 저 에드는, 정말 표창감이 아니라 할 수 없습니다. "
아, 아.. 그래그래. 어찌 생각해보면 꼭 관광 하는 느낌이란 말야. 하...하지만 우리의 본연의 목적을
잊어선 안돼..!.. 편지를, 그러니까. 레오님이 주신 편지를 이곳 로톤 수도원에 전달하는 거였지.
후- 후아! 그렇게 생각 하니 좀 떨리는걸. .. 나 잘할 수 있을까?
그렇게 약 시내에서 벗어나 십오분 정도를 더 산속으로 들어가자, 산중턱에 신전의 마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곳이구나. 로톤 수련원의 입구에는 거대한 용이 새겨져 있었다.
응..? 용이라... 그것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읽었던지, 마시가 그 유래를 설명 해 주었다.
"이거 처음 보겠구나. 로톤 마을에는 말야. 전설일 뿐이지만.. 밀레스 던젼의 31층과 연결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지. 그곳에는 진짜 '용'이 살고 있는데.. 그 용의 머리만 승천해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해.
그리고 몸통은 여전히 밀레스 던젼 31층에 남아 있다나?"
와아.. 그래서 로톤 수련원은 .. 이 용을 상징으로 사용하고 있는거구나. 과연..!
그러고보니, 우리 운디네 수련원의 상징은?.. 물의 정령 운디네 그 자체였었지. 흐음.
역시 수도원들은 각자의 특징을 갖고 있는거였어.
마시의 설명을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던 드뉴씨는 입구에 다다르자 우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 이제 도착입니다. 우선 새디님은.. 로톤의 주임 성직자님을 만나셔야 겠군요. 그리고 다른 일행
분들은 중앙홀에서 대기하고 계시면 됩니다. 다른분들이.. 기다리고 계실겁니다."
"다른 분들 이라니..?"
"가 보시면 알게 됩니다. 우선 새디님은.. 이쪽으로."
앗.. 이런..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덥썩 일행과 헤어져 버리다니. 뒤를 돌아보니 마시와 람다,
선영이, 퓨린씨는 다른 로톤의 수련생의 안내를 받아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나는 역시 드뉴씨의 뒤를 따라.. 로..로톤의 주임 성직자님을.(허..허업!) 만나러.
.... ....
.... ....
긴 복도를 지나, 모퉁이를 돌고 나자 나무로 된 오래된 문이 보였다. 아니, 건물 자체가 낡긴 했지만
이 문은.. 그것보다 한 30 년은 더 낡아보이는데. 문을 연다고 부서지는건 아니겠지.
문앞까지 나를 안내한 드뉴씨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다 보더니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새디님.. 이곳에서 주임 성직자님을 만나시면 됩니다. 저는.. 역시 중앙 홀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긴 얘기가 될테니.. 긴장하지 마시고, 늘 보여주시던 모습을 보여주시면 됩니다."
"아..예.."
뭐..뭐야.. 그냥 편지를 전달하는 것 뿐인데. .. 드뉴씨는 팔짱을 끼고는 내가 들어가는걸 지켜보고
있다. 왠지 등이 떠밀리는 느낌.. 후..후아..! 자..자앗! 들어갑니다!
끼이이익....
털컹..
우웃.. 바로 정면에 보이는 창문의 빛이 너무 강하게 쬐어와서 눈을 뜰수가 없다.
정면에는... 웃.. 세사람?. 로톤 주임 성직자님이 세사람 이었나? ..
"어서오시게. 아차, 햇빛이 너무 강한 모양이군. 커튼을 쳐 줌세."
드르륵...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치자. 드디어 세 사람의 얼굴 윤곽이 드러나
보이기 시작했다. 가운데 의자에 앉은 사람은.. 음. 처음 보는 분.
갈색머리의 중년에.. 왠지 고고한 성품이 얼굴에 묻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엑?!
왼쪽에 서 있는건... 레오님? .. 어..어째서 레오님이 ?- 아..아차차.. 그러고보니 배 위에서 퓨린씨가..
레오님도 로톤으로 향했을거라고 말했지. 하지만 어째서..?
편지까지 주셔 놓고는 ...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여기 와 계실수가 있냐구우우 (흐으윽)
레오님은, 내 표정을 읽고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재..재밌으세요?.
"새디! 이렇게 늦게 도착하다니. 중요한 임무라고 이르지 않았더냐?"
"아. 에엑.. 죄송합니다..늦어버렸어요.."
"하하, .. 방금건 장난이란다. 그나저나 좋은 동료들을 만났구나. "
"예..에에.."
쥐꼬리만한 목소리로 기어들어가듯 대답하긴 했지만.. 우.. 에..그러고보니 세사람이었는데.
맨 오른쪽의.. 저분은..?
".... ...."
" ?.. ?"
"새디.."
목소리가.. 익숙하다. 꿈에서.. 그리고, 피에트의 숲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야.. 피에트의 숲..?
그럼.... .. 저 사람은...
"..아..아빠?"
"..... .... "
"어...어째서 지금... 지금 이..이곳에 와 계신거죠? 아..아니, 그것보다 왜 우리를 버린거죠?
왜 왜! 엄마와 나를 버렸죠? ... 그리고 뭐가 모자라서 나를 .. 나를 쫓아다녔나요.. ..
으흑.. 내가... 필요 없어서... 버린게... 아니었나요?... .. "
" .. 새디.. 그건..."
머리가 복잡해.. 그리고 눈물이 끊임없이 솟아난다. .. 그렇게 매정하게 엄마와 나를 버리고 떠났던
아빠.. 이렇게 만날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어..
내가 고개를 떨구고 흐느끼고 있을때. 아빠, .. 는 어루만지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새디... 긴 이야기란다... 들어줄 수 있겠니?"
"흐..흑.. 더 이상... 무슨애기가 필요하죠?"
"... 내가 너희 엄마와 너를 버리고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
"이..이유?"
고개를 들자, 레오님과 로톤의 주임 성직자님도 근엄한 표정을 지은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
무..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거죠.. 아빠?
" 그건... 내가 너를 낳기 전의 이야기란다.. "
24부(과거편) 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