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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Midnight Melody #26
939 2009.01.27. 12:48

중앙홀으로 가는 복도는 다행히 꽤 길었다. 지금 화끈 달아오른 내 얼굴을 보면 다들 웃을거야.

후 - 하 - 후 - 하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컴컴한 복도 끝에 빛이 조금 보이는 것 같다.

저쪽이 중앙홀인 모양이네. 내가 맨 앞에 서서 걸어가고, 내 뒤에는 레오님과 우리 아빠인 로그스,

그리고 로톤의 주임성직자님 (그러고보니 아직 이름을 못들었다 - !) 이 뒤따르고 있었다. 후, 그런데

이렇게 긴장할 필요가 있나.. 그냥 단지 마시와 람다들을 만나러 가는 것 뿐인데.

마음을 홀가분하게 먹고, 빛이 들어오는 입구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음. 드뉴씨는 여러 수도원에서 능력있는 성직자들이 모였다 라고 했지 아마.

그런데 왜 모였지?

그렇게 한참을 걸어간 끝에 우리 셋은 중앙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아니, 다다랐는데..

내가 서 있는곳은, 아래의 홀보다 위에 위치한 돔 형태의 단상이었다. 그리고 아래엔, 각양 각색의

마을들을 대표하는 로브를 입은 성직자님들..! 으..우와?

저쪽 멀찌감치 보이는 구석에 마시와 람다, 선영이와 채퓨린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

소..손 흔들지마..!


"새디!! 여기야~! "


왠지 죽으러 가는 사람 한번 비행기 태워준다는 그런 자리일까.. 조금 서글프네.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 레오님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제가 악보를 연주하면 죽는다는 것을 아는건가요?"

"아니. 신의 악보의 존재를 아는사람은 교단의 상층부 소수 뿐이다. 그리고 그 내막에 관한것도.

너희 동료들에게 “연주의 결과” 에 대해서 알려줘도 상관은 없다만.. "

"아.. 됐어요.. 그냥 말하지 않는편이 좋겠네요. 저런 모습을 보니 .. 그나저나, 이곳에 사람들은 왜

모인거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 송별회 ? .. 아니 그냥 그런 이유로 먼곳에서 이곳까지 왔단말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데. 대화가 거기까지 진행되자 뒤에서 묵묵히 뒷짐을 지고 서 있던 로톤의

주임 성직자님께서 단상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건, 지금 내가 설명하지. 잠시 옆으로 물러나 있게 새디양."

"아, 네에.."


여..역시. 만만찮은 신력으로 좌중을 압도하는 저 카리스마,.. 한 수련원의 주임 성직자님이 되실만 해.

로톤 주임 성직자님은 한번 기침을 흠, 하고 내뱉더니 이내 근엄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곳에 모여주신, 수많은 각 마을의 성직자 여러분들. 서신을 받고 여기까지 왕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곧 “뮤레칸의 만월”의 날이 찾아오고.. 대륙은 다시 3백년만에 암흑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하지만 그러한 뮤레칸의 현세 강림 속에서도 신은 우리를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

지금 제 옆에 서 있는 작은 소녀 수련생 새디가... 우리의 대륙을 구할 마지막 희망입니다. 변치 않는

신의 성총에 다시한번 감사를.. "


주임 성직자님이 고개를 숙이고 기도 하자, 장내는 순식간에 엄숙한 분위기가 되었다. 신의 악보의

존재는 기밀이지만 뮤레칸의 만월 에 대한 전설은 고문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었지.

잠깐동안 기도를 마친 로톤 주임 성직자님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모든 일을 이 작은 소녀에게 떠맡겨 버리는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가 모인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8백년전 이 로톤 수련원 건물을 축조했던 성(聖) 동마탄 대주교는 3백년

주기로 찾아오는 암흑기를 대비해 수련원 자체를 마법진으로 하여 신력을 공명시켜 한곳에 집중

시킬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의 할일은, 힘을 모아.. 신력을 하나로 모아- 이 소녀에게 힘을 보태는

일입니다. .. "


두웅-... 잠깐의 침묵.

에.. 그러니까 내가 정리를 간략하게 해 보자면.. 이 분들이 멀리서 여기까지 모인 것은-

신력을 응축, 공명시켜서 나에게로.. 그 힘을 전한다는 말... ? 그건.... 음.

곁에서 듣고 있던 레오님이 나의 어깨를 가볍게 붙잡더니 조용히 속삭였다.


".. 신의 악보를 연주하는건 분명 그릇의 자질이 필요하지만... 그 출력을 내기 위해서는 막대한 신력을

필요로 하지. 너는 이 모두의 신력을 담아 세상을 향해 연주를 하게 되는거란다. 하지만... 그 부작용

으로 목숨을 잃는건.. 변함이 없는 사실이고.."


그..그런가.. 이러나 저러나 죽는건 마찬가지?

살며시 고개를 돌려 마시들 쪽을 바라보자, 역시나 마시와 람다의 눈이 동그랗게 떠져있다.

하, 놀랐겠지.. 편지를 전하러 갔던 작은 수련생 계집애가 .. 대륙을 구할 희망이라니. 난데없이.

누구라도 웃을거야.. 그나저나.. 나와 같이 산맥으로 가 줄까..? .. 불안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도, 주임 성직자님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 우리의 선대 성직자님들은 이러한 위기를 슬기롭게 힘을 모아 대처했습니다. -이제 우리가 후대를

위해 뭉칠때입니다. 힘을 모읍시다 여러분..!"

"와아아!! "

"우오! 새디 만세!"

"이아님 만세, 새디님 만세!"


로톤 주임 성직자님의 연설이 끝나자 마자 터져 나오는 함성과 만세소리. 귀가 멍멍할 지경이다.

손을 흔들며 광분에 가까운 만세를 내지르고 있는 성직자들에게 나는 손을 몇 번 흔들어 주었다.

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은데..


"이만하면 이 사람들에게 설명은 다 된 것 같군요. 새디, 우선 뒤쪽으로 너희 동료들을 불러주렴."


아빠가 내 어깨를 다정하게 짚으며 말했다. 그래, 산맥의 결계를 지나기 위해선 다섯 직업이 필요

하다고 했었지. 마시와 람다들은.. 분명 힘을 빌려줄거야.

떠나갈 듯이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레오님에 의해서 어느정도 정리되고, 나의 손짓에 마시와 람다,

선영이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아빠의 인도에 따라 약간 어두운 뒤쪽으로.. 그곳에서 묵묵히

서 있던 아빠는 조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자네들이 내 딸과 함께 여행한 동료들인 모양이군.. "

"아, 예.."

"새디, 네가 말하겠니?"

"네.네에. 아빠. .. 마시야, 그리고 람다.. 선영아. 나... 우습게 돼 버렸지만.. 헤헷. 일이 이렇게 돼

버렸네.. 이번 한번만, 아니.. 마지막으로 나를 도와주지 않을래..? ... 나, 너희와 꼭 함께 해야할

일이 있어. 아니..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야. "

" 응? 무슨 얘기야?"


먼저 입을 연 것은 마시였다. 우.. 나는 말을 계속 이었다.


" 루딘 산맥의 이야기는 아마 .. 마시 너도 들어 봤을거야. 그 산맥의 중턱에는 결계가 쳐져있는데

다섯직업이 모두 모여있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대. 나.. 대륙을 구한다느니 뭐니 하는 이유로 그곳에

가야 하는데.. "

"루딘산맥? .. 수련하러 한번 올라갔던적이 있었지만. 역시 결계 때문이었나?. 위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었지. 그런데 그곳엔 왜 올라가? 여기선 대륙을 못구한대?"

" 응. 그 정상에 올라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

" 뭐.... 나는.. .. 좋아. 새디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으니까. "


이야.. 마시. 감동이야.. 하지만 내가 죽는다는건 모르겠지. 아니 모르는편이 나을지도 몰라.

내가 죽게된다는걸 알면 마시는 아마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을테니까.

그럼, 다음은.. 람다, 구나..


"람다.. 넌?"

" 푸- 나한테 묻는거야? 이거 섭섭하네.. 난 도망치지 않아. 그곳이 어디든지 간에 함께 가겠어."

"고마워.."


마지막은, 선영이 인가. 사실.. 선영이는 나와 친하게 된것도 아니고.. 서로 말도 많이 못해봤지만.

.. 난 그래도 선영이 널 진정으로 동료로 생각하고 있어!!


"선영..이는?"

" .. 난... 역시, 너와 함께하고 싶어."


휴, .....됐다..! 다들, 고마워.. 마시와 람다.. 그리고 선영이.. ...음. 하나 둘 셋. 나까지 합쳐서 넷?

읔? 한사람이 부족하잖아?


"아...아차차? 그런데 마법사가 없는데.. "


내가 당황스런 표정으로 아빠를 쳐다보자, 아빠는 가볍게 웃으며 턱으로 내 뒤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내 뒤쪽에는..


"새디님, 이것으로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되는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



드-뉴-씨? 마법사 였어?



27부에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