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뉴씨가 마법사였다니. 지난번 피에트 던젼에서는 성직자의 수련복을 입고 있었는데..?
내가 이상하다는 눈초리로 드뉴씨를 쳐다보자, 드뉴씨는 당황해 하면서 말했다.
"아, 제가 마법사라는 것이 믿기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사실, 대륙의 모든 몬스터들은 스스로 마법을
쓸 줄 압니다. 저 또한, 최 상위 클래스에 속하는 몹이기 때문에.. 마법또한 5써클 이상의 것을 마스터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여러분들에 대한 맹렬한 살의나 폭력성을 잠재울 수 있는건 제 몸에
신력이 함께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 세상의 특성상 마력이 깃든 몸에 신력을 불어넣는건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만.. 이곳에 있는 레오와 로그스는 그 일을 훌륭히 해 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들과 여기에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 할 수 있는것이기도 하구요. .. 이제 설명이 좀
되었나요?"
잠시 멍하게 드뉴씨의 얘기를 듣고만 있던 나는, 드뉴씨의 갑작스런 물음에 화들짝 놀라 대답했다.
"아, 네!"
그나저나, 성직자 수련복을 입고 있었던 까닭은.. 그냥 개인 취향? 내가 끄덕 끄덕 수긍한다는 신호를
보이자, 드뉴씨가 싱긋 웃었다. 후, ..웃는 모습도 참 잘생겼구나.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아빠가 뒤늦게 입을 열었다.
"다들 결심히 확고한 것 같군. 하지만, 루딘 산맥의 결계를 뚫고 올라간다는건 그리 쉬운일이 아냐.
필시, 뮤레칸의 부활을 꿈꾸는 많은 무리들의 방해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미력하게 새어나오는
뮤레칸의 힘으로 인해 대륙의 수많은 몬스터들이 들끓고 있다. ..놀라운건 그 몬스터들이 지성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지. 충분히 경계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할수도 있어. 그래도 괜찮겠나?"
그렇게 물은 아빠는,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본다. 그러나 , 후후.. 잘못봤다구요. 우리들을.
마시가 팔짱을 낀채 콧김을 흥 하고 내분다. 하하, 그거 좋은데? 마시? 람다는 씨익 웃으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삐딱하게 서 있었으며 .. 선영이는 자기의 무기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드뉴씨도 역시 자신감에 찬 표정. 아빠는 그런 모습들을 한번 살펴 보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괜찮은 모양이군. 새디 - 넌 어떠냐. 지금이라도 ... 마음이 바뀐다면.. "
"아뇨, 전... 이제 아빠를 만난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제게 지워진 운명의 굴레는 제가 지고 가겠어요."
" ... 어린 너에게... 이 넓은 세상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것이 미안하구나. "
" 이번에, 이곳까지 오면서.. 동료들을 만나며 여행한것도 제게는 훌륭한 선물인걸요. 이제 괜찮아요."
그래, 뒤돌아 생각해보면 ... 짧지 않은 시간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운디네에서 레오님의 명을
받고, 로톤으로 향하던중.. 마시를 만났지. 마시와 함께 우드랜드를 건너..
피에트에서 도적질을 하고 있던 람다를 붙잡아 동료로 만들고.. 피에트 던젼에서는 드뉴씨도 만났어.
그리고 배를 타며 선영이와 친해질 수 있었고... 다- 좋은 추억들이야.
그런데, 왠지 눈물이 나는걸..
" ... ... ?"
내 눈가에서 눈물 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진다. 훌쩍. 이런 모습 보이면 안되는데 ..
마시가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가까이 다가와서 내 얼굴을 살핀다.
"뭐..뭐야 .. 새디 울어?"
"훌쩍.. 아냐.. 안울어"
" ...음."
이제, 울기않기로 했잖아.. 다 좋게 끝날거야. .. 나 하나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질거야.
"훌쩍, 크흥.. 아빠, 그럼 언제 출발하죠?"
"뮤레칸의 만월은, 세 번째 불의 날이니.. 뮤레칸의 만월이 뜨는 자정에 제단에서 의식을 올리려면
내일 모레쯤에는 출발해야겠구나. 그 전까지는 다들 체력을 비축하고 장비를 재 점검하도록 하지.
그리고 새디, 넌 다른 사람과는 별도로 나와 함께 연주에 필요한 기술을 익혀야 겠구나. 뭐, 아무런
장비도.. 능력도 필요없는 것이긴 하지만.. 최소한의 '조건' 이 갖추어져야 이 악보를 느낄 수 있단다.
물론 시간은 충분해. 넌 나와 그 자질에서부터 확연히 틀리니까. "
"내일 모레인가요.. 좋아요! 그럼 그때까진.. 아빠와 함께, 하는거네요."
"너희, 동료들과도 함께지."
"네! "
이틀인가. 이제 이틀이면 산맥으로 출발, 그리고 .. 나에겐 돌아오지 못하는 여행이 되겠지만.
아빠와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엔 충분해. 그리고, 마시들과도 마지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네. ..
이제, 곧 스러질 내 짧은 생에 고하는 마지막 연주가...
대륙에 그 고결한 영혼의 노래를 부를 , 마지막 내 진혼곡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D-2
28부에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