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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Midnight Melody #33
900 2009.01.29. 12:01


험준한 봉우리를 몇개 더 넘고 나서야, 우리는 비로소 결계의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사실 뭐, 입구라고는 해도.. 별다른 표식이 있다거나 특이한 힘이 느껴지는건 아니었지만..

드뉴씨는 그 '입구' 앞에서 잠시 우리를 멈춰 세우더니, 모두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이 이 루딘 산맥의 중앙부에 쳐져 있다는 결계의 시작부분 입니다. 이곳에서는, 결계를 통과

하려는 자들의 '자질' 을 심사하게 되는데.. 구체적인 내용은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만, 이곳을 지나는

5명 모두가 각자 어떤 시험을 치르게 되는것 같습니다. .. 다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지나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

"그런데 , 대체 누구에게 인정받아야 하는거지?"

"그건.. 이 결계를 만든자의 “의지” .. 이미 육신은 스러지고 없지만, 죽음의 순간까지도 이 결계를

뮤레칸의 마수로부터 수호하려고 했던 고대 성직자들의 마음으로부터 입니다. "

"어렵군.. "


마시가 고개를 갸웃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올라온 마당에 돌아가겠다고 할 수도 없었던 터라 우리는

모두 심호흡을 크게 하고 각자의 무기를 간단히 챙긴채로 결계의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 ♤ ♤ ♤

우우웅... 기분 나쁜소리가 내 귓가를 어지럽힌다. 사방이 울렁 울렁 거리는게, 읔.. 어지러워..

여긴 어디지..?


"..마시?.. 드뉴씨-? 람다!.. 선영아- 다들 어딨어?"


내가 아무리 애타게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들려오지 않는다. 우웅,, 기분나쁜 소리가 귓가를 계속

울린다. 시끄러워, 그만 멈추란 말이야... 여긴 어디야-? 꺼내줘!!,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핫! 자..잠깐. 이럴때일수록 이성적으로 생각해야해. 판단력을 잃어선 안돼.. 후 하 후 하! 심호흡~!

음.. 그러니까 내가 결계에 발을 디딘 순간..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느낌을 받았지.

그리고 잠깐, 정신을 잃은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눈을 떠보니 이곳.

아니, 이곳이라고는 하지만.. 주변 모습은 확실하게 보이는걸-? 조금, 울렁 거려서 기분나쁘지만.

그렇게 내가 스스로 상황에 대한 정리를 냉정하게 하고 있을때였다. 귓가에서 울리던 기분나쁜 웅웅-

하는 소리가 점차 사람의 말소리로 바뀌기 시작했다.


' - ... 왔구나'

"누구세요?- 거기 누구 있어요? "

' 기다렸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숨어서 자꾸 이야기 하면 화낼거에요! 앞으로 나와서 모습을 보여줘요!"


내가 그렇게 허공에다 대고 소리를 지르자, 귓가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잠깐 멈추었다.

그 다음의 소리를 기다리는데까지 지루했던 나는, 다시 소리를 지르려고 했고 그때 갑자기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왓다.


' 소녀여.. 그대는 그 작은 어깨로 짊어지지 못할만큼 커다란 운명을 지니고 태어났구나...'

"..운명?"

'내가 신의 사자인 그대를 시험하는것은 외람된 일. 그러나 이것도 나의 사명... '

".... ?"

' 이제부터 너를 시험하겠다. '


콰앙-! 눈앞으로 덮쳐오는 거대한 빛에, 나는 그만 두 눈을 질끈 감을수 밖에 없었다. 끄응..

.. ............
.......

그렇게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눈을 슬며시 떠 주위를 살펴보니 풍경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나는 식탁을 눈 앞에 두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식탁에는, 우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양고기

스테이크 정식 이잖아! (꿀꺽)


"하하.. 음식이 마음에 들었나 보구나 새디야."


어라? 익숙한 이 목소리는.. 음식에 정신이 팔려서 반대쪽 식탁에 누가 앉아있는지도 몰랐네.

나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 있는것은.. 아빠와. .. 또 푸른 눈동자에, 금발머리.. - .. 에엑, 설마..

엄..마?-

믿을 수 없어... 엄마가, 아빠와 함께 .. 나란히 나와 같이 식탁에 앉아있다니.


"놀란 표정이구나.. 오늘 학교에서 무슨일 있었니?"


다정하게 말을 걸어 오는 엄마의 음성이 푸근하다. 그리고, 학교 라니.. 수련원을 말하는건가?

그렇게 이상한 구도로 앉아서 어색함에 버둥대다가 내 몸을 보니, 어라라라?..

나는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내가 항상 입던 견습 수련생의 로브가 아닌 다른 이국적인 옷.

그러고보니, 정면의 아빠도.. 그 옆의 엄마도 다 내가 살던 마이소시아 대륙의 옷과는 뭔가 다른 옷을

입고 있어..

내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자, 정면의 아빠와 엄마는 나를 걱정스럽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걱정- 이라...

그러고보니, 나는 태어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서 수련원 생활을 쭉 해왔으니.. 가족의 걱정이나..

사랑과는 너무 동떨어진 생활을 해 왔지.. 이게, 가족이라는 걸까..?

서로를 아껴주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마음.. 아빠와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행복하다.. 두분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순간이... 영원히, 깨지 않는 꿈이었으면 좋겠어..

우웅,

그때였다. 다시 내 귓가를 울리는 기분나쁜 소리. 그 소리는 처음과 같이 점차 목소리로 변했다.


'.. 행복한가 소녀여... '


어라?.. 아..아참. 난.. 결계 안으로 들어와서 시험을 받는 도중이었지, 그렇지만 .. 이 생생한 아빠와

엄마의 모습은 대체?


'... 그대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소녀, 그대가 속한 세계가 아니다. 마이소시아와는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할 수 있지. '

'다른 , 차원?'

' ... 그렇다.. 이곳은, 수많은 차원계 속의 하나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앉아 있는것도, 그리고

마이소시아 대륙에 있는것도 바로 소녀 그대다.. '

'나..난... '

' 두려워 하지마라 소녀여..여기에 존재하는 너도 , 차원만 다를뿐 완전히 너와 같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 자 봐라, 여기서는 가족과 함께 영원히 행복할 수 있지. 그리고 다른 차원에서 너의 삶을

찾을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마이소시아 대륙으로 돌아가면 넌 운명이 정해놓은대로의 죽음을

맞이할 뿐이겠지. 자, 어떠냐..? 여기서 살겠느냐.. 아니면 마이소시아 대륙으로 가서 죽음을

맞이하겠느냐..'

' .... .... '

' 대답하라-'

' 난,... ... 난, 죽고싶지 않아요.. '

' 그럼, 이곳을 선택하겠느냐- '

' ... 하지만.. 내가 돌아가지 않으면... 내가 제단에 올라 악보를 연주하지 않으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나 하나때문에 모두 죽을지도 몰라요.. 나는 그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요..'

'그 댓가가, 너의 목숨이라도 말이냐?'

'... 제 목숨 하나로 그 사람들이 모두, 이와 같은 행복을 맛볼 수 있다면.. 앞으로도 쭉 살아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이런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면... 나같이 작고 보잘것고,

징징대기만 하는 계집애 따위의 목숨은.. 아깝지 않아요.... 그러니 제발, ... ... 제발....

나를 돌려보내주세요... 마이소시아 대륙으로...'

'.. ..... .... '


파아아아앗!!!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 다시 종전의 커다란 빛이 내 눈가를 어지럽혔고 다시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눈을 감고 있는 동안에, 다시 내 귓가에 작고 웅웅거리는 목소리로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은 내게 속삭였다.


'... 모든것을 이미 정해 놓은것은 운명, 하지만 그것을 열어가는 것은 너의 선택이다.. 소녀여, 너는

참으로 따뜻한 마음씨를 가졌구나... ... '

' .... .... '

' 이제 가거라, 너를 사랑하고 , 네가 지켜주고 싶어했던 너의 동료들에게로...'

' .... 우 ..'

....... .......
...... ...........

♤♤ ♤ ♤ ♤ ♤

머리가 멍 하다. 눈을 뜨고 싶었지만 뜰 수 가 없다. 누가 내 눈꺼풀을 확 잡아 내리고 있는듯한 그런

무거운 느낌.. 어어.. 그런데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새디 , 하고 말야.. 후웅.. 또 꿈인가. 그래, 꿈일거야..에헤헤.. 조금만 더 잘게요~ 히잉...


" 새디!!!!"


콰앙! .. 으악! 머리야, 갑자기 내 귀에 들려온 커다란 목소리에 나는 그만 벌떡 일어나 버렸고

일어나자마자 이마에 강력한 충격이 ..?.. 아코코.. 뭐야, 부딪힌건..?

앞에는 마시가 코를 감싸쥐며 괴로워 하고 있었다. 부딪혔던건 마시의 얼굴이었던 모양이네 (훌쩍)


"마.. 마시?"

"우웈,, 이게 두번째군..자는 널 깨우다가 코뼈가 다 내려앉겠어. "

"에헤에.. 미안해, 어어어어어라?"

"응?"

"돌아왔네? 그리고, 결계도 빠져나왔어!. "

"어라.. 너도 결계에 들어서는 순간 뭔가 본거야? "

"응... 뭐였을까 그거..? 시험이라고 하던데.. 나에게, ..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어.."

"흠..흠... 사실은 나도 비슷한 시험을 받았지. 아마 너와는... 다른.. 내용이었을테지만. 에.헴헴."


어라, 마시 얼굴이 왜이렇게 ?개졌지? 내가 마시와 마주보고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때 ,

빠져나온 뒤쪽 결계에서 누군가 확, 하고 뛰쳐나온다. 익숙한 얼굴이다.


"람다!"

".. 에이.. 우라질. 뭔놈의 시험이 그렇게 어려워. "

"응? .. 너도 뭔가 봤어?"

"응.. 산더미처럼 쌓인 보석들과, 동전더미들이 널려있는 곳이었어. 그리고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던데? 이곳으로 돌아올것인지- 아니면 평생동안 그 보물들의 주인이 되어 살것인지. 하하- 그래도

이 람다님을 우습게 봤다 이거야. 난 훔치지 않은 물건에는 흥미가 없거든. 처음 부터 다 내꺼면

재미없잖아, 안그래?"


아이구, 골이야.. 람다의 얘기를 재미있게 듣고 있는데 뒤쪽 결계에서 또다시 누군가 빠져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드뉴씨와 선영이가 차례대로 결계의 문에서 빠져나오고 있었고 드뉴씨는 먼저 와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다들, 결계의 시험을 통과했군요."


후아, 시험이라는거... 사람을 참 간떨리게 만드네. 나.. 사실은 그때 조금 고민했단 말야..

내가 죽어도, 내가 죽었는지도 모를 사람들이 많겠지. .. 그 사람들은 내 죽음을 조금도 슬퍼해주지

않겠지.. 하지만, 이제 확신이 섰어. 이렇게 나와 함께 하는 동료들이 있는걸!

그나저나 드뉴씨는 무슨 선택을 시험받았을까?..


"드뉴씨는 뭘 봤어요?"

"... 예. 제가 완전한 인간이 되는쪽과 이곳을 선택하는 시험이었습니다. ... 저도, 참.. 바보같이 제

마음속에 '인간이 되고싶다' 라는 마음을 품어버렸던 모양이군요. 여러분들과 함께 있어서 그런

생각을 했던 모양입니다. 시험이라는건 마음 속에 담고 있는 갈등을 그 주제로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다면, 다들 각자 다른 형태의 것들을 보셨었겠죠. "


아항,, 그런거였나.. 그럼 나는 .. 따뜻한 가족을 지금 당장 제일 그리워하고 그곳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 ?.. 후..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 ...


"어쨌거나, 무사히 다들 결계를 통과해서 다행입니다. 이제, 정상까지는 평탄한 길입니다. 시간도

적당히 맞춘것 같군요. 이제 올라갑시다. 여러분. "



그렇게, 결계의 시험도 무사히 마친 우리들. 이제, 우리들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 루딘산맥의 정상,

그 제단으로 향하는거야-! Go Go!



34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