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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Midnight Melody #34
1021 2009.01.29. 12:07


결계를 빠져나온 뒤로부터 길은 그다지 험하지 않았다. 큰 바위가 듬성 듬성 좌우에 펼쳐져 있을뿐

가파르다거나, 그런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뭐, 말하자면 동네 뒷산을 오르는 느낌이랄까..

그런데 갑자기 산맥의 지혁이 이렇게 뒤바뀌다니. .. 이것도 뭔가의 주문이 걸려있었던걸까?

역시 궁금할땐 묻는게 최고지! 나는 내 옆에서 나란히 걷고있던 드뉴씨에게 살짝 물었다.


"드뉴씨, 가파르던 산맥 길이 갑자기 편해졌네요..?"

"원래 이 루딘산맥은 그리 험준한 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계를 만드는 중에 필요에 의해서

산맥 아래쪽을 마법으로 깎아 내려 일부러 험하게 만든 모양이더군요. 결계 안쪽에는, 뮤레칸의

부하들이 침범하지 못합니다만 결계 바깥쪽에서 결계를 부수고 들어오는걸 방지하기 위한 목적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우리에겐 유리한 상황이 되었군요."


아항, .. 어쩐지 결계를 통과하고 나서부터.. 답답하던 주위의 공기가 확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 아무래도 이 결계 안쪽은 뮤레칸의 마수가 뻗치지 않는 신성 영역인 모양이야.

우리는, 길이 편해진 만큼 빠른 걸음으로, 정상을 향해 걷기 시작했고 ..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꽤

어둑어둑 해 져서야 먼발치에 정상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정이 되기전에, 즉 뮤레칸의 만월이 최고조의 힘에 이르기 전에 저곳에서 연주를 하면 된다..

이 얘기구나. 아직 시간은, 뭐.. 한 4시간 정도 남았나? 여유롭구나. 람다의 조용하게 깔리는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내가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을 때였다.


"쉿... 뒤쪽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어. "

"뒷쪽..? 결계방향으로 부터인가?"


우리는 람다의 말에 따라, 근처의 돌더미 뒤로 숨었고 우리가 올라온 길 먼곳에서 어떤 형체들이

다가오는걸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드뉴씨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데스나이트 ... 들과 포보스 들인가..?"

"데스나이트와 포보스?"

"제가 살던곳에 살던 몬스터들의 이름입니다.. 데스나이트는 그야말로 공포의 기사. 커다란 검과

커다란 방패를 사용한 공격이 주를 이루지만, 더욱 무서운 것은 데스나이트 자체가 고위급 마법사라는

겁니다.. 거기다 포보스는 파괴본능으로 가득찬 저주받은 생명.. 그런데, 어떻게 결계를 뚫고-? ...

분명 어설픈 공격으로 깨질 결계가 아니었는데.."


점차 우리쪽으로 다가오는 데스나이트와 포보스 무리들은 꽤 그 숫자가 많아보였다.

적어도, 25 이상.. 꽥.., ... 곰곰이 생각에 빠져있던 드뉴씨는 로브의 두건을 밀어올리더니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저벅저벅 앞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으엑? 저 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려면... 드뉴씨

혼자서만으로는 무리야..!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지, 앞으로 나가는 드뉴씨를 ?라 나가려고 했지만,

드뉴씨는 눈짓으로 우리를 저지시키며 조용히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정말 위급해지면, 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 이번이 아마 마지막 고비일지도

모릅니다. 저정도의 고위급 몬스터가 출현했다는건 .. 저급의 몬스터로는 우리를 막을 수 없을거란

확신이 섰기 때문일테지요.. 저들만 막으면 됩니다. 제가 ... 이 목숨을 던져서라도."


그렇게 말하고 휑 하니 로브자락을 펄럭이며 걸어가는 드뉴씨의 뒷모습.. ...안돼, 그래도....

난 누구의 희생도 원하지 않아..!

드뉴씨의 모습을 발견했던지, 멀리서 데스나이트들과 포보스들이 경계하는 빛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드뉴씨는 이제 로브를 완전히 벗어서 뒤쪽에다 내려놓았다. 우웃!.. 드뉴씨는 붉은 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 목과 팔 등에 드러난 , 선명한 문신의 표식.. 저건 -

아마도 드뉴씨의 마성을 봉인하는 레오님과 아빠의 주술인 모양이었다. 저걸, 풀 생각인가...드뉴씨.

드뉴씨는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더니, 씨익 -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데스나이트들에게 말했다.


"반갑군 친구들. 이게 얼마만인가?"


진짜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건네는듯한 인사에도 데스나이트들은 그 경계의 태세를 풀진

않았지만 대장으로 보이는 한 데스나이트가 앞으로 걸어나오며 드뉴씨의 말에 응답해 줬다.


"...크륵.. 그렇군.. 뉴트, 어째서 인간을 돕고있는거지?"

"아, 뭐.. 너희들은 알 수 없는 이유가 있어서다. 그나저나 너희들을 보낸건 누구지?"

"우리를 보낸 것?..크륵.. 틀렸어.. 우린 누가 보내서 오지 않는다. 그건 너도 잘 알텐데."

".... 그렇다면...?"

"지하 세계를 관장하고, 우리같은 암흑의 생명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되시는 분. 그 뮤레칸 님의 부활을

저지하려는 세력이 있다고 하더군. 그게 너였나? .. 뭐..... 좋아. 아무튼 그들을 제거하기 위해

먼 적룡굴에서 빠져나왔다. 아마 카스마늄 광산의 드라코 군단과 죽음의 마을에서 올라온

블루엘리멘탈 군단도 곧 이리로 몰려 오겠지만. "

" .... 그러고보니 용케도 이 결계를 통과했군..?"

"통과-?... 뭐 .. 결계가 있긴 했었지만. 결계의 근원이 되는 힘을 파괴해 버렸지.크하핫. . "

".... 뭐, 좋아.. 너희들이 결계를 어떻게 했던간에 지금은 상관 없으니까. 하지만.. 싸울테냐....?"


푸확! .. 드뉴씨는 종전의 오크 가드들과 싸울때 처럼의 강력한 살기를 뿜어 냈고, 데스나이트들은

한발자국 물러 섰지만. 지난번의 오크 가드들때보단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크륵.. 과연 강력한 살기다. 나 한명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을지도 몰랐겠는걸? 크큭 하지만, 이

숫자를 봐라.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그만 너도 항복하고 뮤레칸님의 부활이나 돕도록 하는게

이로울텐데.."

" 건방진놈이군. 좋아, .... 상대해 주지. "


드뉴씨는 조심스럽게 한쪽 팔을 다른쪽 팔로 쓰윽 훑기 시작했고, 그 손이 지나갈때마다 봉인의

주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쪽 팔의 봉인을 푸는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너희는 아직 내 힘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 "


드뉴씨의 눈빛의 조금 충혈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위험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크아아와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데스나이트와 포보스 무리들이 드뉴씨에게로 달려든다. 쳇! 이제 우리도 나서야 할

때인 것 같은데? 다들 그렇게 생각했던지 숨어있던 우리들은 모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드뉴씨의

뒤편에 섰다. 어라..?.. 그런데 드뉴씨는... 드뉴씨가 가만히 있는걸 발견한 선영이가 나직히 말했다.


"심상찮은 기운입니다. 마법으로 한방에 끝을 내시려는 모양이에요.."

"마법?"


람다와 마시는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고 있었지만 드뉴씨는 여전히 가만히 서서

뭔가를 중얼거리기만 했다. 그리고, 중얼거림이 멈췄을때- 드뉴씨는 우리를 향해 고함쳤다.


"모두 멈춰!"


고함을 지른 드뉴씨의 두 손은 이미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상황을 살펴보던 우리들은 직감적으로

위험함을 깨닫고 각각 제자리에 멈춰 섰다. 데스나이드와 포보스들이 멈춰선 드뉴씨에게 달려

붙으려는 순간, 드뉴씨는 벽력처럼 마법을 시전했다.


"마레네라(Malenela)"

"크아아아아!"


첫 번째로 다가오고 있던 포보스가 비명을 지르며 발을 헛디딘다. 오옷.., 그리고 그 뒤를 따르던

데스나이트 역시 땅에 호되게 부딪히는 대신 물방울을 거칠게 튕겨올리며 물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연쇄적으로 데스나이트들과 포보스들이 갑자기 수면으로 변한 땅 위에서 허둥거리며 쓰러지고

아래로 잠겨들었다. 곳곳에서 물보라가 솟아오르며 데스나이트들의 포효가 터져나왔다.

그러나 드뉴씨는, 아직까지 모자라다는 표정.,. . 바라보고 있던 우리들이 감탄을 내뱉기도 전에

드뉴씨는 이미 다음 마법을 시전하고 있었다.


"메테오다!"


주문을 듣고있던 마시가 외쳤다. 메테오..? 그런 ...! 말도안돼,


"이런 제기랄! 모두 뒤로 물러나!"


마시와 람다등 다른 팀원들은 죽을 힘을 다해 몸을 돌렸다. 나도 물론.! 검은 안개 사이로 붉은

기운이 일렁거렸다는 느낌이 잠시, 빗줄기 같은 광선들이 조금 전까지 땅이었던 수면을 향해 떨어지기

시작했다. 마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가면서도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엎드려! 물방울에 맞아 죽는다!"


나와 람다는 질겁하며 몸을 날렸고 마시는 금강불괴를 외우며 충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무거운 칼과 갑옷 때문에 속절없이 떠내려가던 데스나이트들은 무서운 고함소리만을

내질렀을 뿐이었다.


"크와아아아아!! "


그리고 첫 번째 메테오의 불덩어리가, 그들 위로 작렬했다.

퍼벙벙펑펑펑!! 물기둥이 거세게 솟아올랐다. 물기둥은 하늘로 솟아올라 검은 안개를 꿰뚫었고 가공할

폭발에 의해 경이적인 초속을 가지게 된 물방울들이 아우성을 내지르며 언덕 전체를 휩쓸어 갔다.

수천개의 단검이 튀어나오는듯한 광경이었다.

땅에 쓰러져 의식을 잃어가고 있던 나는 윙 하는 소리와 함께 귓가를 스친 물방울에 정신을 번쩍

차렸다. 후..후아..!

폭발의 중심에 있던 데스나이트들은 직격에 맞아 가루가 되었다. 그들의 갑옷은 파편이 되어 물보라와

함께 높은 하늘로 솟아 올랐다. 그리고 조금 떨어져 있던 위치의 포보스들도 물을 타고 전달된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충격파는 포보스들의 방패를 통과하여 그 속에 있는 그들의 저주받은

몸을 산산조각 냈다. 날아다니는 물방울과 갑옷의 파편들은 서로 부딪히고 언덕을 휩쓸며 지독한

충격음을 울렸다. 수천 개의 망치가 동시에 모루를 때리는듯한 소리였다. 그리고 갑옷의 파편들은

물방울들과 함께 땅으로 떨어져내리기 시작했다.

후두둑둑, 꽈깡깡!!

물기둥들은 사그라지고, 이제 허옇게 솟아오른 수증기가 검은 안개를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폭발의 충격에 의해 갈라지고 있던 검은 안개는 거세게 솟아오르는 흰 수증기에 휘말려 천천히

희미해졌다. ,... 우리들은 힘없는 얼굴을 들어 드뉴씨를 바라보았다.

드뉴씨는 약간 피로해 보이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털썩 주저앉은 드뉴씨는 자신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눈빛을 느끼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하핫, 오랜만에 해봤는데 잘 되는군요... ....쿨럭..!"


이야.! ....... 드뉴씨, 엄청나!! 저것이... 마법사의 힘이라는 거구나..

그렇게 한바탕 쓸어낸 언덕에는, 이제 3분 전까지만 해도 몬스터였던 것들의 잔해만 어지럽게 뒤덮혀

있었다. 우우.. 어느덧 정신을 수습한 우리들은 드뉴씨에게 와락 몰려들었고 드뉴씨는 약간

당황하는듯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우리의 질문에 일일이 응답 해 주었다.

그러더니, 일순 표정을 굳히며 우리를 향해 진지하게 말했다.


"분명, 데스나이트들은 결계를 파괴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조만간 다른 던젼에서 올라온

몬스터들도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을겁니다. 어서 빨리, 제단으로...쿨럭,.."


그..그래.. 이 몬스터들을 퇴치하는게 우리의 주 임무는 아니었으니까..!

빨리 제단으로 올라 이 '신의 악보'를 연주하지 않으면 세상이 다 위험해질지도 몰라.




드뉴씨가 우리를 일깨워준 탓에, 우리는 모두 본래의 목적을 상기시킬 수 있었고 내상을 입은

드뉴씨를 부축해 올리며, 우리는 다시 제단으로 향했다.

이제, 제단에서 연주하는 일만 남았구나. 자! 아자!!



35부 Midnight Melody 최종화(내일) 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