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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루어스성 정복기 #2
2007 2009.02.11. 17:40

" "혼" 이라.. 특이한 이름이군 그래. 아무튼 정식적인 절차는 모두 접수되었네. 앞으로의 활동에

기대를 걸어보도록 하지. "

"으음. 감사합니다. "


신시는 옆에서 가만히 세바스찬과 혼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혼에게

말을 걸었다.


"혼..님 이라고 하셨던가요. 일단 저희 길드원들에 대해서 설명해 드려야 겠군요. 뭐, 몇명 안되니

구태여 외우실 필요는 없어요. 하핫. 이럴땐 편하죠?"

"하하.. 정말 그렇네요."

"일단 전사인 저와, 성직자인 다꽁, 써니, 도적인 하무, 그리고 지금 대륙에서 수행중인 줄팬이라는

전사가 있죠. 모두 제 친구들입니다. "

"으음. 그러고보니 다른 분들은?"

"이제 혼님도 길드에 가입하셨으니 길드원들이 마을에서 보일거에요. 이건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데,

아마 직감적인 무엇이랄까요. 어쨌거나 오늘 저녁에 신규길드원을 환영하는 의미로, 길드회의가

있을 예정이니 꼭 오셔서 인사 나누세요."

"네!"

"그럼, 시간은 오후 6시. 루어스 성 길드 회의실 3번홀 입니다. 그때 뵙죠. "


말을 끝마친 신시는 몸을 돌려 빠르게 걸어갔다. 홀로 남겨진 혼은 머쓱해 하다가, 이내 장내의

다른 사람들을 쓰윽 하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모두가 멋진 갑옷과, 멋진 칼과, 강해보이는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그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번 공성전은 기대가 크다구. 루어스성은 과연 누가 차지할까?"

"흐음.. 아무래도 시작길드가 다시 방어에 성공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 하지만.. 뭐 어떨까. 시작길드가 이번에 방어를 성공하면 6 회 연속 방어인가."

"흐음.. "


혼은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다. "루어스 성" 이라... 그 성의 주인이 되면 얼마나 멋질까.

길드에 속해 있는 모든 사람들이 꿈꿔 마지 않는 그 곳.. 루어스.. 루어스로.

그 순간, 혼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 하고 불꽃이 튀어올랐다. 루어스 성이라.

혼은 미소지었다.



♧ ♧ ♧ ♧ ♧ ♧

시간은 흘러, 오후 6시. 루어스성의 세바스찬 집무실은 아직도 불이 꺼질 줄 몰랐다. 혼은 시간이

다 되었음을 깨닫고는 길드회의실 3번 홀로 향했다. 홀 입구에는 [Ace 길드 예약 18:00 ~] 라는

작은 푯말이 붙어 있었다.


"흐음. 회의실은 예약제인가. "


혼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혼이 들어서자 마자,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혼에게로

쏠렸다. 혼은 감당하기 힘든 그 시선들을 받아내느라 진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 안녕하세요? Ace 길드 말단 혼 이라고 하는데요..."

"오! 새로온 길드원이라는게 바로 혼님이셨군요. 이거 반갑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뛰어와 악수를 청했다. 혼이 문득 살펴보니, 풍겨오는 기도에 완전 압도될 것 같다.

이 사람은 완벽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도적... 낮에 들은 설명에 의하면 길드에 자신을 제외한

도적은 단 한명. 하무. 혼은 악수를 나누는 손을 연신 흔들어 대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


"하무..님이시죠? 낮에 마스터님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와, 이거 제 이름을 다 기억해 주시고. "

"잠깐, 하무 이게 무슨 실례냐? 오늘 혼님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자리에서 사적인 인사를 나누지 마"

"뭐 어때. 어차피 우리 길드원이라면 다 같은 "가족" 아닌가. 가족끼리 인사를 나누는것도

잘못된거야?"

"으이구.... 아무튼 혼님? 여기 앞으로 나오세요. 오늘 주인공은 혼님 이니까요. "


하무는 악수를 나누던 손을 뗀 채, 아쉽다는 듯한 눈을 했고 혼은 그 열렬한 환영에 좀 당황했다.

얼마나 신규 길드원이 안들어 오길래, 자기 같은 사람에게 먼저 악수를 청할까.

혼은 신시가 서 있는 앞쪽 강단으로 나갔다. 앞쪽에서 객석을 바라보자, 드문 드문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한눈에 잘 들어왔다. 방금 인사를 나눈 하무는 뒤쪽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휘익! 혼님~ 환영해요~"

"이봐, 하무. 시끄럽잖아. 조용히 해"


신시는 하무를 말렸고, 하무는 그런 신시를 보며 혀를 빼죽 내밀어 보였다. 신시는 미간에 주름을

잔뜩 잡은채로 강당 전체에 들리게 말을 꺼냈다.


"자자, 오늘 제 30 회 정기회의 안건은. 바로 신규길드원이신 혼 님의 소개입니다. 혼 님은, 에..

수오미 태생으로 세오 65년 출생.. 아, 이거 저보다 일찍 태어나셨네요. 전사의 길을 걸으시다

도적으로 전향, 사실 호러캐슬에서는 조금 이름이 나 있다고 하네요. 그 외에, 다른 데이터는...

전무.. ?... 이상한 일이지만. 아무튼, 혼 님을 소개합니다!"

"와!! 짝짝짝~"

"반가워요 "

"... ..."

"잘부탁합니다."


길드원들의 환영을 받은 혼은 조금은 기쁜 심정이 되었다. "길드" 라.. 길드라는건 좋은거구나,

하고 혼은 생각했다. 예전에는......


"아, 그럼 혼님.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뭐. 세바스찬이 접수한 데이터에는

뭐 자세한 것은 안나와 있어서 말이죠. 하핫"

"아, 네에. 그럼.. "


혼은 강당 앞쪽으로 약간 나와 목청을 가다듬고는 말을 꺼냈다.


"안녕하세요! 세오 65 년 태생. 혼 입니다. 수오미가 고향이에요. 직업은 도적이고, 뭐.. 잘 할줄 아는건

딱히 없지만 예전에 수오미마을 시화전에서 입상한 경력이 있어요. 하하. 뭐 도적에게 그런 경력은

있으나 마나 한 거겠지만. 아무튼, 뭐.. 다른 특이한 건 없네요. 잘 부탁드려요!"

"휘익!"


사람들은 다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신시는 혼의 말이 다 끝났다고 생각하고, 혼의 어깨를 짚었다.

하지만 혼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Ace 길드는... 친목 길드라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마스터님."

"아, 예. 뭐. 그렇죠."

"여러분들은....."


신시는 혼이 더 무슨말을 하려는지 몰라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혼은 비장한 표정으로, 사람들의

눈을 한번씩 마주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러분들은 길드 성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 ... ?"

"강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지 않습니까? 대륙의 모두에게로부터, 최강의 길드라는 칭호를!"

"호..혼님, 지금 무슨 말씀을."

"... 음.... "


신시는 다급하게 혼을 만류했고, 혼은 뜨거워졌던 피가 다시 차가워 지는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자기가 엄청난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져 버렸다.


"아.. 죄..죄송합니다. 제가 주제넘게..."

"갑작스럽게, 길드성..이라니. 음... 아무튼, 자리로 돌아가 앉아주세요. "

"네..네에. 폐를 끼쳤네요. 처음 부터..."


혼은 어깨를 움츠린 채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신시는 혼이 앉는 것을 확인하고 숨을 가다듬은 후

길드원들을 향해 말했다.


"음..흠... 아무튼 오늘 제 30 회 정기 회의의 최대 안건은 혼님의 소개였고, 두번째 안건은..

혼 님의 승급 문제인데. 어쨌거나 조건은 다 채우셨으니 오늘 밤에라도 바로 출발하도록 할까요.

세번째 안건은. 이번 "공성" 에 관한 건입니다. 저희 길드는 이번 공성전에 불참합니다. 사유는,

종전에 말했던 바와 같이 저희 길드는 친목 길드이고... 별다른 욕심도 없고 하니까요. 이의 있으신분?"


혼의 눈빛이 파르르 떨렸다가 이내 잦아들었다. 어쨌거나, 이 길드가 친목길드인걸 알고 들어왔다.

자기로 인해서 길드원들이 더 수고스럽게 움직이게 해서는 안된다.. 라고, 스스로를 억눌렀다.

하지만. 하지만.. 혼이 그렇게 고민에 심취해 있는 동안 신시는 마지막 회의의 종료를 선언했다.


"자, 그럼-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종료입니다. 바로 혼님의 승급길을 출발하도록 할테니, 필요한

장비를 꾸리고 출발 준비를 하도록 하세요. 집결지는, 적룡굴 대기실 입니다. 이상!"


신시의 선언이 끝나자 마자, 사람들은 각자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혼도 집결지까지 가기 위해

부스스 일어났다. 아직은, 승급이 우선이다. 라고 혼은 생각했다. 그런 혼의 등을 누가 툭툭

건드렸다. 돌아보니, 하무가 싱글싱글 웃으며 서 있었다.


"혼님, 아까 멋있던데요. "강해지고 싶지 않습니까?"하고. 아.. 그때 전 전류가 짜르르 하고

흐르는 것 같았는데. 히히. 아무튼 저희 길드는.. 뭐 "아직까진" 친목이니까요. "

"아직...까지라구요?"

"사실 신시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흐음.. 하지만 이렇게 길드원이 적어서야,

뭐 차츰차츰 늘려가다 보면 되겠죠. 어느 순간에는. "

"하하.. 정말.. 그렇겠죠, 언젠가는....."


언젠가는... 혼은 그렇게 생각했다.




♧ ♧ ♧ ♧ ♧


혼은 길드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승급 퀘스트를 완료할 수 있었고. 길드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해 했다. 그날 밤 퀘스트를 마치고, 지친 몸을 끌고 여관으로 돌아온 혼은 침대에 풀썩, 하고

드러누워 버렸다. 그리고 자신이 길드회의때 내뱉았던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보기 시작했다.


《 강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지 않습니까? 대륙의 모두에게로부터, 최강의 길드라는 칭호를! 》


"최강의 길드..라..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혼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루어스 성"의 주인이 되는,

그 길을 향한 로열로드의 지도가.





3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