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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루어스성 정복기 #3
1780 2009.02.11. 17:41

아침에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에, 혼은 부시시 눈을 떴다. 간밤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스르르 잠이 든 모양이었다. 혼은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 앉아 몽롱한 눈빛으로 방 안 이곳 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는, 승급의 증표로 받은 스카우트아머와 아조스가 놓여있다. 혼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나 어제 승급했지. "


혼은 기지개를 한펀 쭉, 펴고 테이블까지 걸어가 스카우터아머로 갈아입고, 아조스를 품 안에

잘 갈무리 했다. 오늘은 할 일이 많았다. 혼은 어제 있었던 일들이 다시 머릿속에 스쳐가기 시작했다.

처음으로 가입한 길드 회의에서, 자신은 자기도 주체할 수 없는 그 혈기에 이끌려 엄청난 폭탄 발언을

했다. 길드마스터인 신시에 의해 제지당했지만.

하지만, "강해지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그 "강함" 을 외부에 드러내고 싶어하는건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본능과도 같은것이다. 혼은 그렇게 생각하고는,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친애하는 .... 님에게... ]


그렇게 시작한 편지가 한장을 다 채우고, 혼은 편지를 품 속에 넣은 채 프론트로 내려왔다.

프론트의 여관주인에게 편지의 발송을 부탁 한 뒤, 혼은 루어스성의 세바스찬에게로 향했다.


♧ ♧ ♧ ♧ ♧ ♧ ♧

신시는 오후에 있을 사냥을 위해 숙소에서 장비들을 손질하고 있었다. 간밤에 승급길을 뛸 때

본드라곤들을 잡느라 칼날이 몇군데 빠져 있었다.


"음.. 이거 심하게 나갔는데. 무기점에 수리를 부탁해야겠군."


신시는 자신의 애검인 본크러셔를 들쳐 메고, 여관을 빠져 나왔다. 여관에서 무기점 까지의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신시는 휘파람을 불며 무기점을 향해 경쾌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신시의 뒤쪽에서 알수없는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Ace 길드의 길드마스터 이십니까..."

"... ...누구?"

"맞는것 같군요. 이거 반갑습니다. 잠시 이야기좀 할까요?"

"그쪽 소개를 아직 못들은거 같은데요. 무슨일입니까."

"흐음... 여기서 이야기 할 만한 성질의 것은 아니군요. 매우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

"... ?"

"일단 이쪽으로, 이쪽으로 ... "


신시는 그 남자가 이끄는 장소로 순순히 따라갔고, 여차 하면 무기를 휘두를 수 있도록 검병을

바로잡았다. 이 남자의 실력은 매우 뛰어나 보이지만, 자신이 질 정도는 아니다. 위급한 순간에

몸을 뺄 수 있을 정도는 될 것 같았다.

한참을 돌아서 들어가자, 아무도 없는 빈 공터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남자는 빈 공터의 중앙까지

걸어들어가더니 우뚝 멈춰 섰다. 신시는 의심에 찬 목소리로 되물었다.


"누구냐는 질문에 아직 전 답을 듣지 못한것 같군요."

"아, 이거 실례. 저는 미팅 길드의 길드마스터 정룡이라고 합니다. "

"미팅...길드?"

"들어보셨나 모르겠군요. "아직까지" 친목길드를 표방하고 있는 그런 길드입니다. 그쪽과 같죠."

"무슨 얘길 하려는겁니까?"

"저희 길드에서, 이번에 긴급 길드 회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항이 있습니다. [공성]...

이번에 저희는 루어스성을 칩니다."

"훗.... 후하하하하!..흣.. 아.. 죄송. 지금 루어스성을 친다고, 하셨습니까? 그쪽 길드의 이름은 종종

들어봤지만 그 [시작] 길드를 꺾어 넘어뜨릴정도로 강하다는 생각은 못해봤는데요. "

"어라.. 아직 이야기를 듣지 못하셨던 모양이군요. "

"무슨...이야기를?"

"음.. 아닙니다.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면 비밀로 해야 하는 일인거겠죠. 저희도 불확실한

일에 쓸데없는 승부를 걸 진 않습니다. 확실한 '승산' 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번 일을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저와는 무슨 상관인거죠?"

"뭐... 이것도 계획의 일부인 것 같습니다만. 그쪽길드와 저희 길드가 힘을 합쳤으면 좋겠군요. "

"동맹... 입니까?'

"아닙니다. 그런 수준의 것이. "

"그렇다면?"

"길드 합병입니다. 완전한."

"및친놈 이었군. "


신시는 그렇게 말을 내뱉은 후, 몸을 홱 돌렸다. 불쾌한 이야기는 더이상 듣고싶지 않았다.

Ace 길드가 어떤 길드인가. 물론, 소수로 운영되고 있는 길드이긴 하지만 정말로 소수정예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길드의 간판을 내리고, 다른 길드의 밑으로 들어간다니.

그렇게 생각한 신시가 막 빠져나가려고 하는 찰나에, 뒤에서 정룡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이거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이건 미팅길드가 Ace 길드를 "흡수" 하는게 아닙니다. "


신시는 그 말을 듣고, 우뚝. 다시 멈춰섰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정룡의 얼굴을 무덤덤하게 살폈다.

정룡은 신시와 눈이 마주치자 씨익 웃음을 지어 보였다.


" "흡수" 한다고 오해하셨나 보군요. 저희 미팅 길드는 길드원만 80 여명 입니다. 그쪽은 고작해야

여섯? 물론 흡수한다고 오해하는게 당연한 일이지도 모르죠. "

"우리 길드를 흡수하는게 아니라면?"

"평등한 조건에서 합병. 연합체제의 구축. 새로운 길드의 창설. "

".... 뭐...라구?"

"이건 제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아닙니다. "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 이런 생각 혹시 해 보셨습니까? 이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마이소시아에 역사를 새로 쓰리란것을"


두 사람 사이에 무거운 침묵의 오갔다. 신시는 파들거리는 입을 겨우 떼어 내 겨우 입을 열었다.


"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것 아닌가. 시작 길드는 강하다! 6회 연속으로 루어스 성을

방어하고, 그들의 단결력은 ..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런종류의 것이야. "

"후.. 그거야 지켜보면 알겠죠. 그 강철같은 방어에- 구멍이 뚫리는 순간을. "


신시는 넋을 놓은채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시작길드의 강력함, 그것은 일반 길드들이 넘볼 수 있을

그런 레벨이 아니었다. 길드마스터 "J" 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유대! 그들은 거의 한 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너무나도 능수능란하게 움직였다. 잘 훈련된 조직을 와해시키는 데에는, 그만큼의

똑같은 수고와 힘이 필요한 법. 신시는 정룡이 하는 말에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았다.

[Ace] 길드와 [미팅] 길드가 병합하는 것만으로 시작길드를 칠 수 있었다면 진작에 다른 길드들이

그렇게 했을 것이다. 신시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못들은걸로 하죠. 이번 이야기는. "


신시가 그렇게 몸을 돌려 막 골목을 빠져 나가려고 한 순간, 마을 입구쪽에서 거대한 굉음과 함께

폭발에 의한 연기가 자욱히 피어올랐다. 콰쾅!

신시는 갑작스런 그 사태에 놀라 소리쳤다.


"뭐지?! 몬스터의 습격인가!"

"... ..."


신시는 골목의 앞으로 빠르게 달려나갔고, 정룡은 말없이 그런 신시의 뒤를 따랐다. 신시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고, 연기의 중심부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를 얼핏 들을 수 있었다.


"전쟁이다!! 전쟁!!"


신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말없이 바라보기만 했다. 연기가 걷히자,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한데 뒤엉켜 치고받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시작길드와.. 다른길드의

전쟁이었다. 신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렇게 넋을 놓고 있는데,

뒤에서 정룡의 목소리가 나직히 들려왔다.


"아무래도, 벌써 시작된 것 같군요. "루어스성 정복" 이라는 계획이."


신시는 고개를 돌려, 정룡의 얼굴을 바라봤다. 정룡은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신시의 동공이

커졌다. 승리를 확신하는 눈빛, 정룡은 패배를 생각하고 있지 않다.

신시는 덜덜 떨리는 입술을 겨우 열어 정룡에게 말했다.


"어...어디까지 진행된 거지?"

"뭐,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만. 어쨌거나 '그' 의 계획대로라면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

"'그' 란 대체 누구냐!"

"저도 그건 모르지요. 다만, 전 한통의 편지를 받았을 뿐입니다."

"지금 전쟁을 하고 있는 길드는.. ? 시작과 맞붙을 정도의 힘을 가진 길드는 없을텐데.. "

"아마도, 제가 알기로는. 청포도, 飛, 남두육성 등의 [길드 연합체] 인 것 같군요."

"이해할 수가 없군.. 이제 공성전이 일주일 앞인데. "

"어떻습니까? 이런 일도 일어나는데 우리 두 길드가 연합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음... 하지만, 길드원들과 상의해 봐야 하는데.."

"길드마스터의 권한이라면 그정도 쯤은 무마시킬 수 있겠죠. "

"... ... "


신시는 온통 의문 투성이인 이 사태를 놓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시작길드는 길드연합체의 침략을 받고 전쟁중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힘이 약화될까?

그에 대한 답은 '아니다' 였다. 그들은 더욱 더 단결하고 서로서로 뭉칠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빈틈' 은 생길 것이다. 그 빈틈... 1mm 도 안될것 같은 그 빈틈을! 노려볼것인가!

생각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시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번

길게 내뱉고 나서 입을 열었다.


"좋아. 연합 하지. 오늘부터 [Ace] 길드는 [미팅] 길드와의 영구적인 합병을 선언한다!"

"화끈하신 분이군요. 좋습니다. [미팅 길드는 [Ace] 길드와의 영구적인 합병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마주잡았다. 마주잡은 두 사람의 뒤로, 다시한번 커다란 폭발음과 연기가 피어올랐다.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축포소리였다.



4부에서 계속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