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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마을 셔스
루어스성 정복기 #7 -完-
2435 2009.02.11. 17:47


정룡은 혼의 인사를 기쁜듯한 표정으로 받아주었다. 모든 길드원들이 수고해준 덕분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점은 조금씩 존재했다. 어째서 마지막에, 섀도우 길드가 스톤방에 진입하지 않고

길목을 막고 서서 시작길드를 견제했을까? 물론 섀도우 길드의 창단 목적이 시작길드 견제에 있다는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섀도우 길드와도 마지막의 일전을 예상했던 정룡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었다. 혼은 그런 정룡을 보며 말을 이었다.


"축하합니다. 잘 하셨군요. 계획대로. "

"음...고맙네. 그런데 계획이라니? 무슨...?"

"아뇨, 새겨듣지 마십시오. 그냥 하는 얘기니까요. "


혼은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며 지하실에서 빠져 나갔고 정룡은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지만

자신의 어깨를 툭 건드리는 신시 때문에 정신을 퍼뜩 차렸다.

이젠 루어스의 공식길드마스터 정룡이다. 이제 공식 길드에 걸맞는 길드운영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부길드마스터, 자네는 세바스찬에게 수속을 좀 하고 와주겠나? 나는 이곳을 정리하고 있지. "


신시는 고개를 끄덕였고, 이내 루어스성의 세바스찬에게로 향했다.

멀리서 신시가 들어오는 것을 본 세바스찬은 신시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여어~ 신시. 아니, 이제 신시님 인가. 축하하네. 자네들이 시작길드를 꺾을줄이야. "

"아.. 뭐 운이 좋았습니다. "

"운이라니. 겸손해 할 거 없네. 여러가지로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들었네. "

"아..뭐."

"그렇게 많은 데이터들을 수집했으니 놀라운 계획이 나올법도 하지. "

"..예? 데이터?"

"으응? 자네가 지시한것이 아니었나? Ace길드가 미팅길드와 합병하기 전. 자네 길드에 막 가입한

풋풋한 심참 있잖은가? 이름이 뭐랬더라.. 음. 아무튼 그자가 자네의 지시라면서 모든 길드의 데이터를

뽑아 갔네. 그 남자를 나는 기억하고 있었지. 자네가 Ace 길드에 가입시킬때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거든. 그냥 감이랄까. "

"저는 지시한적이 없습니다만... "

"흠... 그럼 그 데이터는 가져다가 어디다 쓴것일까. 어쨌거나 그 이후, Ace 길드와 미팅길드가

합병하게 되서 난 그 일에 쓴 줄로만 알았지. 그 자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어떤가?"

"음.. 네. 그래야겠군요. "


신시는 뭔가 미심쩍은 부분이 느껴져 고개를 갸웃거렸다. 모든 길드들의 데이터..? 그것을 대체

평범한 길드원인 혼이 어디다 쓴단 말인가? 갑자기 문득, 신시의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지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혼이 Ace 길드에 가입하고 나서....


♧ ♧ ♧ ♧ ♧ ♧ ♧ ♧

일주일 전. 혼은 Ace길드 길드마스터에 의해 Ace 길드에 가입하였다. 그리고, 신시는 혼에게

오후에 길드회의가 있을것이라고 알려준 후 빠져나왔다. 혼은, 신시가 나가는 것을 보고 세바스찬에게

돌아와 세바스찬에게 말했다.


"저..세바스찬. "

"음.. 무슨일이지?"

"저희 길드마스터의 지시입니다. 지금 대륙에 있는 모든 길드들의 데이터가 좀 필요한데요... "

"그건 뭐에 쓰려고 그러나?"

"저는 잘 모르겠지만.. 마스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

"흠, 뭐 괜찮겠지. 여기 있네. 자네 길드의 최신 정보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지. "

"감사합니다. "


혼은 데이터를 받아든 후 돌아섰다. 그리고 데이터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현재

루어스 길드성을 차지하고 있는 쪽은 시작길드.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아마 단일 길드로 시작길드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없으리라. 혼의 머릿속에 복잡한 도식들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시작"길드를 치려면...?

혼은 확신을 굳힌 채, 펜을 들었다. 대륙에 존재하는 중견급 길드의 마스터들에게 쓰는 편지였다.


《 친애하는 길드 마스터에게 올림. 현재 루어스성을 차지하고 있는 시작길드에 대해 감히 묻습니다.

마스터님은 시작길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자신들에게 대적하는 길드를 안하무인격으로

짓밟아 정상에 선 자들입니다. 그들을 그대로 놔 두는것은 대륙의 균형을 해치는 길이며...............》


혼은 같은 내용의 편지를 중견급이라 여겨지는 길드마스터들에게 전했다. 그들은 이 편지를 받고

사실 진위를 확인 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일것이다. 성향을 분석해본 결과로는, 그들은 모두 시작길드에

원한과 적대심을 품고 있다. 그들은 자연스레 공감대를 형성해 연합체를 구성하게 될 것이고...

시작길드를 친다. 그것이 첫번째 계획이다. 그렇게 유도하기 위한 모든 계획을 수립하였다.

시작길드의 행패에 대한 유언비어를 살포, 그 결과를 과장하여 선전. 그리고 길드 연합체를

구성하도록 부추겨 그들로 하여금 시작길드를 치게 한다. 차도살인(借刀殺人) 의 계책이다.


두번째 계획은 ? Ace 길드와 연합할 수 있는 중견길드를 찾아야 했다. Ace길드의 소수정예의 힘과

중견 길드의 힘을 합치면 시작길드 최대 전력의 75 %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것이다.

그정도만 되면 공성을 수행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있던 와중에, 길드회의가 있다는

시간이 찾아왔다. 혼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데이터들을 품안에 잘 갈무리 해 넣었다.


1차 계획은 진행되었다. 2차 계획은 Ace 길드와 미팅길드 두길드의 마스터들을 움직이게 하는것이다.


♧ ♧ ♧ ♧ ♧ ♧ ♧ ♧

신시는 머리가 아파오는것을 느꼈다. 모든것이 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길드회의때

혼이 외쳤던 말..


《 여러분들은 길드성을 차지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까? 강하다는 인정을 받고 싶지 않습니까?

대륙의 모두에게로부터, 최강의 길드라는 칭호를!》


그 말은 결코 허황된 말이 아니었다. 준비된 말이었다! 그렇다면 정룡에게 편지를 보냈던 것도

그란 말인가. 신시는 긴급하게 정룡에게 연락을 취했다. 정룡은 신시의 다급한 전갈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바스찬의 집무실로 달려왔다. 정룡은 세바스찬과 간단한 인사를 주고 받은 후

신시에게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인가? 왜그러는거야?"

"... 길드마스터. 혹시 전에, 받았다는 그 편지. 좀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아.. 그 편지! 그 편지덕분에 모든 일이 잘 마무리 됐지. 음.. 여기 품속에 넣어뒀네. 자."


정룡은 편지를 꺼내 신시에게 건네었다. 편지를 받아 든 신시의 동공이 확 커졌다.


《 친애하는 미팅길드 마스터님에게. 강한 길드가 되고 싶지 않습니까? 지금의 위치에 만족합니까?

루어스성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지금부터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계획의 끝자락에 당도하면

미팅길드 마스터님은 루어스성에 입성(入城) 할 수 있습니다. 편지를 받는 즉시 Ace 길드와 합병을

추진하십시오. 완전히 균등한 합병이 아니면 Ace 길드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것입니다. Ace길드의

전력은 현재 소수의 인원으로 가장 강력한 수준의 것이며 그들을 가지게 된다면 마스터님은

루어스성을 단독으로 공략할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합병을 하기 이전이나, 이후가 되거나...

시작길드는 어떤 길드로부터 침략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들의 전력이 약화되기 시작할때....... ....》


신시는 너무 흥분해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지경이었다. 신시는 정룡에게 다시 캐 물었다.


"이 편지를... 언제 받았습니까?"

"글쎄.. 내가 묵고 있는 여관의 주인이 건네주더군. "

"누구였는지는 물어 봤습니까?"

"글쎄.. 승급한 도적이라고만 이야기를 들었네만. 난 처음엔 셔스님이 나타난줄 알았지 하하. "

" ... ... 이 편지를 받고 어떻게 바로 길드를 일으켰습니까?"

"사실 미팅길드는 수개월에 걸친 친목주의를 깨고 공성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였다네. 그 와중에

이런 편지가 날아들어왔지. 우린 수오미나, 뤼케시온 같이 적당한 곳을 노리고 있었는데 그 편지

덕택에 자네의 Ace 길드와도 연합을 하게 된것이 아닌가. "

"그런 모든 정보를... 다 분석한건가. 나의 심리 상태까지..."

"응? 무슨 얘긴가..."

"이건 .. 제가 아는 누군가의 .... 철저한 계획이었습니다. 우린 그 계획의 일부에 불과했군요. "

"... 누군가?"


신시는 정룡의 물음을 뒤로한채, 세바스찬에게 달려가 물었다.


"세바스찬! 그 자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고 했었죠? 그게 어떤 기운인지 알 수 있습니까?"

"흐음. 나도 그 점이 궁금해서 대륙 곳곳에 수소문을 해 보았네. 그는 이 차원의 사람이 아닌듯 해.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말이 맞겠지. 그 자의 이름이 《혼》 이라고 했나? 1년전 이계차원의

길드마스터 였던자의 이름과 비슷하군. "

"그자는... 그자는 누구였죠?"

"다른 차원의 루어스성을 15 차례 연속으로 방어한 자. 한마디로... "전쟁의 신" ... "

"....!!"

" 그의 신출귀몰한 전략과 전술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지. 16회 방어전을 끝으로 종적을 감췄네. "

" 하... .... 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신시는 웃음을 터트렸다. 루어스성 앞에서 본, 아직 미숙해 보이는 "그" 를 처음 보았던 때가

기억났다. 그리고, 그가 최근 일주일동안 행했었던 모든 일들이 이제 완전히 완성된 하나의

퍼즐조각처럼 짜맞춰 졌다. 신시는 웃음을 멈출수가 없었다.


"하하하하하핫.... "


♧ ♧ ♧ ♧ ♧ ♧ ♧ ♧

루어스 성의 한적한 숲. 한 남자가 드러누워 휘파람을 불고 있다. 휘이.. 휘이.

남자는 씨익 미소지었다. 루어스 길드성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최고였다. 항상, 늘 그랬듯이.

남자는 들릴듯 말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아.. 이제 좀 쉬어야겠다. "




루어스성 정복기 -完- [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