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오후,
오른 손에 걸치고 다녔던 우산을 잃어버렸다.
우산이 나를 놓은 것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불과 50m도 채 되지 않았던 움직임이었는데,,
순식간에 '과거'가 되어버린 5분전의 그 길을 되돌아걸으며 주위를 살폈지만
나의 파란 땡땡이무늬 우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완연히 잃어버린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필요없음을 알고 홀연히 떠난 것이다.
비가 그친 오후.
거추장스럽고 짐만되었던 '나의 우산'은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나를 떠났다.